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 철강·석유화학에 또 배출권 무상할당, 환경단체 "계획 전면 개편해야"

▲ 환경부가 7월14일 철강과 석유화학 산업계에 배출권을 다시 무상 할당해주겠다고 밝히면서 환경단체들이 일제히 반발하고 있다 .사진은 정부세종청사 환경부 건물. <위키미디아 커먼스>

[비즈니스포스트] 환경부가 고배출 산업에 또다시 무상으로 배출권을 할당해주기로 해 환경단체들이 반발하고 나섰다.

기후솔루션과 당진환경운동연합 등이 참여하는 시민사회 연대체 '녹색철강시민행동'은 9일 제4차 계획기간 국가 배출권 할당계획의 전면 개편을 촉구하는 성명문을 발표했다.

앞서 환경부는 지난달 14일 산업계를 대상으로 설명회를 열고 2026~2030년까지 제4차 배출권거래제 운용 기간 동안 할당 계획안을 공개했다.

해당 계획안에서 철강과 석유화학 등 온실가스 고배출 업종에는 기존과 동일하게 100% 무상할당을 유지하는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파악됐다.

배출권거래제는 온실가스를 배출한 기업이 그에 상응하는 만큼 배출권을 구매하도록 하는 제도다. 현재 한국 배출권거래제의 문제는 산업계의 부담을 이유로 너무 많은 배출권을 무상으로 할당해주고 있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한국 배출권 가격은 1톤당 약 9000원 수준으로 유럽연합 배출권과 비교하면 가격이 약 10분의 1에도 못 미치고 있다.

환경단체들은 지난 10년 동안 너무 많이 발행된 무상할당 배출권 때문에 잉여 배출권이 쌓인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번 제4차 운용 기간에는 이전 계획기간 동안 남은 배출권도 이월할 수 있는데 해당 분량도 약 1억4천만 톤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2025년 한 해 사전할당량의 약 4분의 1에 해당하는 규모로 제도의 실효성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에 녹색철강시민행동은 "정부가 탄소누출업종을 유상할당 예외로 남겨두고 잉여배출권을 방치한다면 배출권 가격은 제자리를 찾지 못하고 산업의 저탄소 전환도 늦어질 것"이라며 "전 업종의 유상할당을 확대해 탄소 가격 신호를 되살리고 경매 수익을 기후대응기금으로 전환해 저탄소 기술 지원에 사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배출권거래제를 운용하면서 나온 수익은 이제 기후에너지환경부로 이관될 '기후대응기금'에 들어간다. 배출권 가격이 기존에 계획했던 것보다 낮아지면서 현재 기후대응기금은 계획액이 한참 부족한 상태로 운용되고 있다.

녹색철강시민행동은 "배출권 경매 수익을 기후대응기금으로 전환해 저탄소 기술 지원에 사용해야 한다"며 "1억4천만 톤에 달하는 잉여배출권을 전량 시장안정화조치 예비분에 넣거나 거래를 제한할 법적 조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녹색철강시민행동은 이어 "국제 기준에 맞는 유상할당 확대, 저탄소 기줄 지원 강화만이 산업 경쟁력과 미래세대를 지키는 길"이라고 덧붙였다. 손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