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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칼 아이칸 |
한때 KT&G의 지분을 확보하고 경영권을 공격해 1500억 원의 차익을 챙긴 기업사냥꾼 칼 아이칸이 이번에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기업 이베이를 공격타깃으로 삼고 있다.
이베이에 온라인 결제시스템인 페이팔 분사를 줄기차게 요구하면서 사외이사 한 자리를 확보했다. 아이칸은 페이팔 분사 요구는 일단 거둬들였지만 앞으로 이베이에 대한 아이칸의 경영권 간섭은 끝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베이는 아이칸이 페이팔 분사 요구를 중단하는 데 합의했으며 미국 통신회사 AT&T의 CEO를 역임한 데이비드 도만을 새 사외이사로 앉혔다고 최근 밝혔다. 이는 아이칸과 존 도나호 이베이 CEO와 합의에 따른 것이다. 아이칸은 “도만을 이사로 앉힐 수 있다면 왜 싸우겠나 싶었다”며 “이베이와 화해하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그러나 아이칸이 완전히 뜻을 굽힌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그는 “이베이가 페이팔 분사로 이익을 볼 수 있을 것으로 믿고 있으며 여러 논의를 통해 내 주장을 밀어붙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합의로 아이칸이 오히려 이베이에 대한 경영간섭을 더욱 강화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당초 이베이는 아이칸과 특정 정보만 공유하기로 했으나, 앞으로 아이칸이 원할 경우 내부인사로 대우받게 된다. 도나호 CEO는 이번 합의로 아이칸이 “장기적 주주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아이칸은 지난 1월부터 이베이에 페이팔 분사와 이사 2명에 대한 지명을 요구해왔다. 아이칸은 페이팔 분사가 안 된다면 페이팔을 부분매각하라고 주장했다. 이베이의 성장세가 둔화되고 있어 페이팔까지 같이 성장이 저해되면 안 된다는 것이 아이칸의 논리였다.
이베이에게 페이팔은 알짜 수익원이다. 이베이는 2002년 인터넷 결제서비스 업체인 페이팔을 인수했다. 인터넷 결제가 증가하는 추세 덕분에 페이팔의 매출액이 모회사인 이베이를 제칠 기세다.
반면 이베이는 치열한 온라인 경쟁에서 날로 힘을 못쓰고 있다. 아마존을 비롯해 저렴하게 의류와 가구 등을 판매하는 온라인 오프라인 유통회사에 끼여 실적은 계속 추락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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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베이/페이팔 상호 |
아이칸은 현재 이베이 지분 2.15%(2780만 주)를 보유하고 있다.
아이칸은 세계적으로 악명 높은 ‘기업사냥꾼’이다. 유태인인 아이칸은 올해 78세다. 그는 20년이 넘게 유명기업의 지분을 취득해 배당금을 받았다. 또 해당기업의 경영에 참여해 지배구조 개선을 요구하면서 주가를 올린 뒤 차익을 챙겨 왔다. 아이칸은 지난해 자신의 펀드에서 31% 수익을 올렸다고 했다.
KT&G도 공격의 대상이 된 적이 있다. 아이칸은 2006년 KT&G 주식 6.59%를 매입해 사외이사를 확보하고 자회사 매각을 요구했다. KT&G는 경영권 방어를 위해 2조 원을 투자했고 아이칸은 1500억 원의 차익을 얻고 떠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