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금융당국이 시중은행의 대출금리 산정 과정을 보다 자세히 공개하는 방안을 살펴보기로 하면서 가산금리 공시 논의도 다시 쟁점으로 떠올랐다.

은행들은 고금리 속 이자장사를 한다는 비판을 신경 쓰지 않을 수 없는 가운데 가산금리 세부 내역 공시가 영업기밀 노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를 내비치고 있다.

▲ 금융당국이 은행권 대출금리 산정 공시를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한다. <연합뉴스>


26일 은행업계에 따르면 가산금리 공시 확대가 현실화하면 영업 활동에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란 목소리가 나온다.

은행업계 한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가산금리 산정에는 업무수행·조달·리스크관리 비용 등 다양한 요소가 반영된다”며 “고객들이 보기에는 단순 정보일 수 있지만 업계 관계자가 봤을 때는 경쟁 은행의 영업 전략까지도 유추할 수 있는 정보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은행업계 다른 관계자는 “사실상 원가와 마진을 모두 공개하라는 것”이라며 “금융기관이 공공성을 지니기는 하지만 영리활동을 하는 기업으로서 수용하기는 어려운 요구”라고 토로했다.

은행들은 현재도 은행연합회 공시를 통해 대출금리에 반영되는 기준금리와 가산금리, 가감조정금리(우대금리)를 공개하고 있다. 기준금리에 가산금리를 더하고 가감조정금리를 차감하면 대출금리가 정해지는 형태다.

이런 상황에서 가산금리의 세부 항목과 산정 근거까지 공개하는 것은 너무 과도한 조치라는 것이다.

가산금리 세부 내역 공시 논의는 올해 국정감사에서 은행들의 대출금리 운용 방식이 도마 위에 오르면서 다시 불거졌다.

정부는 차주의 이자 부담을 낮추기 위해 은행들이 대출 가산금리에 법적비용을 반영하지 못하도록 은행법을 개정하고 7월1일부터 시행했다.

그러나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이 19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제시한 자료에 따르면 제도 시행 뒤 우리은행의 가산금리는 오히려 올랐다. KB국민은행과 NH농협은행은 가산금리를 낮췄으나 우대금리를 축소해 실질적 은행 몫을 늘린 사례로 파악됐다

22일 정무위원회 금융 종합감사에서는 BNK경남은행과 제주은행, 케이뱅크도 가산금리를 높이거나 우대금리를 줄여 은행 몫을 확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국회 정무위원장인 유동수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은 22일 “금융당국에서 은행의 가산금리를 정할 권한은 없다”면서도 “대신 (꼼수 인하 등을 방지하기 위해) 은행의 대출금리 결정 과정을 공시하는 것이 어떨까 생각한다”고 의견을 내놨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1차적으로 소비자영향평가를 하고 포용금융 부분에 반영해 페널티와 인센티브를 주려고 한다”며 “공시를 포함해 ‘네이밍 앤 쉐이밍(이름을 알려 망신주기)’ 형태로 소비자의 합리적 선택권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준비하고 있다”고 답했다.

가산금리 등의 공시를 확대해 소비자로부터 금리를 높게 받아 ‘이자장사’를 한 은행이 어디인지를 알리겠다는 의미다.

▲ 은행들이 가산금리 공시 확대와 관련해 영업기밀 노출 등 부작용을 우려하고 있다. 사진은 서울 시내 설치된 ATM.<연합뉴스>


아직 구체적 움직임이 나타난 것은 아니지만 가산금리 공시의 법적 의무화가 이미 논의 테이블에 올랐던 이력이 있는 만큼 은행권에서는 긴장을 늦추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민병덕 의원이 2024년 6월 발의한 은행법 개정안에는 은행이 가산금리를 세부항목별로 공시하게 하는 내용이 담겼다. 영업기밀에 해당하는 내용은 법적 기준에 따라 제외가 가능하다. 다만 공시를 하지 않거나 사실과 다른 내용을 공시하면 처벌하는 조항도 포함됐다.

은행들은 당시에도 가산금리 공시 의무화를 최대한 피하고자 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이 법안은 철회됐고, 2024년 12월 발의된 후속 법안에서는 가산금리 공시 의무가 빠졌고 지급준비금 등 법적비용을 대출금리에 반영하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다만 은행권에서는 금리 비교공시를 확대하더라도 소비자의 실질적 선택권을 높이는 데 한계가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은행업계 한 관계자는 “가계대출 한도가 없다면 경쟁적으로 낮은 금리를 책정해 대출을 늘리려 할 수 있을 것”이라며 “다만 가계대출 총량 규제가 있는 상황에서 대출 금리를 낮추는 것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은행업계 다른 관계자는 “신용등급별로 다른 리스크비용이 반영되는 만큼 실제로 소비자 개인에게 적용되는 금리는 공시 금리와는 다를 수밖에 없다”며 “가산금리 세부 기준을 공개하더라도 소비자들이 원하는 금리 정보를 얻을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조혜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