▲ 토요타의 휴머노이드 큐7이 4월12일 일본 도쿄 토요타 아레나에서 열린 남자 프로농구 B리그 팀인 '알바르크 도쿄' 홈경기 하프타임에서 슛을 던지고 있다. <토요타 유튜브 영상 갈무리>

[비즈니스포스트] 현대자동차그룹과 미국 테슬라에 이어 일본 토요타까지 자체 개발한 이족 보행 로봇(휴머노이드)을 자사 완성차 생산 공장에 도입하려 한다는 관측이 나온다.

현대차와 테슬라 및 토요타는 휴머노이드를 도입해 생산 효율을 개선해 전기차 제조 확대를 노리는데 미국 시장이 이들의 격전지가 될 수 있다.

26일(현지시각)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토요타는 최근 휴머노이드를 비롯한 로봇 40만 대를 완성차 공장에 배치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하며 공정 자동화와 로봇 사업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러한 로봇 배치 목표를 위해 토요타는 2028년부터 연간 1조 엔(약 8조4천억 원) 규모의 투자를 진행할 계획을 세웠다. 투자 종료 시점은 밝히지 않았다.

토요타는 자체 공장과 그룹사·협력사를 초기 수요처로 삼아 휴머노이드 제조 경쟁력을 높일 계획을 세웠다.

앞서 토요타는 지난 4월12일 일본 도쿄 토요타아레나에서 자체 개발한 휴머노이드 '큐(CUE)7'을 공개했다. 인공지능(AI)으로 동작을 학습한 큐7은 당시 농구공을 드리블하고 자유투를 던지는 모습을 선보였다.

당시 큐7은 자동차를 제조하는 모습을 직접 시연하지는 않았지만 완성차 공장에서 기능할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평가가 나온다.

폭스뉴스는 큐7을 두고 “토요타가 인공지능을 제조, 자동차 시스템, 그리고 실제 로봇공학 분야에 적극 도입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러한 토요타의 전략은 현대차그룹 및 테슬라 등의 움직임과 맞닿아 있는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그룹과 테슬라 모두 휴머노이드를 직접 개발해 자동차 공장에 투입할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로봇 계열사 보스턴다이나믹스의 휴머노이드 ‘아틀라스’를 미국 조지아주 공장(HMGMA)을 포함한 생산 현장에 투입해 산업용 로봇으로 발전시키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2028년 미국에서 연간 3만 대 생산능력을 확보해 자동차 공장부터 적용한다는 구상을 갖고 있다.

테슬라 또한 휴머노이드 ‘옵티머스’를 올해 양산해 텍사스주와 캘리포니아주 등 자사 전기차 공장에 우선 투입하려 한다.

뉴욕타임스는 현대차와 테슬라 및 BMW 등 완성차 기업 다수가 생산 공정에 휴머노이드 도입 시도를 하는 모습을 조망하며 “자동차 제조사가 휴머노이드 로봇의 최대 사용처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 현대차 보스턴다이나믹스의 아틀라스가 손으로 드럼 스틱을 잡아 돌리고 있다. <보스턴다이나믹스 유튜브 영상 갈무리>

이처럼 완성차 기업들이 휴머노이드 로봇 개발과 공장 투입에 나서는 공통된 목표로 제조 생산성 향상이 꼽힌다.

부품 운반·분류 등 반복 작업을 자동화하고 인력난을 줄이는 한편 인공지능을 활용해 기존 산업용 로봇이 맡기 어려웠던 작업까지 기계로 대체하려는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컨설팅업체 올리버와이먼의 짐 슈미트 부사장은 미국 매체 악시오스를 통해 “휴머노이드를 도입하면 차량 대당 인건비를 100달러 낮출 수 있다”며 “연간 30만 대를 생산한다면 엄청난 금액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렇듯 현대차와 테슬라, 토요타는 휴머노이드 도입에 따른 생산비 절감을 바탕으로 미국 전기차 시장에서 한층 높아진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격돌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차그룹이 미국 전기차 시장에서 테슬라에 이은 2위를 유지하는 가운데 토요타 또한 최근 출시한 저가형 전기차 모델 인기에 힘입어 판매 호조를 보이기 때문이다.

조사업체 콕스오토모티브에 따르면 토요타의 전기차 bZ는 올해 상반기 미국 시장에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9.8% 증가한 1만7553대가 팔렸다. 테슬라 모델Y와 모델3, 현대차 아이오닉5에 이어 네 번째로 많이 팔린 전기차에 올랐다.

모델Y와 아이오닉 5의 연간 판매 증가율이 같은 기간 8%대에 머물고 모델3 판매는 34.3% 감소한 것을 고려하면 토요타 bZ의 미국 전기차 시장 판매 증가가 더 두드러진다.

휴머노이드 도입을 통해 전기차 원가를 낮추는 일은 미국 시장에서 중요해 보인다. 이란 전쟁에 따른 유가 상승으로 미국에서 내연기관차 유지비가 증가했지만 신차 가격은 여전히 전기차가 아직 비싸기 때문이다.

조사업체 켈리블루북에 따르면 지난 8월 기준 미국 내 전기차 신차 가격 평균은 5만4813달러(약 7250만 원)로 전체 신차 가격 평균인 5만89달러(약 6600만 원)보다 4700달러(약 620만 원) 정도 높게 형성돼 있다.

토요타가 현대차나 테슬라와 비교해 휴머노이드 개발에서 상대적으로 후발주자지만 자동차 제조에서 쌓은 역량을 바탕으로 경쟁력을 빠르게 갖출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투자기관 M&G의 칼 바인 아시아태평양 투자 부문 공동 책임자는 파이낸셜타임스를 통해 “토요타는 세계 최대 휴머노이드 회사가 될 잠재력이 있다”며 “소프트웨어가 핵심인데 토요타가 제조 과정에서 확보한 방대한 데이터가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고 분석했다.

결국 현대차와 테슬라가 휴머노이드를 생산공정에 투입해 완성차 제조 원가를 낮추려 하는 가운데 토요타 또한 이른바 ‘다크호스’로 등장해 미국 시장에서 전기차 가격 경쟁을 벌일 가능성이 고개를 든다.

증권사 번스타인은 파이낸셜타임스를 통해 “토요타는 로봇과 인공지능, 생산공정을 우수한 운영 시스템에 통합할 수 있는 강점을 갖췄다”고 평가했다. 이근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