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저널] 토스 비바리퍼블리카 나스닥 상장 의지 보이는 이승건, 이사회 후진성 해결 급선무

이승건 비바리퍼블리카 창업주 겸 대표는 국내 핀테크 플랫폼 토스를 운영하는 비바리퍼블리카의 나스닥 상장을 꿈꾸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래픽 씨저널>

[씨저널] 스트라이프(미국의 간편결제 기업), 레볼루트(영국의 인터넷 은행). 클라르나(스웨덴의 간편결제 기업).

미국의 나스닥 상장 준비를 하고 있거나 검토를 하고 있는 글로벌 핀테크 기업들이다. 모두 100억 달러(13조 원) 이상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받고 있는 기업들이기도 하다.

국내 핀테크 플랫폼 토스를 운영하는 비바리퍼블리카 역시 나스닥 상장을 꿈꾸고 있는 기업 가운데 하나다. 시장에서는 비바리퍼블리카 역시 10조 원 이상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는 기업으로 기대하고 있는데, 핀테크 업체가 이정도의 기업가치를 인정받기 위해서는 국내 상장보다 나스닥 상장이 훨씬 유리하기 때문이다. 

레볼루트나 클라르나가 자국 시장이 아닌 나스닥 상장에 관심을 보이는 이유 역시 비바리퍼블리카와 동일하다.

문제는 비바리퍼블리카의 지배구조, 그 중에서도 이사회의 투명성이다.

미국 자본시장이 우리나라와 비교해 독립적이고 투명한 지배구조를 중시하는 만큼, 비바리퍼블리카가 선진적 지배구조 체계를 도입하지 않으면 상장 자체가 위협받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 나스닥 상장을 향한 의지, 하지만 이사회 운영 행태는 ‘나스닥 상장 규정’에 대부분 어긋나

이승건 비바리퍼블리카 창업주 겸 대표는 올해 초 열린 토스 10주년 기자간담회에서 미국 나스닥 상장과 관련해 “IPO 관련해서는 현재 결정된 사항이 없어 구체적 답변을 하기는 이르다”라며 “글로벌 기업으로서 중요한 행보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상장 계획을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지만 상장에 대한 의지 자체는 피력한 셈이다. 특히 ‘글로벌 기업’을 언급한 만큼 한국보다 핀테크 기업에 대한 평가 기준이 높은 미국 시장에서 자본을 조달하고 글로벌 인지도를 높이려는 전략을 세우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비바리퍼블리카의 이사회 구조를 살펴보면 이사회가 이승건 대표의 영향력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종종 이사회에 의해 창업주가 해고되는 일이 발생할 정도로 이사회의 권한과 독립성이 강한 미국 시장의 행태와 맞지 않는 모습인 셈이다.

2025년 상반기보고서 기준 비바리퍼블리카 이사회는 총 5명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이 중 사외이사는 2명에 불과하다. 사외이사의 수가 이사회 인원의 절반도 채 되지 않는다.

나머지 이사회는 이승건 대표를 비롯해 이형석 최고기술책임자(CTO), 장민영 최고제품책임자(CPO) 등 회사측 인물로 채워져있다.

더구나 이승건 대표는 이사회 의장을 겸직하고 있다. 이사회 의장과 최고경영자를 분리하는 것이 최근 선진 거버넌스의 트렌드라는 것을 살피면 현재 비바리퍼블리카 이사회를 이승건 대표가 장악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다. 

비바리퍼블리카는 사외이사의 규모 이외에도 ‘지배구조 모범규준’에서 제시하는 가이드라인을 대부분 따르지 않고 있다. 사외이사에 대한 교육 프로그램이나 사외이사 추천위원회도 운영하지 않고 있으며 사외이사만이 참석하는 회의(사외이사 회의)도 열지 않고 있다. 

이사회 내 위원회는 감사위원회만 운영중이며 감사위원회에는 사내이사인 이형석 CTO가 참석하고 있다. 

지배구조 모범규준은  감사위원회, 보상위원회, 내부거래위원회,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 등의 이사회 내 위원회를 설치할 것을 권고하고 있으며 특히 이 네 개의 위원회는 전원 사외이사로 규정할 것을 가이드라인으로 제시하고 있다.

비바리퍼블리카의 이사회 운영 형태는 한국의 지배구조 모범규준 뿐 아니라 나스닥의 상장규정(Listing Rule)에도 어긋난다.

미국 나스닥의 상장 규정은 5605(b)(1) 규정에서 이사회의 과반수는 반드시 독립이사(Independent Director, 우리나라의 사외이사)로 구성돼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한 5605(b)(2) 규정에서는 독립이사들은 정기적으로 ‘executive session(경영진 배석 없는 회의)’을 열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감사위원회는 전원 사외이사로만 규정해야 한다는 규정(5605(c))도 있다. 

◆ 쿠팡과 비교되는 이사회 수준, 비바리퍼블리카 글로벌 신뢰 획득 위한 구조 개편 시급

한쪽에서는 비바리퍼블리카의 이사회 구성을 이미 나스닥에 상장돼있는 쿠팡의 이사회와 비교하기도 한다. 

쿠팡은 뉴욕증시에 상장하면서 사외이사 중심의 투명한 이사회 운영을 강조하고 있다. 

쿠팡의 모기업이자 나스닥에 상장되어있는 쿠팡Inc의 이사회는 모두 8명의 이사로 구성돼 있는데, 이 가운데 사내이사는 김범석 창업주 단 한 명뿐이고 나머지는 모두 사외이사(Independent Director)다. 

김범석 창업주가 이사회 의장을 겸임하고 있기는 하지만 닐 메타(Neil Mehta) 사외이사를 대표사외이사(Lead Independent Director)로 지정해 사외이사의 독립성을 확보하고 있기도 하다.

지배구조 모범규준은 이사회 의장을 대표이사가 겸직할 경우 사외이사를 대표하는 선임사외이사를 선임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이사회 내 위원회로는 감사위원회(Audit Committee), 보상위원회(Compensation Committee), 임원추천 및 기업지배구조위원회(Nominating and Corporate Governance Committee) 등이 있는데, 이 위원회는 전원이 사외이사로만 구성돼있다. 

토스는 쿠팡과 유사한 성장 경로를 밟고 있지만, 이사회 구조에서 큰 차이를 보이고 있는 셈이다. 

◆ ESG 전환은 시작됐다, 하지만 아직 갈 길 멀어보이는 지배구조 개선

비바리퍼블리카는 최근 ESG 전환을 본격화하며, ESG 담당 직무를 신설하고 지속가능경영보고서 작성도 시작했다. SASB, TCFD 등 글로벌 기준에 부합하는 정보를 수집하고 외부 공시 체계를 정비하는 등 첫걸음을 내딛었다.

그러나 ESG 경영은 단순히 보고서를 발간하는 것을 넘어, 경영 전반의 구조적 개혁과 실질적인 실행이 뒤따라야 의미가 있다. 만약 성공적으로 나스닥 상장이 완료된다고 하더라도 ESG 보고서 발간만으로는 미국 시장에서 투자자들의 신뢰를 확보하기 어렵다.

이사회 구성과 내부통제 시스템을 통해 객관적 판단이 가능한 지배구조(G) 항목 차원의 개선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나스닥 상장은 단순한 자본 조달의 의미를 넘어 기업의 투명성, 독립성, 지속가능성을 종합적으로 평가받는 시험대”라며 “글로벌 투자자들로부터 신뢰를 얻고 장기적 성장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지배구조의 전면 개선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휘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