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국내 이동통신 시장이 예기치 못한 격변에 휩싸이고 있다.

불과 2달 전까지만 해도 SK텔레콤이 유심 해킹 사고로 가입자 이탈을 겪으며 코너에 몰렸지만, 이번에는 KT의 무단 소액결제 사태가 불거지고 LG유플러스까지 해킹사고 조사 대상에 오르면서 판세가 다시 뒤집히고 있다.
 
잇단 해킹사고에 이동통신 '반전의 반전', 이번엔 KT·LGU+ 코너 몰리고 SK텔레콤 반사이익

▲ KT의 무단 소액결제 사태가 불거지고 LG유플러스까지 해킹사고 조사 대상에 오르면서 두 통신사를 향한 소비자의 불신이 커지고 있다. <연합뉴스>


11일 통신 업계 취재를 종합하면 KT 무단 소액결제 사태로 인한 소비자 불안에 더해 애플 아이폰17 출시까지 겹치면서 하반기 이동통신 시장의 가입자 쟁탈전 지형이 또 한 번 크게 요동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KT는 이번 사태로 가장 큰 타격을 입고 있다.

KT 자체 조사에서 가입자 무단 결제 피해 건수가 경찰에 신고된 사례보다 훨씬 많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신뢰도가 걷잡을 수 없이 흔들리고 있다. 피해 규모가 더 커질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남아 있어 KT 브랜드 이미지의 추가 훼손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LG유플러스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미국 보안 전문지에서 KT와 함께 해킹 의혹을 제기한 데 이어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조사까지 받으면서 소비자들의 두 회사를 향한 불신이 커지는 상황에 직면하고 있어, LG유플러스도 가입자 이탈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는 처지에 놓였다.

현장 유통망에서는 KT와 LG유플러스를 향한 소비자 불안감이 감지되고 있다.
 
휴대전화 한 유통점주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오늘 고객에게 KT로 번호이동을 권했더니 KT로는 지금 못 가겠다고 하더라”라며 “소비자들은 사태가 어디까지 확산될지 관망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SK텔레콤은 두 통신사와는 전혀 다른 국면을 맞고 있다. 

7월까지만 해도 유심 해킹 사고와 위약금 면제 조치로 대규모 가입자 이탈에 시달리며 고전했지만, 이번 사태를 계기로 오히려 반전의 기회를 잡고 있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SK텔레콤은 7월 위약금 면제로 가입자 이탈이 있었지만, 8월 들어 안정세를 찾았다”며 “이번 사태를 계기로 신규 가입자 확보를 위한 드라이브를 걸기에 유리한 상황이 됐다”고 말했다. 

통신사업자연합회(KTOA)에 따르면 8월 번호이동 전체 건수는 54만1224건으로, 7월 56만1448건보다 2만 건 가량 줄엇다. 하지만 SK텔레콤은 1만3090건 순증을 기록하며 유일하게 가입자가 늘었다. 반대로 KT는 7863명, LG유플러스는 221명이 각각 감소했다.
 
잇단 해킹사고에 이동통신 '반전의 반전', 이번엔 KT·LGU+ 코너 몰리고 SK텔레콤 반사이익

▲ SK텔레콤은 KT의 무단 소액결제 사태의 반사이익으로 그동안 이탈했던 가입자를 다시 끌어모을 기회를 잡을 것으로 전망된다. <비즈니스포스트>


특히 SK텔레콤은 기존에 이탈했던 가입자가 복귀할 경우 멤버십 혜택을 그대로 유지하도록 제도를 마련해둔 상태라 가입자 복귀를 위한 장벽도 낮은 상황이다.

여기에 SK텔레콤이 보조금까지 늘린다면 가입자 회복세를 본격화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 같은 이동통신 시장에 변동성을 키우는 또 다른 요인은 아이폰17 출시다.

신작 아이폰은 매번 휴대전화 교체 수요를 이끌어내며 이동통신사 사이 보조금 경쟁을 격화시켜왔다.

임봉호 SK텔레콤 MNO 사업부장은 지난 6월 일일 브리핑에서 “9월 아이폰 출시 등 3분기에 여러 이벤트가 있어 마케팅비를 단정하기 어렵지만 시장 경쟁 강도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며 보조금 경쟁이 다시 불붙을 가능성을 시사했다.

아이폰17 출시가 이번 해킹 사태와 맞물려 이동통신 사이 보조금 경쟁으로 이어진다면 SK텔레콤의 가입자 회복을 더욱 자극할 수 있다는 예측도 나온다.

다만 시장에서는 최근 잇단 이통사 해킹 사태가 SK텔레콤의 반사이익으로 곧바로 이어질지에 대해서는 신중한 평가도 나온다. 

모 증권사 연구원은 “KT가 사고 조치를 마친 상황이라 SK텔레콤 사태 때처럼 가입자 대규모 이탈 러시는 없을 것”이라며 “재무제표로 볼 때 SK텔레콤의 현금 흐름이 올해 그렇게 넉넉하지 않아 아이폰17 출시를 계기로 공격적으로 마케팅비를 쏟아붓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조승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