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김범석 우아한형제들 대표이사 <우아한형제들>
2023년에 견줘 매출액은 26.56% 성장했으나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각각 8.44%, 9.26% 줄어들었다. 외형은 커졌으나 수익성은 악화됐다는 뜻이다.
특히 영업이익률이 2023년 20.49%에서 2024년 14.82%로 5.67%p나 감소했다. 영업비용이 35.58%나 늘어났기 때문이다.
회사 쪽은 매출 성장에 대해 “2024년 4월부터 무료배달이 꾸준한 고객 유입을 이끌면서 주력인 음식배달 서비스가 안정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배민 B마트 등 퀵커머스 서비스가 개선된 실적을 올리며 매출 확대를 이끌었다”고 설명했다.
반면 영업이익 감소에 대해서는 “소비자 배달팁을 플랫폼이 부담하는 배달 수요가 늘면서 배달기사(라이더) 비용이 반영된 외주용역비를 비롯한 영업비용이 증가해 영업이익은 감소했다”고 덧붙였다.
B마트는 배달의민족(이하 배민)이 운영하는 퀵커머스 서비스다. 소비자가 주문한 식료품과 생활용품을 배민의 도심형 물류센터(PPC)에서 1시간 이내에 신속하게 배송해 준다.
이 같은 상황을 종합하면 배민은 무료배달과 퀵커머스 사업 확대로 외형은 성장했지만 무료배달 서비스 확대에 따른 비용 때문에 이익은 줄었다고 요약할 수 있다.
배민은 수익 감소와 함께 자영업자 및 라이더와의 갈등이 확대되는 이중고에 직면해 있다.
배민은 2025년 4월 포장주문 수수료를 신설했는데 이에 대한 자영업자들의 불만이 컸다. 아울러 정부여당이 추진 중인 ‘배달앱 수수료 상한제’로 인해 소득이 줄어들 것을 염려한 라이더들의 불만도 증폭되고 있다. 이는 회사 쪽에 부담으로 다가올 가능성이 크다.
김범석 우아한형제들 대표에게는 회사의 수익성을 개선하면서 가맹점주 및 라이더의 불만을 누그러뜨려 회사의 지속가능성을 꾀해야 하는 모순된 과제가 동시에 놓여 있다고 볼 수 있다.
김범석 대표는 미국 조지워싱턴대학교에서 국제관계학과 경제학을 전공하고 글로벌 차량 공유 플랫폼인 우버에서 일했다. 우버 튀르키예 법인 설립에 참여했고, 이후에도 튀르키예에서 음식배달앱 글로보, 트렌디욜 고 플랫폼 기업을 설립해 운영한 경력이 있다.
김 대표는 2025년 1월 우아한형제들 대표이사에 선임됐다.
◆ 배민 수익성 떨어뜨린 무료배달 서비스
배민의 수익성 악화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은 ‘무료배달’ 서비스다. 배민은 2024년 3월 경쟁사인 쿠팡이츠서비스가 쿠팡 와우 멤버십 회원을 대상으로 하는 무제한 무료배달 서비스를 시작하자 바로 뒤따라서 이를 도입했다.
무료배달은 기존에 가맹점주와 소비자가 나눠 내던 배달요금 중에서 소비자 부담액을 회사가 부담하는 개념이다.
이에 따라 배민의 외주용역비(배달기사에게 지급하는 비용)는 2023년 1조2902억 원에서 2024년 2조2369억 원으로 73.4% 급증했다.
그럼에도 쿠팡이츠와 시장점유율 격차는 줄어들고 있다. 2025년 3월 기준 배민과 쿠팡이츠의 월간활성사용자수(MAU)는 각각 2221만1870명과 1037만6135명을 기록해 약 2대 1의 수준을 보였다. 무료배달 도입 전인 2024년 초에는 6대 1 수준이었다. 또한 배민의 MAU는 전년 같은 달에 견줘 1.6% 상승에 그친 반면, 쿠팡이츠의 MAU는 65.8% 증가했다.
