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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어록의 연금술사들] 영국 버진그룹 리처드 브랜슨의 특별한 성공 도구

이재우 sinemakid222@gmail.com 2024-05-29 08: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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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어록의 연금술사들] 영국 버진그룹 리처드 브랜슨의 특별한 성공 도구
▲ 영국 버진그룹 리처드 브랜슨 회장은 초긍정 에너지를 가진 기업가다. 열여섯 살 때 ‘스튜던트(Student)’라는 잡지를 창간하면서 사업을 시작했고, 이후 버진 레코더(Virgin Records)를 설립했다. 1984년엔 항공사인 버진 애틀랜틱(Virgin Atlantic)을 세워 그룹 성장의 발판을 삼았다. <리처드 브랜슨 페이스북>
[비즈니스포스트] 2021년 7월12일, 71세의 한 ‘괴짜 기업가’는 지금까지 자기가 해본 모험 중 가장 위험하면서도 가장 위대한 모험을 준비하고 있었다. 그는 이날 동료 다섯 명과 함께 자신의 우주선을 타고 미국 뉴멕시코주 사막 상공에서 우주로 날아올랐다. 

2004년 설립한 우주 여행회사 버진 갤럭틱(Virgin Galactic)이 시험 비행에 성공한 것이다. 이 남자는 우주에서 지구의 장엄한 광경을 바라보았고 몇 분 동안 무중력 상태를 경험한 후 무사 귀환했다. 

이 사내의 인생과 비즈니스는 한마디로 ‘모험 시리즈’였다.

배를 타고 대서양 횡단 도중 거대한 폭풍과 파도를 만나 배가 침몰해 가까스로 구출되는가 하면(1985년) 열기구로 태평양 횡단에 나섰다가 엉뚱하게 북극에 추락하기도 했으며(1991년) 항공사 홍보를 위해 라스베이거스 호텔에서 번지점프를 하다가 심한 타박상을 입기도 했다.(2007년) 

무모할 정도의 행보를 보여온 이 기업가는 영국 버진그룹 리처드 브랜슨(Richard Branson·74) 회장이다. 필자는 이런 생각을 해보았다. ‘기업가라는 단어의 원래 의미에 가장 들어맞는 비즈니스 리더는 리처드 브랜슨이 아닐까’라고 말이다. 

기업가(Entrepreneur)라는 용어는 ‘수행하다’를 의미하는 프랑스어에서 유래했다. 아일랜드계 프랑스 경제학자 리샤르 캉티용(Richard Cantillon)이 처음으로 이 단어를 고안했으며 그 후 또 다른 프랑스 학자 장 바티스트 세이(Jean Baptiste Say)가 현대적 의미로 정의했다고 전해진다.

캉티용과 세이는 기업가를 위험을 감수하는 사람(risk taker) 또는 모험가(adventurer)로 보았다. 리처드 브랜슨이 딱 그런 부류가 아닐까 싶다. 브랜슨은 2000년 3월 기업가정신에 기여한 공로로 영국 왕실로부터 기사 작위를 받았다. 그의 이름 앞에 ‘경(Sir)’이 붙는 이유다. 

브랜슨이 이끄는 버진그룹은 “우리의 야망은 세계에서 가장 ‘거부할 수 없는 브랜드(irresistible brand)’가 되는 것”이라는 기치를 내걸고 있다. 모르긴 몰라도 그런 브랜드가 되기 위해서는 고객과 정서적으로 강하게 연결되어야 하며, 고객들이 대안을 찾지 않는 기대 이상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브랜드 아키텍처(Brand Architecture) 차원에서 보자면 버진그룹은 ‘브랜드 하우스(branded house: 큰 원 안에 같은 이름의 하위 브랜드들이 모여 있는 구조)’ 사례에 해당한다. 버진이라는 우산 아래 버진 애틀랜틱, 버진 갤럭틱, 버진 머니, 버진 액티브 등 40여 개의 하위 브랜드가 포진해 있다는 얘기다.

필자는 리처드 브랜슨의 성공은 ‘호기심×긍정(또는 낙관주의)×메모’의 결과라고 규정하고 싶다. 하나하나 들여다보자. 리더의 중요한 자질 요소 중에 종종 호기심은 순위에서 밀려나거나 또는 간과되기 십상이다. 

하지만 브랜슨은 다르다. 심각한 난독증으로 열다섯 나이에 중학교를 중퇴해야 했던 그의 첫 번째 무기는 호기심이었다. 이 호기심 많은 기업가는 새로운 분야에 발을 담그는 것을 결코 두려워하지 않았다. 그는 “호기심이 최고의 비즈니스를 만든다”고 강조해 왔다.  

