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 직원이 7월24일 중국 동부 장쑤성 난퉁에 있는 시제너지난퉁 스마트에너지 센터에서 ESS 제품 관련 작업을 하고 있다. <뉴시스>

[비즈니스포스트] 미국이 중국산 에너지저장장치(ESS)용 리튬인산철(LFP) 배터리와 소재를 대상으로 무역 장벽을 세워 견제하고 있지만 중국산은 여전히 탄탄한 가격 경쟁력을 가진 것으로 평가된다.

이에 비중국 공급망을 구축 중인 포스코퓨처엠, 엘앤에프 같은 한국 업체들의 LFP 양극재 원가 경쟁력이 시험대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28일 PV매거진, 에너지스토리지뉴스 등 에너지 전문 외신을 종합하면 미국 내 ESS 가격 하락 폭이 국제 시장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제한적일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린다.

PV매거진은 2030년 미국 내 'DC 블록(배터리와 냉각 장치 등을 하나의 컨테이너에 설치한 ESS 설비)' 가격이 올해보다 15~30% 하락할 것이라는 조사업체 인터텍CEA의 예상을 전했다.

그러나 중국에서 들여오는 수입산 ESS 가격은 같은 기간 40% 떨어질 것으로 예상됐다. 미국에서 만드는 배터리셀의 원가 가운데 제조비용 비중이 49%로 중국(30%)보다 높다는 점이 근거로 제시됐다.

중국은 세계 배터리 공급망을 장악하고 생산 규모도 커 제조 원가 측면의 경쟁력이 강하다.

이렇다 보니 미국 정부가 관세나 세액공제 혜택 제외 같은 무역 장벽을 세워도 중국산 배터리로 제조되는 ESS의 가격 하락 폭이 더 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 것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중국은 지난해 기준 세계 배터리 생산의 80%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중국산 배터리의 원가 하락이 이를 바탕으로 하는 ESS 시장에서도 퍼지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에 미국 정부는 국가안보와 자국 산업 강화를 위해 중국산 ESS 배터리에 고율 관세를 부과하고 중국산 소재를 사용한 제품에 대한 세액공제를 축소하고 있다고 에너지스토리지뉴스는 전했다.

미국이 지난해 7월 통과시킨 ‘하나의 거대한 아름다운 법(OBBB)’에 따라 첨단 제조 세액공제(45X)를 받으려면 배터리 부품은 금지외국기관(PFE) 외 공급원에서 조달한 재료비의 최소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중국이나 기타 PFE에서 조달한 소재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기업은 정부의 세액공제 대상에서 제외될 소지가 크다.

또한 트럼프 정부는 중국산 ESS 배터리에 40.9%의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 한국 등 다른 나라산 ESS 배터리에는 10% 안팎의 관세만 책정했다.

그러나 중국산 배터리 가격 경쟁력이 여전히 높아 관세를 내거나 세액공제를 포기하고서라도 미국 에너지사업자들이 중국산 배터리를 쓴 ESS를 수입할 수 있다는 시각이 나오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미국 시장을 강화하려는 한국 양극재 업체로서는 가격 경쟁력을 더 높여야 할 필요성이 크다.

트럼프 정부가 중국산 배터리에 고율 관세를 부과하고 세액공제를 축소해 한국 업체들의 반사 이익이 기대됐지만 가격 경쟁력이 여전히 중요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 방문객들이 21일 대구 엑스코에서 열린 미래모빌리티 박람회(DIFA)에서 엘앤에프 부스를 구경하고 있다. <연합뉴스>

미국 매체 카나리미디어는 “ESS 개발 사업자가 중국 외 배터리 공급업체를 점점 더 많이 찾고 있다”면서도 “세계 배터리의 80%를 공급하는 중국과 가격이나 물량 측면에서 경쟁하는 일은 여전히 불가능에 가깝다”고 평가했다.

포스코퓨처엠, 엘앤에프 같은 한국의 양극재 기업은 중국산 소재 비중을 줄이면서 미국 ESS용 LFP 배터리 양극재 시장 공략을 강화하고 있다.

양극재는 배터리에서 전기를 일으키는 주요 소재다. LFP 배터리 제조 원가에서 30%가량을 차지한다.

포스코퓨처엠은 경북 포항에 ESS용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양극재 공장을 건설했다. 이 공장에서 생산한 중국산 재료를 줄인 '탈중국 양극재'를 내년부터 2029년까지 3년 동안 SK온의 미국 조지아 공장에 공급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SK온은 이를 ESS용 LFP 배터리에 탑재할 예정이다.

계약 당시 SK온은 보도자료를 통해 “비중국산 양극재 공급망을 구축한 것에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엘앤에프는 지난 5월18일 100% 자회사인 엘앤에프플러스 공장을 대구에 준공했다. 연산 3만 톤 규모의 이 공장에서 엘앤에프는 ESS용 LFP 배터리에 들어갈 양극재를 생산하고 있다.

앞서 엘앤에프는 지난 3월24일 삼성SDI의 미국 공장에 내년부터 3년 동안 양극재를 공급하는 1조6천억 원 규모의 계약을 체결했다.

삼성SDI는 미국 완성차 기업 스텔란티스와 인디애나주에 운영하는 배터리 합작공장에서 엘앤에프 양극재에 기반해 ESS용 LFP 배터리를 생산한다.

PV매거진은 “엘앤에프와 포스코 등 한국 업체가 그동안 증설하겠다고 발표한 LFP 양극재 생산 능력이 모두 현실화하면 미국 국내 수요의 40%를 충당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시장이 세액 공제 자격에 따라 여러 가격대로 나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결국 트럼프 정부가 중국산 ESS용 배터리에 무역 장벽을 높이며 한국 배터리 소재 업체에 사업 기회를 넓힐 것으로 보였지만 원가 경쟁력을 더 강화해야 하는 과제는 남아 있는 셈이다.

시장 조사 업체 텔레메트리의 샘 아부엘사미드 부사장은 CNBC를 통해 “미국 시장에 자체 공급망을 정착시키는 작업은 수년이 걸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근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