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롯데그룹을 지주회사체제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금융계열사의 지분을 처리하는 방안이 만만찮은 과제로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 회장이 롯데그룹을 지주사체제로 바꾸기로 결정한 만큼 호텔롯데가 보유하고 있는 롯데카드, 롯데캐피탈, 롯데손해보험, 롯데피에스넷 등 금융계열사 4곳의 지분을 처리하는 방안도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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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
현행 공정거래법은 일반지주회사에서 금융회사를 자회사나 손자회사로 두는 일을 금지하고 있다.
호텔롯데가 보유한 금융계열사 지분율을 살펴보면 롯데캐피탈 26.6%, 롯데손해보험 23.68%다.
호텔롯데는 롯데쇼핑 지분 8.83%도 소유하고 있는데 롯데쇼핑은 롯데카드 지분 93.78%를 보유하고 있다. 롯데쇼핑은 롯데피에스넷의 최대주주인 코리아세븐 지분 51.14%도 소유하고 있다.
만약 중간금융지주회사법안이 국회에서 통과되면 금융계열사 지분 정리는 한결 쉬워진다. 롯데카드를 중간금융지주회사로 삼아 지주회사-롯데카드-다른 금융계열사 형태로 지분구조를 정리할 수 있다.
중간금융지주회사법안은 일반지주회사에서 중간금융지주회사를 통해 금융자회사 소유를 인정하는 내용을 뼈대로 한다.
문제는 중간금융지주회사법안이 20대 국회에서 아직 발의되지 않았고 이 법안의 처리에 야당 의원 다수가 부정적이라 국회 통과가 미지수라는 점이다.
중간금융지주사법안이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한다면 금융계열사 지분을 신 회장이 직접 사들이거나 일본 롯데홀딩스에 넘길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그러나 일본 롯데홀딩스가 롯데카드와 롯데손해보험의 대주주가 되려면 금융위원회의 대주주 적격심사를 통과해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된다.
롯데그룹이 가뜩이나 일본기업이냐 한국기업이냐 하는 정체성 문제에 직면해 있는 상황에서 일본 롯데홀딩스가 금융계열사의 대주주가 된다는 점도 신동빈 회장으로서는 선택하기 힘들어 보인다.
신 회장은 금융계열사 지분보다 호텔롯데의 지분을 사들여 한국 롯데그룹의 지배력을 높이는 일이 시급하다는 점에서 금융계열사 지분매입에 나서기도 만만찮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호텔롯데를 상장하는 것이 급선무이고 순환출자 고리도 차츰 끊어나갈 것”이라며 “금융계열사의 지분 처리를 포함한 지주회사 전환을 장기적으로 추진할 수 있지만 당장 구체적으로 논의하고 있는 문제는 아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