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오준 포스코 회장이 취임 이후 밝힌 전임 정준양 회장 시절 벌였던 사업정리가 가시화되고 있다. 포스코가 대우인터내셔널 매각을 검토중이다. 해외건설 수주와 자원개발사업 확대를 목적으로 대우인터내셔널을 인수한지 4년 만의 일이다.
포스코는 이밖에도 미국 USP 등 부실 계열사를 정리하는 작업에 들어갔다. 포스코는 철강 본연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재무구조를 개선하기 위해서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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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오준 포스코 회장 |
포스코가 대우인터내셔널을 매각하기로 방침을 세운 것으로 29일 알려졌다. 포스코는 대우인터내셔널 지분을 일괄 매각하거나 여의치 않을 경우 사업부를 쪼개 일부는 포스코 계열사에 합병하고 일부는 매각하는 방안도 검토중이라고 업계 관계자들은 전했다.
권 회장은 지난달 14일 취임 후 재무구조 개선이라는 목표 아래 가치경영실에 계열사 구조 재편을 맡긴 상태다. 현재 46개인 계열사를 철강 등 7개 사업군으로 나눠 총 30여개로 줄이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대우인터내셔널 매각도 이런 계열사 구조재편 방법의 하나로 제시됐다.
포스코는 2010년 해외건설과 플랜트 수주를 늘리고 자원개발사업에 본격진출하는 의미로 대우인터내셔널 지분 60.4%를 인수했다. 여기에 들인 돈만 3조3724억 원이었다. 그러나 현재 포스코가 지닌 대우인터내셔널 지분 가치는 2조5600억 원대다. 인수 당시보다 8천억 원 이상 가치가 떨어졌다. 인수 후 대우인터내셔널이 영업이익률 1%대를 기록하며 기대에 못 미친 실적을 보였기 때문이다.
대우인터내셔널이 짊어진 빚도 포스코의 고민거리다. 대우인터내셔널의 부채비율은 지난해 기준 249.3%에 이른다. 특히 단기차입금 비중이 높아 부담이 되고 있다. 올해 포스코 1분기 연결 기준 부채비율은 89.6%로 이전 분기보다 5.3%포인트 늘어났다. 포스코 관계자는 “대우인터내셔널 등이 단기 차입금을 늘려 포스코의 부채도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포스코는 지분을 사갈 인수 적임자가 보이지 않아 고심하고 있다. 인수합병 시장의 활기가 사그라진 현재 2조 원이 넘는 대우인터내셔널 지분을 사들일 후보가 많지 않기 때문이다.
매각을 추진할 경우 그룹 내부의 반대도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 관계자는 “포스코가 대우인터내셔널을 매각하면서 안정된 수익을 내는 일부 알짜 자산조차 놓치는 것은 아닐지 생각해봐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대우인터내셔널은 지난해 497억 원의 수익을 낸 미얀마 가스전 생산권을 보유하고 있다. 미얀마 가스전의 하루 가스 생산량은 올해 초 2억 입방피트였다. 그러나 이달 초 2억800만 입방피트로 늘어났다. 연말에 5억 입방피트까지 올라갈 전망이다. 여기서 나올 수익만 연간 2천억 원대로 예측된다.
이런 사정을 감안해 포스코는 대우인터내셔널 사업부를 나눠 다른 계열사와 합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우인터내셔널에 속한 자원개발사업부와 상사사업부를 나눈 뒤 각각 같은 분야의 포스코 계열사 포스코에너지와 포스코P&S에 합병하는 계획이다.
포스코 관계자는 “대우인터내셔널 매각은 다음달 16일 열릴 이사회에 보고할 재무구조 개선안 중 일부”라고 말했다. 그는 “매각에 관련해 확정된 것은 없다”며 “이사회가 열린 이후 매각에 관한 구체적 방향이 나올 것”이라고 설명했다.
포스코는 대우인터내셔널 외에 미국 USP(United Spiral Pipe)도 5월 중으로 처리를 결정한다. USP는 북미 강관시장 진출을 위해 포스코가 2007년 세아제강 및 미국 US스틸과 합작해 설립한 회사다. 포스코는 이 회사를 세우는 데 6125만 달러(약 631억 원)를 투자했다.
그러나 글로벌 금융 위기로 경기침체가 오면서 USP는 판매망 확보에 실패했다. 강관 수요 자체가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2010년 피츠버그에 세운 공장 가동률은 매년 50% 아래였다. 이런 악순환이 계속되면서 USP는 2012년 완전자본잠식 상태에 빠졌다. 누적적자도 지난해 1348억 원까지 쌓였다.
포스코는 골드만삭스를 주관사로 선정해 오는 5월까지 USP 매각이나 청산을 완료할 예정이라고 철강업계 관계자들이 지난 24일 밝혔다. 현재 현지 업체 4곳을 상대로 매각조건 협의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USP의 생산력이 연간 30만 톤으로 크지 않은 것이 걸림돌이다. 주요 생산제품도 수익성이 낮은 일반용 강관이다. 이를 고려해 매각이 힘들 경우 법인 청산에 나선다는 분석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포스코가 권오준 회장 이후 비주력사업군과 부실계열사 정리에 속도를 내고 있다”며 “USP도 조속한 시일 내에 정리하자는 계획을 세우고 5월을 마지노선으로 설정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포스코의 계열사 구조재편이 단기간에 효과를 보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철강시장 상황이 여전히 좋지 않기 때문이다. 포스코경영연구소는 올해 철강재 수요가 1% 증가하는 데 그칠 것으로 보고 있다. 연구소 관계자는 올해 철강시장에 관해 “수요산업 회복이 지연돼 내수 부진이 이어질 전망”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