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창수 F&F 회장이 2024년 11월29일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열린 ‘2024 EY 최우수 기업가상(EY Entrepreneur Of The Year)’ 시상식에서 마스터 부문을 수상하고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창수 회장의 부인인 홍수정 F&F 이사와 아들인 김승범 F&F 상무, 김태영 F&F 팀장도 각각 1.00%, 0.50%, 0.50%를 들고 있다.
F&F홀딩스 역시 김창수 회장이 62.84%의 압도적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 지분율도 91.71%에 달한다.
김창수 회장에 이어 홍수정 이사(7.57%), 김승범 상무(6.70%), 김태영 팀장(6.13%)도 모두 5%가 넘는 F&F홀딩스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그런데 F&F홀딩스의 주주 가운데는 에프앤코(4.84%)라는 회사가 있다. 에프앤코는 화장품 사업을 하는 비상장회사로 ‘클린잇제로 클렌징 밤’으로 잘 알려진 브랜드인 ‘바닐라코’를 전개하고 있다.
에프앤코는 정확한 지분율은 공시하지 않은 채 대표이사와 특수관계자가 88.96%를 들고 있다고만 밝히고 있다.
에프앤코의 대표이사는 김승범 상무다. 최대주주 역시 김 상무로 추정되며 절반 내외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 나머지 특수관계자 지분도 오너 일가가 들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2000년 설립된 에프앤코는 2005년 바닐라코를 론칭하면서 화장품 사업을 해왔다. 그동안 김창수 회장이 직접 사업을 이끌어 왔다. 애초 F&F의 100% 자회사로 설립됐지만 이후 김 회장 일가가 회사 지분을 단계적으로 사들인 것으로 보인다.
주목할 것은 에프앤코가 2023년부터 2024년까지 2년 사이에 F&F홀딩스 지분을 시간외매매를 통해 집중적으로 매입하고, 이와 맞물려 2024년 김승범 상무가 에프앤코 대표이사에 취임한 사실이다.
이러한 지분 구조에 대해 업계에서는 향후 지배구조의 변화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그런데 최근 에프앤코의 성장 속도가 두드러지면서 에프앤코가 단순히 F&F홀딩스의 지분을 늘리는 것을 넘어 F&F 기업집단의 지배구조에서 변수로 등장할 수도 있다는 전망이 제기된다.
◆ 에프앤코 화장품 사업 공격적인 확대로 성장 가능성 돋보여
에프앤코가 일반적인 옥상옥 구조에서 보이는 다른 가족회사와 다른 점은 단순한 배당 확대나 일감 몰아주기가 아닌, 적극적인 자체 사업 확장을 통해 회사의 규모를 키우고 있다는 것이다. 이 같은 사업 추진은 대표이사로 있는 김승범 상무가 이끌고 있다.
에프앤코는 화장품 사업을 공격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중국(상하이)과 미국에 현지법인을 두고 영업을 강화하고 있으며, 일본 오프라인 시장도 공략하고 있다. 2023년 일본에 바닐라코의 유통을 책임지는 MIMYO라는 기업을 설립한 것으로 확인된다. 에프앤코는 MIMYO 지분 44.4%를 갖고 있다.
외부 지분투자도 적극적이다. 2021년 피부과·성형외과 체인 ‘쁨클리닉(쁨의원)’을 운영하는 진이어스 지분 10%를 40억 원에 사들여 2024년 180억 원에 매각한 바 있다.
에프앤코는 가상자산에도 적극 투자하고 있다. 2024년 말 현재 이더리움 757.49개(약 38억 원), 크레딧코인 5만6395.19개(약 9천만 원), 체인링크 8774.75개(약 3억 원), 이오스 12만2666.09개(약 1억5천만 원)를 보유 중이다.
에프앤코 실적도 증가세를 보인다. 에프앤코는 2024년 매출액(이하 연결기준) 1946억 원, 영업이익 270억 원, 당기순이익 273억 원의 실적을 거뒀는데, 이는 전년보다 각각 27.11%, 23.23%, 23.92% 성장한 것이다. 영업이익률도 13.86%에 달한다.
