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금감원 직원 4분의1 검정 옷 입고 '공공기관 지정 철회' 요구, "이게 진정 최선이냐"](https://www.businesspost.co.kr/news/photo/202509/20250909162153_81527.jpg)
▲ 금융감독원 직원들이 9일 금융감독원 로비에서 '금소원 분리 철회하라'고 써있는 피켓을 들고 집회를 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9일 오전 8시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로비에 검은색 옷을 입은 직원들이 모여서 이 같은 구호를 외쳤다.
출근길 집회에 합류하는 직원들이 속속 더해지면서 널찍한 금감원 로비가 좁게 느껴질 만큼 가득 찼다.
금감원 노동조합에 따르면 이날 600여명의 직원이 모였다.
전체 직원이 약 2400명임을 고려하면 4분의 1이 집회에 참여한 것이다.
이들의 표정에서 웃음기는 찾기 어려웠다. 검은색으로 채워진 로비에는 허탈함과 분노가 가득했다.
이날 수백 명의 금감원 직원은 금융당국 조직개편안에 반대 목소리를 내기 위해 이곳에 모였다.
앞서 정부는 7일 조직개편안을 발표했다.
금감원 산하 금융소비자보호처를 분리해 금소원을 신설하는 내용이 담겼다. 또한 금감원과 금소원 모두 공공기관으로 지정하기로 했다.
![[현장] 금감원 직원 4분의1 검정 옷 입고 '공공기관 지정 철회' 요구, "이게 진정 최선이냐"](https://www.businesspost.co.kr/news/photo/202509/20250909163118_77445.jpg)
▲ 금융감독원 한 직원이 9일 집회에서 자유발언을 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어 “어제 (조직개편 관련) 내부 메일을 보고 한숨밖에 나오지 않았다”며 “내부 목소리를 한 번만 들어 달라”고 호소했다.
다른 직원은 “이번 정부 조직개편이 금융소비자보호를 위한 것이 맞는지 의문”이라며 “금융소비자보호 최전선에 있는 금감원의 의견이 단 한 줄이라도 반영됐느냐”고 강한 어조로 짚었다.
또한 그는 “전날 금감원 수석부원장 발언의 요지를 요약하면 ‘내 목숨이 위태로우니 나는 나서지 않겠다, 너희들이 알아서 해결해라’였다”며 “한 조직의 2인자 자리에 있는 분이 할 말이냐”고 비판했다.
울먹이며 발언하는 직원도 있었다.
이 직원은 “절대로 금소원을 분리해서는 안 된다”고 외쳤다.
이어 “금감원 수석부원장을 비롯해 아무도 여기(조직개편)에 책임을 지지 않는다”며 “그렇기에 이 이른 아침부터 직원들이 함께 부르짖고 있지 않는가?”라고 말했다.
이처럼 직원들이 자유 발언에 나서 이야기를 하면 나머지 직원들은 박수갈채를 보내거나 맞장구를 치면서 호응했다.
이번 조직개편안에 포함된 공공기관 지정이 금감원의 독립성을 침해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금감원 다른 직원은 “금감원은 정치권의 영향을 덜 받으면서 금융소비자보호에 치중하기 위해 독립성을 유지했다”며 “금융소비자 보호가 무엇인지 좀 더 고민하고 방안을 마련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현장] 금감원 직원 4분의1 검정 옷 입고 '공공기관 지정 철회' 요구, "이게 진정 최선이냐"](https://www.businesspost.co.kr/news/photo/202509/20250909163736_53138.jpg)
▲ 금융감독원 노동조합 관계자가 9일 집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금감원과 금소원은 인적 교류를 한다는 구상이다. 다만 내부 반응은 부정적이다.
윤태완 금감원 노조 부위원장은 “금감원 직원을 파견시켜서 근무하면 소속감이 없을 것”이라며 “(파견을) 다녀오는 사이 경력, 평가, 연수, 복지 등은 어떻게 되는 것인가”라고 말했다.
이날 이찬진 금감원장은 노조 집회가 시작되는 오전 8시께 정문으로 출근했다.
쏟아지는 기자들의 질문에도 아무런 대답 없이 안으로 들어갔다.
금감원 직원들은 이 원장을 둘러싼 기자들 뒤에서도 ‘철회하라’는 구호를 외쳤다.
![[현장] 금감원 직원 4분의1 검정 옷 입고 '공공기관 지정 철회' 요구, "이게 진정 최선이냐"](https://www.businesspost.co.kr/news/photo/202509/20250909163933_59937.jpg)
▲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9일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금감원 노조는 2008년 1월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600여명이 참여한 집회를 연 적이 있다. 당시에도 금융감독기구 개정안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냈다.
특히 금감원 노조는 8일 오후 4시30분 이후 집회를 공지했다. 상당히 늦은 시간 공지를 했음에도 많은 이들이 모였을 만큼 내부에서 이번 사안을 두고 촉각을 세우고 있는 것이다.
금감원 노조는 이날 집회를 시작으로 계속해서 목소리를 높이겠다는 방침을 내놨다. 현재는 이 원장에게 정식 면담을 요청한 상태다.
금감원 노조는 쉽게 물러서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날 한 직원은 “이 정부 개편안에는 지금도, 앞으로도 동의할 수 없다”며 “수석부원장과 원장이 어떤 당근을 제시할지는 모르겠으나 웬만한 당근으로도 동의할 수 없다”고 말했다. 조혜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