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중흥그룹이 대우건설을 인수한지 올해로 4년째를 맞았지만 사업 시너지가 나지 않으면서 기존 핵심계열사인 중흥건설과 중흥토건이 부진한 실적을 이어가고 있다.

정창선 중흥그룹 회장은 계열사 간 부당 지원과 관련된 법적 논란까지 발생하면서 고민이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대우건설 삼킨 중흥그룹 정창선 고민 깊어져, 시너지 안 나고 승계 리스크까지

정창선 중흥그룹 회장은 주요 계열사인 중흥건설과 중흥토건의 실적 부진과 공정거래위원회의 사익편취 고발에 따른 법적 문제로 고민이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14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중흥건설과 중흥토건은 건설 경기 불황의 여파를 이겨내지 못한 채 부진한 실적이 이어지고 있다.

중흥그룹은 2021년 12월 대우건설 인수를 통해 올해 5월 공정거래위원회 발표 기준 재계 순위 20위로 올라섰지만 핵심 계열사인 중흥토건과 중흥건설은 해마다 이익이 감소 추세를 보인다.

중흥토건과 중흥건설은 각각 대우건설 지분의 40.6% 및 10.2%를 보유하고 있다. 중흥토건은 정창선 회장의 장남인 정원주 중흥그룹 부회장이 지분 전부를 쥐고 있다. 중흥건설도 정창선 회장의 77%를 비롯해 오너가가 지분 대부분을 소유한다. 

중흥건설은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 2605억 원, 영업이익 23억 원을 거뒀다. 2023년보다 매출은 41.5%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86.2% 줄었다.

중흥토건은 지난해 별도기준 매출 1조1614억 원, 영업손실 674억 원을 기록했다. 2023년보다 매출은 11.58% 감소했고 영업적자로 돌아섰다.

중흥건설과 중흥토건 모두 대우건설 인수 뒤 2022년부터 해를 거듭할수록 수익성이 후퇴하는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중흥건설은 2022년만 해도 영업이익이 177억 원이었으나 2023년 169억 원으로 줄었고 지난해 더 수익성이 쪼그라들었다. 중흥토건 역시 2022년 1133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으나 2023년 477억 원으로 줄어든 뒤 적자전환했다. 

이런 수익성 악화를 놓고 건설경기 악화 속에서 대우건설과 사업적 시너지가 발휘되지 못한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중흥그룹은 대우건설을 인수하면서 중흥건설 및 중흥토건과 피인수 기업인 대우건설의 독립 경영 방침을 내걸었다.

구체적으로 중흥그룹은 대우건설 독립경영과 함께 임직원 고용승계보장, 부채비율 개선, 임직원 처우개선, 핵심가치(도전과 열정,자율과 책임)의 고양, 내부승진 보장, 능력 위주의 발탁 인사 등 현안사항을 선별하고 적극 추진하기로 했다.

정창선 중흥그룹 회장은 2021년 12월 대우건설 인수 본계약 체결식에서 "대우건설이 재도약하기 위해선 임직원 개개인과 조직 사이 신뢰와 협력이 중요하다"며 "그런 여건과 환경을 만들기 위해 깊이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현재까지 두 기업 간의 문화적 차이와 조직 통합의 어려움이 예상보다 크다는 분석이 많다. 박찬보 한국기업평가 연구원은 "대우건설과 중흥그룹의 독립 경영 체제가 이어지고 있어 사업적 시너지 효과가 현재로서는 제한적 수준에 그치고 있다고 판단된다"고 말했다.

더구나 지난해 기준 중흥그룹의 매출의 80% 가량을 차지하는 대우건설도 실적이 주춤하는 모습을 보인다.

대우건설은 중흥그룹 인수 뒤 매출은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으나 영업이익은 해마다 감소하는 추세를 보였다.

대우건설의 영업이익은 2022년 7600억 원에서 2023년 6625억 원, 지난해 4031억 원으로 줄었다. 증권업계의 올해 대우건설 영업이익 전망 평균치는 4천억 원에 미치지 못한다.

특히 대우건설은 올해 해외 신규수주 규모는 약 1조2천억 원으로 올해 목표했던 4조4천억 원의 4분의 1수준에 그쳤다. 

다만 이르면 연말 체코 두코바니 원전 시공계약을 비롯해 주춤했던 모잠비크 LNG 플랜트 사업 등이 다시 궤도에 오를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대우건설 삼킨 중흥그룹 정창선 고민 깊어져, 시너지 안 나고 승계 리스크까지

▲ 중흥그룹의 핵심 계열사들의 수익성이 악화되면서 대우건설 인수 뒤 사업적 시너지가 제대로 발휘되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대우건설과 기존 주력 계열사 사이 이렇다 할 시너지가 좀처럼 나지 않는 가운데 정 회장은 장남을 향해 부당하게 지원했다는 이른바 '사익편취' 논란까지 불거지고 있어 고민이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 10년간 중흥건설이 중흥토건에 3조 2천억 원이라는 막대한 신용 보강을 제공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부당 지원 논란이 도마 위에 올랐다.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는 이를 놓고 "총수 일가가 사적으로 이익을 챙기기 위해 계열사 자금으로 장남 회사를 부당하게 지원한 행위"라고 결정했다.

중흥건설은 2015년 7월부터 2025년 2월까지 약 10년간 중흥토건의 주택 및 산업단지 개발사업과 관련해 3조2096억 원에 달하는 프로젝트파이낸싱(PF) 및 유동화 대출에 대해 무상 신용보강을 제공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중흥토건은 중흥건설의 무상 신용보강 덕분에 본래의 재무 능력 이상의 대형 사업을 수행하고 막대한 이익을 거두었다.

광교 C2 블록과 같은 대형 프로젝트들은 중흥건설의 보증 덕분에 중흥토건이 경쟁 우위를 점하고 사업을 성공시켜 정원주 부회장이 100%를 가진 회사의 가치를 부당하게 높인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또한 중흥토건이 이 막대한 이익과 성장한 기업 가치를 바탕으로 대우건설 인수를 성공시키며 그룹 내 핵심 회사로 자리매김하는 결정적 기반이 됐다는 의혹도 받는다.

공정위는 중흥토건에 부당하게 지원된 신용보강의 대가가 약 180억 원에 달한다고 봤고 중흥그룹 핵심 계열사들에 180억2천만 원 규모의 과징금을 물렸다.

공정위는 이뿐 아니라 중흥건설을 검찰에 고발했고 지난 9월 검찰은 중흥건설을 기소했다. 중흥그룹은 단순히 논란을 넘어 실제 재판을 통해 법적 책임을 가려야 하는 상황에 놓인 셈이다.

중흥건설은 지난 10월 공정위 제재에 불복해 이의신청을 했으나 기각됐고 현재 행정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중흥건설 관계자는 "건설 시장의 전반적 침체로 인해 활동을 계획보다 보수적으로 운영 중이며 경기 회복에 따른 반등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과징금 관련 행정소송은 계속 진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인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