에프앤코는 높은 배당 지급으로 오너 일가의 부 축적에 기여하고 있다. 2022년에 대한 실적으로 46억 원, 2023년에는 49억 원의 결산배당을 지급했다.
향후 에프앤코의 역할과 관련해 가장 확률이 높은 경우의 수는 김 회장이 자신의 F&F홀딩스 지분을 단계적으로 에프앤코에 넘겨 김 상무의 지배력을 늘린 후 결국 옥상옥 구조의 지배구조를 정착시키는 것이다.
다만 에프앤코와 F&F홀딩스의 기업 규모 차이가 있기 때문에 에프앤코의 덩치를 키워야 한다.
2024년 말 기준 자산총액(별도 기준)은 에프앤코 1511억 원, F&F홀딩스 1조9596억 원이다. 다만 기업가치로 보면 2024년 말 기준 에프앤코가 약 1500억 원, F&F홀딩스는 약 4700억 원으로 그 차이가 훨씬 좁혀진다.
반면 업계에서는 에프앤코가 공격적인 사업 확장을 우선순위로 둠으로써 F&F홀딩스 지분 매입이 후순위로 밀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는 김승범 상무가 단순히 F&F홀딩스의 지분율을 높이는 데 주력할 것이라는 기존 예상을 넘어서는 것이다.
에프앤코가 해외사업 확대, 기업 인수 등으로 덩치를 키워 주식시장에 상장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증권가에서는 지금의 성장세와 영업이익률이라면 기업가치 1조 원 도전도 가능하다고 본다.
이는 김승범 상무가 부친의 영향력에서 벗어나 에프앤코의 독자경영에 집중할 수도 있다는 예상으로 이어진다.
하지만 아무리 에프앤코의 실적이 좋다 해도 김 상무가 F&F 후계자 자리를 마다하면서 부친과 다른 길을 갈 확률은 낮아 보인다.
이 때문에 김 회장이 에프앤코를 차남인 김태영 팀장 몫으로 떼어줄 수도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김태영 팀장은 1993년생으로, F&F에서 마케팅팀 팀장으로 일하고 있다.
▲ 김승범 에프앤코 대표이사(왼쪽)가 2022년 7월19일 서울 강남구 사옥에서 해양 생분해 소재 ‘PHA’ 활용 화장품 용기 제작을 위한 업무협약을 CJ제일제당과 맺고, 이승진 CJ제일제당 경영리더와 함께 기념촬영하고 있다. < F&F >
김창수 회장은 1961년 김봉규 삼성출판사 창업주의 둘째 아들로 태어났다. 김진용 삼성출판사 대표이사 회장이 형이다.
서울 동성고등학교와 연세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삼성출판사에서 일하다가 1992년 삼성출판사 계열사인 아트박스 대표이사에 오르며 비즈니스 전선에 뛰어들었다.
1992년 F&F를 설립하고 베네통, 시슬리, 엘르 등을 들여와 의류 사업을 시작했으나 어려움을 겪고 1998년 IMF 경제위기 당시 회사를 삼성출판사와 합병해 NSF를 설립한 후 패션사업부 대표이사 사장에 올랐다. 이후 2002년 F&F 대표이사 사장으로 다시 독립했다.
MLB, 디스커버리 익스페디션의 국내 유통에서 연이어 성공하면서 ‘패션 마케팅의 귀재’, ‘패션업게 미다스의 손’이라는 별명이 붙었다.
김승범 상무는 1987년생으로, 미국 컬럼비아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했다.
2015년 F&F 중국법인 사업부 총괄팀장으로 회사에 합류했고, 2019년 F&F 디지털본부 총괄(상무)이 됐다.
에프앤코에서는 2018년 사내이사, 2024년 대표이사를 맡았다. 이승열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