여기에 더해 버진그룹 역시 기업의 제1가치를 ‘끊임없는 호기심(insatiable curiosity)에 두고 있다. 호기심이 기업 운영에 무슨 도움이 된다는 말인가. 호기심 연구로 유명한 하버드 경영대학원 교수이자 행동과학자인 프란체스카 지노(Francesca Gino)의 주장을 귀담아 볼 필요가 있다. 

지노 교수에 따르면 호기심은 리더가 더 좋은 의사결정을 하도록 이끈다고 한다. 호기심이 고정관념이나 확증편향에 빠질 가능성을 줄여준다는 것이다. 그는 또 “호기심이 생기면 어려운 상황을 더 창의적으로 볼 수 있다”면서 “그런 호기심이 혁신을 주도하고 기업 성과를 향상시킬 수 있다고” 조언했다. 
 
[경영어록의 연금술사들] 영국 버진그룹 리처드 브랜슨의 특별한 성공 도구
▲ 리처드 브랜슨 회장은 호기심 많고 모험심 강한 괴짜 경영자로 알려져 있다. 2021년 7월, 우주 여행회사 버진 갤럭틱의 우주선을 타고 우주로 갔을 때의 모습. <리처드 브랜슨 페이스북> 
리처드 브랜슨의 두 번째 무기는 긍정(또는 낙관주의) 마인드다. 버진그룹 직원들은 브랜슨을 ‘닥터. 예스(Dr. Yes)’라고 부른다. 불가능 없이 뭐든지 할 수 있다고 믿는 신념의 소유자이기에 그런 별명을 붙여줬다고 한다. 

브랜슨은 부정적 사고방식을 가진 이들에게 ‘예스 모어 앤드 노 레스(yes more and no less)’를 외친다. ‘예스’라고 더 많이 말하고 ‘노’라고 더 적게 말하는 것이 삶을 더 재밌고 긍정적으로 바꿔준다는 것이다. 

긍정 심리학의 창시자인 마틴 셀리그먼(Martin Seligman) 펜실베이니아대 교수의 주장도 좀 빌려보자. 셀리그먼 교수는 성공한 비즈니스 리더들은 낙관주의(Optimism)에서 영감을 얻으며 작게는 팀에 크게는 회사 전체에 낙관주의를 불어넣는다고 했다. 

그런 점에서 브랜슨은 CEO 외에 COO(Chief Optimism Officer), 즉 ‘최고 낙관주의 책임자’에 어울리는 경영자다. 조직에 이런 직책 하나 만들어 보는 건 어떨까.

리처드 브랜슨의 세 번째 무기는 가장 강력하면서도 생산성을 가장 높이는 무기다. 바로 노트와 펜을 이용한 메모다. 요즘은 에버노트, 원노트, 구글킵 같은 앱을 활용하는 디지털 메모 방식을 선호하지만 브랜슨은 아날로그 방식을 고집한다. 

펜과 종이로 메모할 때 ‘머릿속에 더 단단히 고정된다(stick in my head more firmly)’는 이유에서다. 프랑스의 신경학자 스타니슬라스 드앤(Stanislas Dehaene)은 “우리가 종이에 글을 쓸 때 독특한 신경 회로가 자동으로 활성화된다”며 아날로그 방식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브랜슨에게 메모는 숙명적이었다. 위에서 언급했듯이 난독증을 극복하기 위해선 노트에 일일이 기록해야만 했다. 할 일 목록, 까먹으면 안 되는 일, 아이디어, 생각, 심지어 낙서까지 모든 것을 적었다. 여행 중에 노트나 수첩이 없을 땐 여권, 손등에까지 메모했다. 

주목할 건 그의 메모가 ‘증거’로서 빛을 발하기도 했다는 사실이다. 상대방이 협상 자리에서 딴소리를 했다고 한다. 그러자 브랜슨은 자신의 노트를 펼쳐 보이며 “전에 당신이 이런 말을 하지 않았느냐”며 날짜와 시간, 분까지 정확하게 적시했다. ‘빼도 박도 못하는 증거’였던 셈이다. 브랜슨의 이런 충실한 메모는 법정에서 중요한 증거로 활용되기도 했다고 한다. 

큰 틀에서 보면 버진그룹의 중추인 항공사(버진애틀랜틱) 출범도 브랜슨의 노트 메모 한 줄에서 비롯됐다. 마치 저가 항공사의 대명사인 사우스웨스트항공이 냅킨 메모 하나에서 출발했듯이. 

