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재성 삼성바이오로직스 상생노동조합 위원장(왼쪽 3번째)이 26일 국회 소통관에서 쟁의행위금지 가처분 관련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삼성바이오로직스 상생노동조합이 법원의 쟁의행위 제한 결정에 반발하는 국회 여론전에 나서며 파업 동력을 이어가기 위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조합원에게 특별부과금을 걷어 파업 참여자의 임금 손실을 보전하고 일부 직군을 중심으로 파업을 이어간다는 구상도 세운 상태다.

다만 법원 결정에 따라 핵심 생산공정의 즉각적 중단이 어려워진 만큼 이런 노력이 단체협약 교섭을 놓고 회사의 양보를 이끌 협상력으로 이어질지는 불확실하다는 시선이 적지 않다.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노조는 쟁의행위 금지 가처분 항고심 결정에 재항고하고 국회와 정부에 제도 개선을 요구하겠다고 밝혔다.

박재성 노조위원장은 “노동조합법의 보안작업 규정을 확대 해석해 헌법이 보장한 단체행동권을 막아서는 안 된다”라며 법원의 판단을 비판했다.

이날 기자회견은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한국노총, 삼성바이오로직스 상생노동조합이 함께 마련했다. 노조는 연속적인 생산공정이라는 이유로 파업을 제한하는 법원의 판단이 다른 산업으로 확산할 수 있다는 점을 내세워 노동계와 정치권의 지지를 모으려 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노조는 애초 26일부터 3주 동안 진행하려던 2차 총파업을 잠정 연기하고 파업 방식을 재설계하고 있다. 전면파업 대신 생산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일부 직군에 파업 역량을 집중하고 생산부문의 참여 범위를 단계적으로 넓히겠다는 방향이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노조는 25일 마무리한 임시총회에서 ‘파업 형태 변경에 따른 쟁의기금 조성안’을 가결했다. 투표에 참여한 2998명 가운데 2456명이 찬성해 찬성률은 81.92%를 기록했다.

가결된 안건에 따라 조합원 1인당 기본 20만 원을 특별부과금으로 걷고 필요하면 한 차례만 최대 10만 원을 추가로 부과할 수 있다. 조합원 약 4천 명이 기본 금액을 납부하면 약 8억 원, 최대 금액까지 납부하면 약 12억 원을 마련할 수 있다.

쟁의기금은 파업 참여자의 임금 손실 보전 등에 활용한다. 일부 직군이 집중적으로 파업하면 해당 조합원에게 무급 부담이 쏠릴 수 있는 만큼 전체 조합원이 비용을 나눠 부담해 파업을 지속할 여력을 확보하겠다는 취지로 여겨진다.

노조는 집중적으로 파업할 수 있는 직군으로 물류 관련 조직과 품질관리(QC) 시험 부서 등을 들었다. 생산공정 자체의 가동을 멈추기 어려워진 상황에서 공정 운영을 뒷받침하는 부서의 파업으로 회사를 압박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파업 재원을 마련하는 일과 실제 생산 차질을 일으켜 교섭력을 높이는 일은 별개라는 의견도 있다. 노조 역시 바뀐 파업 방식의 효과를 구체적으로 가늠하지 못하고 있다.

박 위원장은 이날 파업의 실효성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즉각적으로 바로 영향을 주기는 굉장히 어려운 형태의 파업일 것”이라고 말했다. 노조는 처음 시도하는 형식인 만큼 어느 정도 효과가 나타날지 명확하게 설명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파업 전략을 바꾼 직접적 계기는 16일 나온 서울고등법원 인천재판부의 쟁의행위 금지 가처분 항고심 결정이다.

재판부는 원료·제품의 변질이나 부패를 막기 위해 파업 중에도 계속해야 하는 ‘보안작업’의 범위를 기존 3개 공정에서 9개 공정으로 확대했다. 배양과 정제 등 핵심 생산공정이 포함됐으며 해당 작업을 평상시와 같은 수준의 인력과 가동시간, 가동규모 등으로 수행하도록 했다.

이에 따라 이미 진행 중인 생산을 일시에 멈춰 회사에 즉각적 부담을 주려던 파업 방식에는 제약이 커졌다. 특정 직군의 파업을 유지할 자금을 확보하더라도 이것이 곧바로 주요 생산공정의 차질로 이어진다고 단정하기 어려운 이유다.

다만 항고심에서 추가로 제한한 작업 가운데 '쟁의행위 기간에 회사가 추가로 해동한 세포주'에 대한 작업은 제한 대상에서 제외됐다. 노조는 이 부분을 활용해 신규 생산단위부터 작업을 거부하고 시간이 흐르면서 파업 범위를 넓힐 수 있다는 뜻을 보이고 있다.

노조는 배양·정제 부문이 당장 파업에 참여하기는 어렵지만 공정 진행에 따라 차례대로 참여 범위를 확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 삼성바이오로직스 노동조합이 5월 인천광역시 연수구에 있는 삼성바이오로직스 작업장에서 집회를 열고 있는 모습. <비즈니스포스트>


문제는 같은 현장에서도 파업 전에 시작한 생산과 파업 이후 새로 시작한 생산을 구분해 대응해야 한다는 점이다. 기존 생산작업은 마무리하면서 새 생산작업을 거부해야 해 파업 운영이 복잡해지고 효과가 나타나기까지 시간도 걸릴 수 있다.

노조도 기존 작업과 파업 대상 작업이 혼재한 상태에서 회사의 지휘를 받으며 파업해야 하는 어려움을 토로했다. 핵심 생산공정에서는 이런 방식의 파업을 실행하기가 사실상 매우 어렵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쟁의기금 조성안에 투표 참여자의 80% 이상이 찬성한 만큼 조합원들의 쟁의 지지가 무너졌다고 보기는 어렵다.

노조에는 이러한 지지를 법원 결정에 맞는 실행 방안으로 연결하면서 실질적인 교섭 성과를 확보해야 하는 과제가 남아 있다.

노조는 파업 참여 규모와 관련해 약 1500명을 언급하며 적지 않은 규모라고 평가했다. 법원 결정 이후 파업 형식을 전환하면서 추가 참여 의사를 확인하는 절차도 중단됐다는 설명이다.

노조는 파업 재개 시점과 구체적 기간을 확정하지 않았다. 생산공정의 진행 상황에 따라 파업 참여 범위를 넓혀야 해 전체 파업 기간은 애초 계획보다 길어질 가능성도 열어뒀다. 물류 등 간접 부서의 파업 기간은 2~3주가량을 검토하고 있다.

당장은 28일 예정된 노사 대화가 향후 대응을 가를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노조는 공식 교섭은 아니지만 26일 점심시간에 회사와 향후 대화 방향을 논의하기로 했다.

박 위원장은 “단체협약을 계속 고집하고 있느냐고 하면 그건 아니다”라며 “단체협약 요구를 접으면 임금성 안건이나 복리후생을 제안하겠다는 것이 확정적인 게 아니라 ‘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보니 요구를 즉각적으로 접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장은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