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제 금값이 2026년 1월 사상 최고치에서 30% 가까이 밀리며 4천 달러 선 아래로 내려온 가운데 저가 매수 기회와 추가 하락 우려가 엇갈리고 있다. <인공지능 생성 이미지>
그 뒤 9개월 가까이 미끄러지며 23일에는 장중 3900달러대 후반까지 밀렸다. 약 3개월 만에 4천 달러 선이 무너졌다.
국내 투자자의 체감 낙폭은 더 크다. 한국거래소(KRX) 금시장에서 금 1g 가격은 23일 17만1250원으로 1월29일 고점(26만9810원)보다 36.5% 낮아졌다. 금값 하락에 원화 강세에 따른 환손실까지 겹쳤다.
안전자산이라더니 웬만한 주식보다 더 흔들린다.
그러다 보니 궁금한 건 하나다. 이렇게 많이 떨어졌으면 이제 바닥 아닐까. 금이라고는 한 번도 사본 적 없지만 슬쩍 금 투자 계좌를 열어보고 싶어진다.
그래서 15일 서울 여의도 파크원에서 황병진 NH투자증권 FICC리서치부장을 만났다. 황 부장은 원자재 파생상품 딜러로 시작해 20년 가까이 원자재 시장을 분석해온 전문가다.
전문가들이 가장 곤란해 한다는 질문이 저절로 튀어나왔다.
“금값이 고점보다 30% 넘게 빠졌는데 저점인가요, 지금 사야 하나요?”
◆ 금값 끌어내린 건 ‘금리’, 그 악재는 이미 가격에 반영됐다
황 부장은 금값을 보려면 먼저 금리를 봐야 한다고 했다.
금은 이자가 없다. 금리가 오르면 ‘이자 안 나오는 금 대신 이자 주는 예금이나 채권에 넣을까’ 하는 사람이 늘어난다. 금리가 오르면 금값이 힘을 못 쓰는 이유다.
올해가 그랬다. 물가가 다시 들썩이자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 Fed)는 9월 3년2개월 만에 기준금리를 올렸고 시장에서는 추가 인상 전망이 쏟아졌다.
황 부장은 “금리가 올라갈 거라는 심리를 반영하는 동안 금값은 빠진다”며 올해 금값 하락 추세의 원인을 분석했다.
그렇다면 금리는 얼마나 더 오를까.
황 부장은 시장의 예상을 보여주는 지표로 미국 2년물 국채금리를 들었다. 2년물 금리는 앞으로 2년 동안 기준금리가 어디까지 갈지에 관한 시장의 '눈높이'라고 보면 된다는 것이다.
이 금리는 9월 말 한때 5% 가까이 올랐다. 미국 기준금리 상단이 연 4%이니 시장은 앞으로 0.25%포인트씩 네 차례 정도 더 오를 수 있다고 본 셈이다.
황 부장이 강조한 것은 그 걱정이 이미 금값에 반영돼 있다는 점이었다.
황 부장은 “현재 금값에는 금리인상 관련 악재는 선반영돼 있다고 본다”며 “결국 관건은 금리가 시장의 우려, 전망보다 더 오르느냐에 있다”고 바라봤다.
황 부장은 “5%까지 금리를 올릴 환경이라고 보면 금을 사면 안 된다”며 “하지만 저는 연준이 기준금리를 5%까지 못 올릴 거라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연준이 연말까지 기준금리를 한 차례 더 올린 뒤 2027년에는 동결할 것으로 전망했다. 시장이 걱정하는 만큼 금리가 오르지 않는다면 지금 금값은 바닥 근처라는 얘기다.
▲ 황병진 NH투자증권 FICC리서치부장이 서울 여의도 파크원에서 비즈니스포스트와 인터뷰하고 있다. 황 부장은 원자재 파생상품 딜러로 시작해 20년 가까이 원자재 시장을 분석해왔다. <비즈니스포스트>
금리 인상이 오래가지 못할 것이라고 보는 근거로 황 부장은 유가를 들었다.
올해 물가를 끌어올린 주범은 중동 전쟁에 따른 국제유가 상승이었다. 2025년 배럴당 평균 60달러 안팎이던 유가는 올해 3월부터 100달러 안팎을 오갔다.
하지만 내년 3월부터는 비교 대상인 올해 유가가 이미 높다보니 유가가 지금 수준에 머물기만 해도 물가 상승 압력이 크게 줄어든다는 것이다.
황 부장은 이에 따라 2027년 2분기부터 물가 부담이 줄고, 연준의 금리 인상도 길어야 내년 1분기에 멈출 것으로 내다봤다. 금값이 다시 오를 시점도 여기서 나온다.
금의 목표가격을 묻자 황 부장은 “지금 목표는 올해 1월에 찍었던 5600달러겠죠”라고 웃으며 대답했다. 그리고 2027년 하반기에는 금값이 5천 달러 선을 회복하고 사상 최고치를 다시 넘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렇다면 언제 사야 할까.
황 부장은 “올해 4분기와 내년 1분기에 불가피하게 긴축에 대한 변동성 때문에 금값이 흔들린다라고 하면 이때 매수하는 전략이 유효할 것”이라며 “분할 매수를 통해서 사는 게 맞다”고 말했다.
장기적으로 금값을 받쳐줄 '큰손'도 있다. 각국 중앙은행이다.
