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 겸 삼성디스플레이 대표. |
삼성디스플레이가 스마트폰 등 모바일기기에 사용되는 중소형 올레드패널에서 압도적인 선두를 달리는 가운데 LG디스플레이 등 후발주자들이 시장진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중국업체들의 올레드 진출 가능성은 낮아졌지만 재팬디스플레이가 샤프와 연합군을 맺고 올레드패널 기술개발과 생산능력을 확보해 삼성디스플레이에 실질적 위협이 될 수도 있다.
◆ 샤프와 재팬디스플레이 협력 가능성
18일 니혼게이자이에 따르면 샤프의 새 대표로 임명된 타이정우 사장이 재팬디스플레이와 협력해 중소형 올레드사업 확대를 가속화할 수 있도록 일본정부에 지원을 요청했다.
타이 사장은 궈타이밍 홍하이그룹 회장의 ‘오른팔’로 꼽히는 주요 인물로 대만 홍하이그룹이 최근 샤프 인수작업을 마무리하며 대표이사에 임명됐다.
궈 회장은 홍하이그룹이 38억 달러에 이르는 막대한 자금을 들여 샤프를 인수한 이유가 디스플레이 기술력을 확보해 중소형 올레드시장에 진출하기 위한 것이라고 꾸준히 강조하고 있다.
샤프는 2017년까지 중소형 올레드패널 양산을 시작해 애플 아이폰 차기작에 탑재될 것으로 예상되는 곡면패널을 공급하려는 목표를 두고 기술개발과 생산시설 투자에 속도를 내고 있다.
타이 사장은 성명을 내고 “일본정부는 샤프와 재팬디스플레이가 연합해 중소형 올레드에서 한국 패널업체들을 공략할 수 있는 지원정책과 기반을 마련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홍하이그룹은 애플 아이폰의 대부분을 위탁생산하는 폭스콘 생산공장 2곳을 보유해 애플과 긴밀한 협력관계를 맺고 있다. 중소형 올레드패널 양산에 성공할 경우 부품공급사로 진입할 가능성이 높다.
니혼게이자이는 “샤프의 이번 성명이 재팬디스플레이와 협의하지 않고 독단적으로 발표한 것이라는 말도 나온다”며 “그만큼 협력을 통한 기술확보가 절실한 상황인 것”이라고 분석했다.
일본정부가 이전에도 디스플레이사업 구조조정을 주도하고 재팬디스플레이도 최근 일본정부에 올레드 개발을 위한 지원을 요청한 만큼 두 업체의 협력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도 나온다.
▲ 궈타이밍 홍하이그룹 회장. |
일본정부는 실적부진을 겪던 소니와 도시바, 히타치의 디스플레이사업부를 2012년 통합해 재팬디스플레이를 설립했다. 이후 디스플레이사업을 다시 국가 경쟁사업으로 키워내기 위해 주목하고 있다.
일본정부는 산업혁신기구의 공적자금을 투입해 샤프를 손에 넣으려고 했지만 결국 홍하이그룹이 인수에 성공하며 무산됐다. 샤프의 디스플레이 기술력이 필요한 만큼 협력제안을 받아들일 가능성도 충분한 셈이다.
로이터는 “샤프와 재팬디스플레이는 중소형 올레드에서 삼성디스플레이를 따라잡겠다는 공동의 목표를 두고 있다”며 “기술협력이 현실화되면 역량을 강화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 삼성디스플레이에 실질적 위협은?
샤프와 재팬디스플레이가 올레드 분야에서 협력해 추격에 나설 경우 삼성디스플레이에 충분한 위협이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된다.
중국 디스플레이업체들은 최근 올레드 시장진출을 적극적으로 검토했지만 기술력 확보가 어렵다는 결론을 내고 대형 LCD패널에 투자를 집중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선회했다.
사실상 삼성디스플레이의 올레드사업에 유의미한 수준에서 도전하고 있는 업체는 국내의 LG디스플레이를 포함해 일본 샤프와 재팬디스플레이가 유일한 셈이다.
샤프와 재팬디스플레이는 애플 아이폰과 아이패드에 탑재되는 LCD패널을 공급하며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올레드패널 진출도 예상보다 이른 시일 안에 이뤄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시장조사기관 유비산업리서치는 샤프와 재팬디스플레이가 2018년 애플이 생산하는 아이폰 신제품에 올레드패널을 공급하며 시장에서 점유율을 빠르게 확보할 것으로 예상했다.
애플은 내년 출시하는 아이폰에 올레드패널을 일부 모델에만 탑재하며 삼성디스플레이의 올레드만 단독공급받을 것이 유력하다. 하지만 모든 모델로 탑재를 확대하면 부품공급사를 다변화하는 전략을 쓸 가능성이 높다.
▲ 삼성디스플레이의 올레드패널 생산공장. |
LG디스플레이도 최근 중소형 올레드패널 생산시설에 수조원대 대규모 투자를 이어오고 있는 만큼 삼성디스플레이에 강력한 위협이 될 가능성이 높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이런 상황이 벌어질 가능성에 대응해 올레드패널에 무리하게 투자하기보다 시장의 수요에 맞춰 공급량을 조정하고 수익성에 집중하는 전략을 쓸 것으로 보인다.
김양재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디스플레이가 굳이 애플의 수요증가를 노려 올레드 생산시설에 공격적으로 투자할 이유는 없다”며 “충분한 이익을 챙길 수 있는 선에서 안정적 전략을 유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삼성전자 스마트폰에 올레드패널 탑재가 늘고 있어 안정적인 고객사 기반도 확보하고 있다. 결국 후발주자들이 추격을 가속화해도 타격을 입지 않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삼성디스플레이의 올레드사업은 보수적인 투자전략으로 외형성장에 한계가 있겠지만 현재로선 가장 안전한 전략”이라며 “점유율이 줄어들겠지만 원가경쟁력을 확보해 높은 수익성을 유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