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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통라이벌인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왼쪽)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오른쪽)이 맥주시장에서 맞붙게 될 것으로 보인다. |
‘신동빈이 하니까 정용진도 따라한다.’
신세계푸드가 맥주사업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성장둔화의 탈출묘책을 찾는 유통공룡들이 또 한 번 맞붙게 된 것이다.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롯데가 하니까 신세계도 따라한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
28일 신세계에 따르면 신세계푸드는 다음달 14일 주주총회를 열어 맥아 및 맥주 제조업 사업을 사업목적에 추가하는 안을 심의한다. 신세계푸드 관계자는 “맥주사업을 사업목적에 포함하는 것은 사업 다각화 차원”이라며 “하우스 맥주 사업을 통해 대형마트나 백화점 등에 납품하는 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세계그룹은 올 초부터 신세계푸드를 종합식품그룹으로 키우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이를 위해 사업영역을 다각화하는 한편 그룹 유통사업부문과의 협력을 꾀하고 있다. 신세계푸드는 지난해 말 식품제조업체 웅진식품 인수전에 참여한 데 이어 지난 1월에는 가정간편식 브랜드 요리공식을 선보였다.
급식식자재 유통과 외식업체 운영을 맡았던 신세계푸드가 식품제조부문을 강화하기 시작한 것이다. 신세계푸드의 브랜드 상품은 그룹 계열사인 이마트와 신세계 백화점에 납품이 가능해 시너지를 창출할 것으로 전망된다.
재계에서는 신세계푸드의 맥주시장 진출을 국내 유통라이벌인 신세계와 롯데의 신경전으로 보고 있다. 롯데칠성음료의 첫 맥주 제품이 오는 5월 시장에 출시된다. 신격호 롯데 총괄회장의 숙원사업 가운데 하나였던 맥주사업이 드디어 성사된 것이다.
현재 롯데칠성음료의 맥주 생산능력은 전체 맥주시장 점유율 3%를 차지하는 수준이다. 하지만 2015년 50만㎘ 규모의 본공장이 완공되면 그룹 유통망을 앞세운 롯데가 오비맥주, 하이트진로와 함께 3강체제를 구축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롯데에 이어 신세계까지 맥주 시장에 진출하면서 유통업체들의 미래 먹거리 확보 전쟁은 식품사업영역까지 격전지를 넓히게 된다.
시장성숙기에 돌입한 유통업계는 장기적 경기침체와 정부의 규제강화 등의 악재가 겹치면서 지난해 실적부진을 면치 못했다. 롯데백화점 순매출은 지난해 8조5650억 원을 기록해 2012년 8조6430억 원에서 0.9% 감소했다. 신세계백화점의 순매출도 4조1530억 원으로 전년 대비 0.6% 감소했다.
대형마트의 실적도 악화됐다. 롯데마트와 이마트 매출은 전년 대비 각각 3.5%, 0.1% 감소해 두 업체 모두 창사 이래 처음으로 마이너스 성장으로 돌아섰다.
유통업체들은 새로운 이런 정체 탈출구를 찾기 위해 돈이 될 만한 사업영역 일단 뛰어 들고 보자는 전략으로 나서고 있다. 최근 유통업체들이 복합쇼핑몰, 프리미엄 아울렛, 면세점 사업을 확장하고 있는 것도 그런 맥락이다. 롯데에 이어 신세계가 이미 과점상태인 맥주시장에 뛰어든 것도 마찬가지다. 현재 전체 맥주시장 점유율은 오비맥주 60%, 하이트진로 40%다.
신세계푸드의 맥주시장 진출에 대해 주류업계는 롯데의 시장 진출보다는 덜 위협적이라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신세계가 주류 제조 면허를 취득하고 대형 제조 공정을 완비하려면 적지 않은 시일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신세계푸드는 이때문에 중소규모 맥주업자(하우스 맥주업자)로 등록해 일단 자사 외식업체 매장과 이마트, 신세계 백화점에 납품하면서 맥주사업의 기반을 다질 것으로 보인다. 중소규모 맥주업자로 등록하면 주류제조면허 취득에도 유리하다.
정부는 중소규모 주류제조업체에 도소매 판매를 허용하는 내용이 담긴 주세법 시행령 개정안을 27일 처리했다. 이에 따라 자체 제조 시설을 갖추고 주점 영업을 해왔던 중소규모 맥주제조업체도 손님들에게 포장 판매를 하거나 다른 사업자에게 도소매 판매를 할 수 있게 됐다. 이전까지는 방문 손님에 한해 주점 내에서만 판매가 가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