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웅열 코오롱그룹 회장의 퇴진으로 유석진 코오롱 대표이사 사장의 어깨가 무거워졌다.

유 사장은 이 회장 대신 코오롱그룹을 안정적으로 이끌면 서 이 회장의 맏아들인 이규호 코오롱인더스트리 전무가 경영권을 승계하도록 디딤돌을 놓아야 한다.
유석진, 이웅열 떠난 코오롱 새 세대 리더십 창출의 일선에 서다

▲ 유석진 코오롱 대표이사 사장.


이웅열 회장이 28일 전격 사임을 밝히면서 코오롱그룹은 전문경영인체제로 전환했다.

이날 이 회장의 장남인 이규호 코오롱 전략기획담당 상무는 전무로 승진해 코오롱인더스트리 FnC부문 최고운영책임자(COO)에 임명됐다. 

코오롱그룹은 장자 승계 원칙을 지키고 있어 4세 경영인인 이규호 전무가 앞으로 코오롱그룹 경영권을 물려받을 것이 확실하다.

하지만 이 전무는 35세로 비교적 나이가 어리고 임원에 오른 지 2년밖에 되지 않았다. 또 코오롱그룹 지주회사인 코오롱 지분도 전혀 들고 있지 않다.

이 때문에 재계에서는 이 전무가 이웅열 회장과 마찬가지로 5년 뒤인 40세에 코오롱그룹 회장을 맡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이 회장도 이 전무가 경영수업을 더 받아야 할 필요가 있다는 뜻을 밝혔다.

유석진 사장이 그 과도기를 메우기로 하면서 그의 역할이 더욱 부각되고 있다.

유 사장은 이날 코오롱 부사장에서 사장으로 승진했다. 코오롱은 그동안 이웅열, 유석진 공동대표 체제였지만 이날 이 회장이 퇴진 의사를 밝히면서 유 사장이 단독 대표이사를 맡게 됐다.

유 사장은 신설되는 코오롱그룹 주요 사장단 협의체인 ‘원&온니위원회’의 위원장까지 겸임한다. 이는 사실상 유 사장이 코오롱그룹의 경영권 승계를 위한 조력자로 낙점된 것으로 해석된다.

코오롱그룹 관계자는 “이웅열 회장의 퇴진으로 오너 공백이 발생했다”며 “유 사장은 지주회사 체제와 원&온리위원회가 새로운 경영모델로서 자리잡을 수 있도록 시스템 정착에 주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경영인이 그룹 승계의 ‘징검다리’ 역할을 하는 것은 다른 기업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현대중공업그룹은 2017년 11월 임원인사에서 권오갑 부회장을 현대중공업지주 대표이사에 선임했는데 이는 정기선 부사장의 경영권 승계를 위한 포석으로 풀이됐다. 권 부회장은 정몽준 현대로보틱스 최대주주의 최측근으로 꼽히는 만큼 ‘정기선 체제’의 기반을 마련할 인물로 낙점됐다는 것이다.

권 부회장은 올해 4월 기자간담회에서 “정기선 부사장이 현대글로벌서비스를 맡아 매출을 늘리는 등 좋은 성과를 내고 있다”며 정 부사장이 경영수업을 충실히 받고 있음을 내비치기도 했다.
 
유석진, 이웅열 떠난 코오롱 새 세대 리더십 창출의 일선에 서다

이규호 코오롱인더스트리 FnC부문 최고운영책임자(COO) 전무.


유 사장도 권 부회장과 비슷한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유 사장은 1964년 생으로 코오롱그룹의 젊은 전문경영인을 대표하는 인물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이웅열 회장이 유 사장의 승진을 통해 코오롱그룹의 세대교체를 위한 포석을 깔아놨다는 분석도 나온다.

유 사장은 도이치방크그룹과 벤처 투자회사 SBI인베스트먼트 등을 거치며 금융과 투자 전문가로 경력을 쌓았고 코오롱그룹에서는 신사업 추진을 담당하고 있다.

따라서 이규호 전무가 코오롱그룹의 새 먹거리를 발굴하는 데 조력자 역할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웅열 회장은 이날 임직원들에게 보낸 글에서 “인공지능과 블록체인, 자율주행과 커넥티드카, 공유경제와 사물인터넷 등 산업 생태계 변화의 물결에 올라타면 살고 뒤처지면 바로 도태될 것”이라며 “새로운 세대가 이전에도 없었고 앞으로도 없을 코오롱만의 성공을 이뤄갈 것을 믿는다”고 말했다.

이 회장이 말한 새로운 세대의 맨 일선을 유 사장이 맡은 셈이다. [비즈니스포스트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