황 부장에 따르면 세계 중앙은행의 금 매입량은 2020년 이전 연간 약 500톤 수준에서 코로나19 이후 약 1천 톤으로 2배가 됐다. 코로나19 뒤 미국 정부 부채가 크게 불어나고 신용등급까지 떨어지면서 미국 국채와 달러에만 의존하기 어렵다는 인식이 커졌다는 것이다.
황 부장은 “미국 국채를 사주던 중앙은행들이 국채와 달러를 덜 사기 시작하고 대신 그 외환보유고를 다변화하기 위해서 금을 사기 시작한 것”이라고 말했다.
투자자들도 가격이 떨어질 때 금을 사고 있다.
세계금협회(WGC)에 따르면 2026년 3분기 글로벌 실물 금 기반 상장지수펀드(ETF)에는 310억 달러가 들어왔다. 분기 기준 사상 최대다. 9월 국내 5대 은행 골드바 판매액도 291억 원으로 2022~2024년 월평균(85억 원)의 3.4배에 이르렀다.
황 부장은 “9월 이후에 금값이 다시 빠졌는데도 오히려 자금 흐름 유입세는 계속되고 있다”며 “저가 매수세는 계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 한국금거래소 골드바. <연합뉴스>
그럼 처음 금에 투자한다면 얼마나, 무엇으로 사야 할까.
투자 방법은 크게 네 가지다. 골드바 같은 실물, 은행 골드뱅킹, 증권사 계좌로 거래하는 KRX 금현물, 금 ETF다.
골드바는 직접 갖고 있다는 안정감이 있지만 살 때 부가가치세 10%를 내야 하고 살 때와 팔 때 가격 차이도 크다.
황 부장은 “10년에서 20년 30년 투자하시는 분들은 금을 실물을 사셔도 상관없다”고 말했다. 다만 자녀에게 물려줄 만큼 오래 묻어둘 생각이 아니라면 환급성이 높은 골드뱅킹이나 ETF가 낫다고 조언했다.
투자비중은 전체 자산의 5~10%를 제시했다.
황 부장은 “개인적으로는 5%에서 10% 안에서 포트폴리오에 편입하면 일부 리스크 헤지 기능들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상품을 고를 때 꼭 따져봐야 할 것은 환율이다.
황 부장은 “우리나라 금 현물 가격은 국제 금값 곱하기 원/달러 환율이다”고 말했다.
국제 금값이 올라도 원화가 강세로 가면 국내 금값은 덜 오르거나 오히려 빠질 수 있다. 올해 국내 금값 낙폭이 국제 금값보다 컸던 이유다.
원화가 약세로 갈 것이라고 본다면 환율 변동이 그대로 반영되는 상품을 고르면 된다. 골드뱅킹, 'ACE KRX금현물'과 'TIGER KRX금현물' 같은 금현물 ETF, 증권사 KRX 금현물 계좌가 여기에 해당한다.
환율까지 신경 쓰기 싫다면 'KODEX 골드선물(H)'처럼 이름 뒤에 'H'가 붙은 환헤지 상품을 고르면 된다. 국제 금값 변동만 따라간다.
세금도 다르다.
KRX 금현물은 계좌에 보유하는 동안 매매차익이 비과세지만 실물로 인출하면 부가가치세 10%가 붙는다. 골드뱅킹은 매매차익에 15.4%의 배당소득세가 부과되고 국내 상장 금 ETF도 과표기준가격을 기준으로 배당소득세가 붙는다.
금과 함께 거론되는 은은 어떨까.
은은 지난해 가장 화려한 원자재였다. 황 부장에 따르면 은 가격은 2025년 150% 올랐다. 하지만 올해 1월 온스당 121달러대까지 치솟았던 은값은 23일 54달러 안팎으로 절반 아래로 내려왔다.
은은 수요의 절반이 태양광, 전자제품 같은 산업용이다. 경기가 좋을 때는 금보다 훨씬 크게 오르지만 경기 우려가 커지면 훨씬 크게 떨어진다.
황 부장은 “'귀금속 투자하세요'라고 하면 금을 디폴트로 가져가시면서 알파는 은으로 내는 전략도 좋다”고 말했다. 중심은 금으로 잡고, 초과수익을 노리고 싶다면 은을 일부 담으라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실물자산 투자에서 꼭 알아야 할 점을 물었다.
황 부장은 “항상 투자라고 하는 것 자체가 그 자산에 관한 이해가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금을 막연히 '안전자산'으로만 보지 말고 금리와 환율이 금값을 어떻게 움직이는지 알고 투자해야 지금처럼 흔들리는 장에서도 버틸 수 있다는 것이다.
솔직히 인터뷰 전까지 금은 '사두면 언젠가 오르는 자산' 정도로만 생각했다.
그런데 금도 결국 금리와 물가, 환율, 그리고 국가의 빚과 연결돼 있었다. 큰돈을 벌기 위한 자산이라기보다 내 포트폴리오가 한쪽으로 쏠려 있을 때 균형을 잡아주는 자산에 가깝다는 얘기다.
반도체에 쏠린 계좌를 떠올리며 생각했다. 금리 공포에 금값이 흔들리는 날, 조금씩 나눠 담아봐야겠다고.
다음 편에서는 DC(확정기여형)와 DB(확정급여형), IRP(개인퇴직연금) 등 이름만 들어도 머리 아픈 퇴직연금, 수익률을 1%라도 높이는 방법을 알아본다. 박혜린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