결국 열정적인 메모 습관은 브랜슨에겐 성공을 가져다준 비밀 무기였다. 그는 말한다. 

“버진그룹에는 메모하는 문화가 있다. 이 문화가 없었다면 오늘 같은 성공은 거두지 못했으리라 장담할 수 있다.(...) 나와 일하는 사람이 메모를 하지 않으면 나는 이렇게 물어본다. ‘당신이 그렇게 중요한 사람인가요? 어느 누구도 메모보다 높은 자리에 있지 않아요.’”(리처드 브랜슨 저, ‘버진다움을 찾아서’, 행복한 북클럽)

브랜슨은 단점(난독증)을 자신만의 장점(메모)으로 극복하고, 더 큰 장점으로 확장한 케이스다.

앞서 나온 긍정 심리학의 창시자 마틴 셀리그먼을 다시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셀리그먼은 개인이 지닌 아주 특별한 장점을 ‘시그니처 스트렝스(Signature Strength)’, 즉 대표 장점이라 불렀다. 보통의 장점과는 구별하자는 것이다. 

그런 셀리그먼은 “성공을 위해서는 자신의 약점을 고치려고 애쓰는 것보다 대표 장점을 더 구축하고 활용하는 것이 더 낫다”고 주장했다. 브랜슨이 딱 그러했다. 
 
[경영어록의 연금술사들] 영국 버진그룹 리처드 브랜슨의 특별한 성공 도구
▲ 리처드 브랜슨에게 메모는 성공을 이뤄준 비밀 무기였다. 그는 “기록되지 않은 아이디어는 잃어버린 아이디어”라며 “영감이 떠오르면 그것을 메모로 포착해야 한다”고 했다. <버진닷컴> 
메모의 효용성을 강조하는 건 브랜슨 같은 성공한 리더뿐만 아니다. 개인 및 조직 생산성 분야의 세계 최고 전문가인 데이비드 앨런(David Allan)도 리더의 생산성을 높이는 비결로 메모를 꼽았다. 

“당신의 머리는 형편없는 사무실(crappy office)입니다. 모든 것을 적으세요. 당신의 머리에서 물건을 꺼내는 가장 쉽고 가장 보편적인 방법은 펜과 종이입니다.”

데이비드 앨런 또한 아날로그 방식 메모를 주장하고 있다. 그는 초베스트셀러 ‘Getting Things Done’의 저자이기도 하다. Getting Things Done, 줄여서 GTD는 데이비드 앨런이 개발한 시간·업무 관리 시스템이다. GTD의 핵심이 ‘캡처(capture)’인데 관심 사항을 캡처, 즉 메모해 두라는 얘기다. 

또 다른 생산성 향상 분야 코치인 케빈 크루즈(Kevin Kruse) 역시 “노트를 외부 두뇌(external brain)로 생각하라”고 조언했다. 두뇌는 한계가 있으니 외부 두뇌(노트)에 기록하라는 것이다. 

굳이 나열은 하지 않겠다. 메모를 중요시했던 동서양 경영자들의 이름 말이다. 메모는 결코 올드보이들만의 습관이 아니다. 브랜슨은 “회사를 이끌기를 열망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메모하는 습관을 길러야 한다”고 젊은 비즈니스맨들에게 충고한다. 

메모만 하면 리더가 되는 걸까. 브랜슨에 따르면, 메모에서 가장 중요한 건 단순히 메모에 그치지 않고 이를 ‘실행 가능하고 측정 가능한 목표(actionable and measurable goals)’로 바꾸는 것이라고 한다. 메모가 메모장에서 걸어 나와 실제로 비즈니스에 적용되어야 한다는 얘기다. 

필자는 actionable and measurable goals의 앞글자들을 따서 ‘AAMG, 브랜슨의 메모 법칙’이라고 이름 붙여주고 싶다. 끝으로 리더가 되려는 분들은 그리스 선박왕 오나시스(Aristotle Onassis)가 했다는 말을 메모해 보면 어떨까 싶다. 

“항상 수첩을 가지고 다니세요. 모든 것을 적어보세요.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적어보세요. 그것은 경영대학원에서 가르치지 않는 백만 달러짜리 교훈입니다.” 재팬올 발행인 이재우
 
이재우 발행인(일본 경제전문 미디어 재팬올)은 일본 경제와 기업인들 스토리를 오랫동안 탐구해왔다.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열성팬으로 '원령공주의 섬' 야쿠시마 사진전을 열기도 했다. 부캐로 산과 역사에 대한 글도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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