이와 함께 2025년 1월 도입한 ‘배민1플러스 상생요금제’ 역시 배민의 수익성에 악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높다. 상생요금제는 향후 3년 동안 중개이용료를 기존 9.8%에서 2∼7.8%p 인하하는 것으로, 중소벤처기업부가 주관한 배달플랫폼 상생협의체의 합의에 따른 것이다.
◆ 포장수수료 도입, 자영업자 갈등은 여전
배민이 무료배달을 도입하자 업계에서는 이 비용이 결국 수수료 체계를 통해 가맹점주에게 전가될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를 내놓았다. 이 평가는 배민이 포장주문 수수료를 신설하면서 현실이 됐다.
배민은 2025년 4월 포장주문 수수료 6.8%를 새롭게 부과하기로 했다. 종전까지 포장주문 수수료는 무료였다.
회사 쪽은 “상생 차원에서 포장주문 중개서비스에 대한 과금을 5년간 유예하다 정상화하는 것”이라는 입장을 내놓았다.
하지만 자영업자들은 결국 회사 쪽만 배불리는 정책이라며 즉시 반발했다.
배민의 상생요금제에 따르면 매출 상위 35% 이내 업주는 7.8%, 상위 35∼80%는 6.8%, 80∼100%는 2.0%의 배달 중개수수료를 각각 내도록 돼 있다. 하지만 포장수수료 도입으로 하위 20% 매장을 뺀 대다수 자영업자가 고객의 포장주문 때 배달주문에 맞먹는 수수료를 내야 한다.
자영업자들은 포장주문 수수료 때문에 더 이상 고객에게 포장할인 혜택을 제공할 수 없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또 내년 3월까지 포장주문 수수료 무료를 선언한 쿠팡이츠, 수수료율(0.80~2.90%) 수준이 상대적으로 낮은 네이버 등 다른 플랫폼으로 갈아탈 수밖에 없다는 의견도 냈다.
이에 대해 배민 관계자는 씨저널과 통화에서 “당사는 픽업 활성화를 위해 고객 할인 혜택, 업주 지원을 전개하고 있으며, 이를 위해 연간 300억 원의 마케팅 비용을 투자할 것”이라며 “픽업이 활성화될수록 매장 이익률이 높아지고 고객과의 접점도 늘어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포장주문 수수료를 유지하되 그 대신 포장주문 활성화를 위한 마케팅 프로모션에 투자를 늘리겠다는 의미다.
◆ 배민이 빠져 있는 ‘딜레마’
업계에서는 배달앱 비즈니스가 본질적으로 ‘제로섬 게임’의 특성을 갖고 있다는 견해가 제기된다.
배달앱 업체들은 높은 프로모션 등을 통한 출혈경쟁을 벌일 수밖에 없고 이는 수익성 악화를 야기한다. 왜냐하면 배달앱 사업의 핵심인 라이더 풀이 유한하기 때문이다.
라이더들은 더 좋은 조건을 제시하는 업체로 몰릴 수밖에 없고, 종국에는 경쟁에서 이긴 업체가 시장 전체를 장악하는 ‘승자 독식’으로 이어진다.
이 같은 틀에서 보면 배민은 경쟁사인 쿠팡이츠에 견줘 불리한 위치에 있다. 쿠팡이츠는 국내 전자상거래(이커머스) 시장에서 압도적인 지위를 갖고 있는 모기업(쿠팡)이 존재한다.
반면 배민은 최대주주인 독일 기업 딜리버리히어로의 이익 실현 및 배당 압박 때문에 지속적인 투자를 기대할 수 없는 위치다.
당장 이익은 내야 하지만 장기적인 지속가능성을 위한 투자는 어려운 ‘딜레마’에 빠져 있다는 뜻이다. 이 딜레마는 곧 배민이 수익성 악화와 자영업자와의 갈등 심화라는 이중고를 겪고 있는 원인이 된다.
실제로 2024년 배민의 영업비용이 전년에 견줘 35.58% 증가할 때 쿠팡이츠의 비용은 137.02% 늘어났다. 이는 쿠팡이츠가 배달앱 업계 1위인 배민의 영역을 뺏어오기 위해 출혈경쟁을 감수하고 있다는 의미다. 이승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