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한국항공우주산업 노동조합(KAI 노조)은 27일 입장문을 내고 “KAI의 경영실적에 영향을 준 소형무장헬기(LAH)의 엔진 공급 차질과 국가사업 수행에 따른 부담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며 “한화그룹은 KAI의 경영 능력을 논하기에 앞서 조립·공급한 엔진의 품질과 납기 책임부터 설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애초 KAI는 LAH의 체계 종합 업체로서 2024년 12월 최초 양산 2대를 시작으로, LAH의 납품을 본격화할 예정이었다. 회사가 방위사업청과 체결한 1·2차 양산 계약 규모는 합산 1조7074억 원이다.

▲ 한국항공우주산업 노동조합이 소형무장헬기 엔진 결함 사태에 대해 엔진 공급업체인 한화그룹의 책임과 설명을 촉구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국항공우주산업>


하지만 올해 들어 납품된 LAH의 엔진 구성품인 디퓨저에서 부식과 균열이 일어나 납품이 중단된 상황이다. 디퓨저는 엔진 내부 공기의 흐름을 안정화하는 부품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프랑스 항공엔진 기업 사프란으로부터 면허를 받아 LAH의 엔진을 조립·공급하고 있다.

증권 업계에 따르면 2분기 납품 예정이었던 LAH 6대 가운데 엔진 부품 결함으로 5대의 납품이 지연되면서 KAI의 매출 약 1300억 원과 영업이익 약 180억 원의 반영이 이연된 것으로 추정됐다.

노조 측은 “이러한 원인을 제외한 채 KAI의 실적 부진을 경영능력 문제로만 돌리는 것은 공정하지 않다”며 “특히 공급 업체의 책임이 걸린 문제를 체계종합 업체의 경영권 확대 명분으로 활용한다면 협력 관계의 신뢰마저 훼손하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노조 측은 일부 사업은 국가안보와 항공우주산업의 자립을 위해 낮은 수익이나 손실을 감수했다는 점도 강조했다.

노조 측은 “KAI는 당장 이익만을 기준으로 사업을 포기하지 않고 군 전력 확보, 핵심 기술 국산화, 국민 안전을 위한 프로젝트를 수행해 왔다”고 주장했다.

실제 회사는 LAH 체계 개발에서 영업손실 640억 원, 관용 헬기 사업에서 영업손실 2124억 원, 경기도 응급의료 전용 헬기 도입·운용 사업에서 영업손실 117억 원을 냈다. 노조는 이들 사업에 항공산업 기술 자립과 공익적 성격이 포함됐다고 주장했다.

노조 측은 “물론 국가사업이라는 이유로 모든 손실이 정당화되는 건 아니다”라면서 “그러나 사업별 계약 구조, 개발 위험, 공공 임무에 따른 부담을 구분하지 않고 이를 모두 경영 실패로 몰아가서도 안 된다”고 주장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KAI 간 수익성만 비교해 경영성과를 평가하는 것도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노조 측은 “방산 기업의 성과는 국민의 세금, 국가의 연구개발 투자와 수출 지원, 군의 도입·운용, 협력업체와 노동자의 기술 축적 위에서 만들어진다”며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높은 수익성을 경영능력의 근거로 내세우려면 공급업체로서 책임을 이행했는지부터 대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정부 역시 국내 조달과 수출을 구분해 사업별 원가와 이윤의 적정성을 점검하고, 국가 사업의 위험과 부담이 체계종합 업체와 핵심 부품 공급업체 사이에 합리적으로 배분되고 있는지 살펴야 한다”고 덧붙였다.

노조는 이번 LAH 엔진 결함 사태는 KAI의 독립경영이 필요한 이유를 보여주는 사례라고도 주장했다.

노조 측은 “(한화그룹이 KAI의 경영에 영향력을 행사한다면) 부품 품질과 납기 문제가 발생했을 때 계열 관계로 객관적 원인 규명과 엄정한 책임 추궁이 어려워진다”며 “정부는 소유 통합에 따른 막연한 시너지를 논하기 전에 공급망 공정성과 책임 체계가 유지될 수 있는지 검증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화시스템, 한화에어로스페이스USA 등 한화그룹 계열사 3곳은 지난해 11월부터 장내매수를 통해 KAI 주식을 매입, 현재 지분율 15.87%로 2대 주주에 올라와 있다.

한화그룹 측은 지난 5월 KAI 지분 보유 목적을 경영참여로 변경했으며, 양사 간 항공우주 분야 사업에서 전략적 협력을 강화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하고 있다.

KAI 노조는 한화그룹의 지분 인수와 경영참여 계획에 대해 ‘독립경영 훼손’, ‘경쟁기업으로 민감 정보 유출’ 등을 이유로 반발하고 있다. 신재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