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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은행 도입 준비 착수

김희정 기자 mercuryse@businesspost.co.kr 2014-04-24 16:4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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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술은행 도입 준비 착수  
▲ 김재홍 산업통상자원부 제1차관(왼쪽에서 5번째)이 16일 서울 The-K호텔에서 열린 '기술은행 도입을 위한 기술나눔 업무협약식'에 참석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중소기업과 벤처기업들이 내년부터 대기업의 기술을 사용할 수 있게 됐다. 정부가 기술은행 제도를 도입해 중소기업 지원에 나섰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기업들이 과연 쓸 만한 기술을 내놓을지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16일 대기업과 중소기업과 벤처기업과 함께 '기술은행' 도입을 위한 기술나눔협약을 맺고 이르면 내년부터 기술은행을 가동하기 위한 준비작업에 들어갔다고 24일 밝혔다.

기술은행은 국내 대기업이나 연구기관 등이 보유하고 있지만 사용하지 않는 기술을 모아 중소기업이나 벤처기업 등에게 이전하는 역할을 한다. 기술이전 비용은 회사 지분이나 수익의 일정비율을 지불하는 등 다양한 방식이 검토되고 있다.

김재홍 산업통상자원부 1차관은 협약 자리에서 “기술은행을 통해 대기업 등의 잠재력 있는 기술이 사업화로 이어진다면 중소기업과 벤처기업에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협약에 참여한 대기업은 삼성전자 LG전자 현대기아차 SK하이닉스 LS산전 한국전력공사 등 6개다. 한글과컴퓨터 루멘스 캠시스 등 3개 중견기업도 기술제공을 약속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기술은행을 위해 10억 원 안팎을 들여 시스템을 구축하기로 했다. 또한 다른 대기업들과도 협약을 맺어 기술제공의 범위를 확대하기로 했다.


산업통상자원부의 관계자는 “기술은행을 통해 사용하지 않는 특허의 활용도를 높이고 중소기업의 기술경쟁력 강화와 동반성장이라는 효과를 함께 거둘 수 있다”며 “6개 대기업을 시작으로 점차 참여하는 대기업의 수를 늘려갈 것”이라고 말했다.


기술은행은 지난 2월 발표된 ‘경제혁신 3개년 계획’에서 비롯됐다. 창조경제를 실현하기 위해 중소기업과 벤처의 성장을 지원하는 방안의 하나로 기술은행 설립논의가 시작됐다.

하지만 과연 실효성이 있을지에 대해 의심의 눈초리가 많았다. 그동안 대기업들의 행태로 봐서 돈이 되는 기술을 중소기업에 넘겨주지 않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대기업은 그동안 중소기업과 벤처기업의 특허를 빼앗아 원성을 사왔다. 한 벤처기업 관계자는 "산업발전 차원에서도 벤처기업이나 중소기업이 특허를 보유하는 게 좋지만 대기업의 특허 빼앗기 관행이 심각하다"고 말했다.


가장 흔한 사례는 중소기업의 핵심직원들을 포섭해 특허기술을 빼돌리는 경우다. 대기업은 거액의 보수로 중소기업 직원들을 스카우트해 자회사에 입사시킨다. 그 다음 같은 기술을 개발해 경쟁에 뛰어들면 자본력이 약한 중소기업들은 문을 닫을 수밖에 없다.


2007년 엘지와 중소기업의 특허재판 과정에서 엘지그룹의 세미나 자료가 공개된 적이 있다. 부장급 직원들이 참가한 세미나에서 이런 강의가 이루어졌다. "중소기업들이 많은 기술과 아이디어 갖고 찾아온다. 이때 그 기술이 좋다는 내색을 하지 마라. 중소기업과 거래 즉시 특허권리 무효 신청을 내놓고 시간 끌어가면 대부분 포기하거나 헐값에 기술을 내놓는다."


대기업들의 특허 빼앗기는 현재진행형이다. 이를 고려하면 대기업들이 정부의 요구를 거절 할 수 없어 억지춘향 격으로 기술은행 설립에 응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지영호 한경대 물류학과 교수는 “대기업이 중소기업 지원에 나서는 것은 상생을 강조하는 정부에게 보여주기식 화답을 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대기업들이 내놓는 기술이나 특허의 수준이 낮아 이용할 가치가 없다면 기술은행 설립은 무의미하다. 또 다시 예산만 낭비하는 정책이 될 수 있다. 한 벤처기업인은 “기술을 평가할 수 있어야 거래가 공정하게 이뤄지는데 평가할 방법이 없다”며 “기술은행이 얼마나 실효성을 거둘지는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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