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오세훈 서울시장이 이재명 대통령의 투기수요 억제 방침 언급 뒤 바로 ‘압도적’ 주택공급을 강조해 서울시와 정부 사이에 묘한 신경전이 벌어지는 모양새다.

정부의 '9·7부동산대책'에 따라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권한이 기존 지방지차단체장에서 국토교통부 장관까지 확대된 데다 특히 강남3구 토허구역 지정 만료 시점도 다가오고 있어 오 시장의 공급 정책이 분수령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오세훈 '주택 공급 확대' 놓고 정부와 신경전, 9월 성동·마포로 토지허가구역 확대될지가 분수령

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 11일 중랑구민회관에서 열린 '대시민 정비사업 아카데미'에서 발언하고 있다. <서울시>


12일 서울시에 따르면 오세훈 서울시장은 전날 중랑구 대시민 도시정비사업 아카데미에서 “압도적 속도와 규모로 주택을 공급해 주택시장과 주거 안정 목표를 빠르게 달성하겠다”고 말했다.

오 시장은 그동안 강조한 주택공급을 되풀이해 강조했지만 발언 맥락을 살펴보면 정부와 시각차가 드러난 것으로 여겨진다.
 
그는 지난 9일에는 정부의 9·7대책을 놓고 “집값 급등 진원지 강남에 신규 공급을 획기적으로 늘리려는 조치가 없으면 시장은 안정되기 어렵다”며 “부동산 가격 상승을 이끄는 곳은 서울인데 큰 변화가 있는 조치가 발표된 것 같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재명 정부 출범 뒤 첫 부동산공급방안 9·7대책이 2030년까지 수도권에 공공주택 중심으로 135만 호를 착공하겠다는 내용을 담았지만 정작 부동산시장의 핵심 서울에 유의미한 공급 신호가 없었다는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도 큰 틀에서는 공급확대를 강조한다. 다만 한국토지주택공사(LH) 주도에 방점을 찍어 서울시가 재개발·재건축 조합의 개발을 돕는 민간 중심 방식과는 차이가 있다.

또한 전날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에서는 강력한 수요 억제를 강조해 오 시장과 온도차가 엿보였다. 

이 대통령은 “수요와 공급관리 양 측면이 있는데 사실 수요관리를 잘 해야 하고 공급을 무한대로 늘릴 수는 없다”며 “수요를 실수요자 중심으로 투기적 요인으로 부동산을 취득하는 일을 최소화해야 하는데 그러려면 반복적으로 대책을 내놓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부동산 시장의 관심은 결국 9·7대책에 따라 국토부 장관까지 권한이 확대된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문제에 쏠린다. 토허구역 지정 지역이 확대되면 토지확보를 위한 행정 인허가에 시간이 걸려 주택 공급이 늦춰질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현행법상 정부의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권한은 같은 시·도 내에 있는 공공개발사업에만 한정돼 있었던 만큼 9·7대책에 따른 국토부 장관의 토허구역 지정 권한 확대로 향후 시장 상황에 따라 적절한 시기에 대응하는 것이 수월해질 것으로 여겨진다.

특히 오 시장이 올해 초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권한을 사용하는 과정에서 비판을 받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지자체장 대신에 정부가 직접 부동산 시장 장악력을 높이려는 방안으로도 읽힌다.

오 시장은 올해 3월 '잠삼대청(잠실·삼성·대치·청담)' 등 강남3구 일부 지역의 토지거래허가구역을 폐지했다 재지정해 시장 혼란을 부추겼다는 지적을 받았다. ‘오쏘공(오 시장이 쏘아올린 작은 공)’이란 비판이 이어졌고 오 시장 스스로도 사과했다.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의 관건은 9·7대책 이후 아파트값 추이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 아파트값은 강남3구 핵심지를 중심으로 가파르게 오르고 있으며 '마·용·성(마포구, 용산구, 성동구)'에서도 눈에 띄게 상승했다.

KB부동산에 따르면 9월 둘째주(8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지수는 99.32로 지난해 마지막 조사(12월30일)보다 6.39% 올랐다.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지수는 89.73으로 같은 기간 0.21% 오르는 데 그쳤다.

자치구별로는 강남구가 120.7로 같은 기간 15.5% 올랐고 송파구(113.83)가 13.7%, 서초구(115.14)가 12.8% 상승하며 뒤를 이었다. 성동구는 109.43으로 11.8%, 용산구는 113.96으로 9.95%, 마포구는 106.88로 8.67% 상승했다.

강남3구와 인접한 경기 남부 상급지 상승폭도 컸다. 과천시는 14.01% 오른 119.77로 강남구에 육박했고 성남시 분당구는 7.93% 오른 105.01로 집계됐다.
 
오세훈 '주택 공급 확대' 놓고 정부와 신경전, 9월 성동·마포로 토지허가구역 확대될지가 분수령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1일 취임 100일을 맞아 연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대통령실>


현재로서는 강남3구와 용산구의 토지거래허가구역 유지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 4개 지역은 9월말로 토허구역 지정이 끝난다.

당장의 아파트 공급 물량 부족과 가을 이사철이란 계절적 요인을 고려하면 아파트 가격을 밀어올릴 요인이 여전히 존재하고 있어서다. 이뿐 아니라 성동구 등 다른 상급지으로의 확대 가능성도 제기된다.

부동산업계 한 관계자는 “당장 입주 공급 절벽 등 가격 상방압력이 존재해 한동안 토허구역 지정이 된 곳은 유지될 것을 보인다”며 “앞으로 부동산 시장 과열에 대비해 선제적 조치로 다른 지역으로 확대될 가능성도 열려 있다”고 바라봤다.

부동산업계 다른 관계자는 “토허구역 지정은 이제 실무적이라기 보다 정무적 사안이 된 측면이 있다”며 “앞으로 당장 정책에 변화를 주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이며 기존 토허구역을 연장하고 일부를 더욱 강화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큰 틀에서 토허구역 지정은 유지되거나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는 시각이 우세한 것으로 파악된다.

다만 오 시장이 2026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부여당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어 그 과정에서는 서울시와 정부 사이 갈등이 심화될 가능성도 있다. 최근 여당 내 서울시장 후보로 거론되는 박주민 의원과 설전이 대표적이다.

박 의원은 지난 6일 개인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오 시장은 2021년 취임과 동시에 2025년까지 24만 호 주택을 공급하겠다며 ‘신속통합기획’과 ‘모아타운 및 모아주택’ 정책을 내세웠다”며 “다만 착공 기준으로 보면 주택공급세대는 사실상 ‘0’에 머물렀다”고 지적했다.

신속통합기획은 서울시가 정비사업 절차를 지원해 사업 가능성을 높이고 인허가 절차를 간소화하는 제도다. 오 시장의 대표 부동산 정책으로 꼽힌다.

오 시장은 박 의원의 글 이후 SNS에서 “재개발과 재건축이 빵공장에서 빵 찍어내듯 주택을 찍어내는 것으로 아시는 분이 계신다”며 “18.5년이 걸리는 것을 신통기획을 통해 13년으로 줄여놨더니 왜 아직 성과가 없냐고 묻는 무지함에 기가 막힌다”고 맞받았다. 김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