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장영진 한국무역보험공사 사장이 본사 지방 이전을 둘러싼 노사 갈등을 어떻게 관리하느냐가 임기 말 경영 리더십과 관련한 주요 현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정부의 2차 공공기관 본사 지방 이전 계획 발표를 앞두고 무역보험공사 노조는 반대 목소리를 높이는 모양새다. 무역보험공사 지방 이전 논의가 본격화한다면 장 사장은 이에 따른 정부 정책 수행과 조직 내 이견 조율 및 설득이라는 과제를 동시에 풀어가야 할 것으로 보인다.

▲ 장영진 한국무역보험공사 사장이 본사 지방 이전을 둘러싼 노사 갈등을 어떻게 관리하느냐가 임기 말 경영 리더십과 관련한 주요 현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한국무역보험공사>


2027년 3월 임기 만료를 앞둔 장 사장으로서는 본사 지방 이전 문제를 원만하게 풀면 현안 해결 능력을 인정받아 연임도 기대해 볼 수 있다.

27일 한국무역보험공사 노동조합에 따르면 정부의 2차 공공기관 지방 이전 계획과 관련해 본사 지방 이전을 저지하기 위해 총력 투쟁한다는 방침을 세워두고 있다.

무역보험공사 노동조합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의 통화에서 “지방 이전을 저지하기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할 것이며 언제든지 행동할 수 있게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매주 모든 노조원을 대상으로 회의를 진행하고 있으며 금융노조와 KDB산업은행, 한국수출입은행 등 관련 기관 노조와도 정보를 공유하며 긴밀하게 협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정부가 지난 13일 2차 공공기관 본사 이전 계획에서 금융위원회를 세종으로 옮기겠다는 내용을 명시함에 따라 다음 달 발표가 예정된 이전 대상 기관 목록에 공공금융기관도 포함될 수 있다는 시각이 나온다.

정부는 수도권에 본사를 둔 공공기관 350여 곳의 본사 지방 이전을 추진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무역보험공사는 서울 종로구 서린동에 본사를 두고 있어 본사 이전과 관련해 검토 대상인 것으로 전해진다.

무역보험공사 노동조합 관계자는 “정부의 지방 이전 대상 공공기관에 포함되지 않도록 모든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11월 정부의 대상 기관 발표에 무역보험이 포함될 경우 그에 맞는 대응을 이어갈 방침”이라고 말했다.

무역보험공사 노동조합은 지난 9월29일 청와대 사랑채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정부가 추진하는 본사 지방 이전 검토를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무역보험공사 이전을 반대하는 이유로는 본사 지방 이전에 따른 수출금융 경쟁력 훼손을 꼽았다.

무역보험공사 노동조합 관계자는 “무역보험공사는 수출입은행처럼 직접 대출을 하는 게 아니라 시장을 통해 금융을 창출하고 보증을 제공하는 역할을 해 독립적인 활동이 불가능하다”며 “본사를 지방으로 이전하면 아예 업무 효과가 떨어져 금융 생태계 안에 속해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방자치단체들의 공공기관 유치 경쟁이 활발해지는 점도 무역보험공사 노동조합의 우려를 키우는 대목이다. 특히 '금융도시'를 표방하는 부산광역시가 무역보험공사 유치에 힘을 싣고 있다.

전재수 부산광역시 시장은 8월3일 시청 영상회의실에서 ‘공공기관 이전 추진 전담팀’ 회의를 열어 금융공공기관 등 유치 의지를 보였다.

부산시는 한국무역보험공사뿐 아니라 IBK기업은행 한국수출입은행 등의 금융공공기관 유치를 목표로 하고 있다.

장영진 사장으로서는 이전 찬반을 둘러싼 조직 내 갈등을 키우지 않으면서 공사의 업무 특성과 이전에 따른 비용·편익을 정부에 객관적으로 제시하는 일이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 공사 지방 이전이 결정된다면 장 사장은 핵심 인력 이탈과 수출기업 지원 차질을 최소화할 방안도 마련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된다. 반대로 이전을 둘러싼 논의가 장기화하더라도 노조와의 소통을 이어가면 경영 혼란을 막는 일에도 나서야 한다.

장 사장은 행정고시 35회 출신으로 지식경제부와 산업통상자원부, 주미대사관 경제공사와 산업부 산업혁신성장실장·기획조정실장을 거쳐 2022년 산업부 제1차관직에 올랐다. 그 뒤 2024년 3월 한국무역보험공사 사장에 취임했다.

장 사장은 산업·통상 분야에서 경력을 쌓은 관료 출신으로 정치인 출신이 아니다. 비록 전임 정부에서 임명됐으나 공사 지방 이전을 둘러싼 노사갈등을 비롯한 현안을 어떻게 해결하느냐에 따라 연임도 기대해 볼 수 있다.

▲ 장영진 한국무역보험공사 사장은 공사 지방 이전이 추진된다면 핵심 인력 이탈과 수출기업 지원 차질을 최소화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한국무역보험공사>


역대 무역보험공사 사장 가운데 연임한 사례도 있다. 일례로 같은 산업부 차관 출신인 이인호 전 사장은 2019년 1월 취임해 연임에 성공하기도 했다.

이 전 사장은 취임 기간 무역 보증 금액을 확대하는 등 코로나19 위기 극복에 앞장선 점을 인정받아 연임할 수 있었다.

장 사장도 취임 뒤 무역보험공사의 중소·중견기업 지원을 매년 확대했고 2025년 지원 규모는 109조 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다. 무역보험 지원 규모 역시 올해 275조 원을 목표로 세웠다. 지난해(268조 원)에 이어 역대 최대치 경신 행진을 이어가겠다는 것이다.

장 사장 취임 뒤 공공기관 경영평가 결과도 좋아졌다. 2024년과 2025년을 대상으로 하는 지난해와 올해 경영평가에서 잇달아 '우수(A)' 등급을 받았다. 장 사장 취임 전 2023년 대상 평가에서는 양호(B)를 기록했지만 한 계단 올라간 것이다.

결국 본사 지방 이전과 관련한 문제를 원만하게 해결하는 일은 장 사장에게 정부 정책과 노조 사이에서 현안을 조율하는 능력을 보여줄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무역보험공사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에 “9월 청와대 앞에서 일어난 시위는 노조의 독단적 행동이었고 이것이 공사의 입장을 대변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노조 활동과 관련해 공사가 어떤 방식으로 대응할 것인지에 관해서는 확인해 드릴 수 있는 내용이 없다”고 덧붙였다. 김현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