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학술지 보고서 "유럽 올해 여름 기상이변으로 430억 유로 손실, 2029년엔 1260억 유로"

▲ 지난달 13일(현지시각) 그리스 파트라스시 인근 해안가 마을 산이 산불에 완전히 연소된 채 방치돼 있다. <연합뉴스>

[비즈니스포스트] 올해 유럽이 기상이변으로 입은 경제적 손실이 수백억 유로에 달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15일(현지시각) 가디언은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다이렉트에 등재된 보고서를 인용해 올해 여름 동안 유럽이 산불, 더위, 가뭄, 홍수 등 극한 기상이변에 입은 단기 피해액이 430억 유로(약 70조 원)로 집계됐다고 보도했다. 이는 2024년 기준 유럽연합(EU) 경제 생산량의 약 0.26%에 달하는 금액이다.

이번 보고서는 독일 만하임 대학과 유럽중앙은행이 합작해 작성했다.

연구진은 이번 보고서를 두고 "지난달 남부 유럽을 강타한 역대 최악의 산불이나 이와 연계된 다른 기상이변의 복합적 영향을 고려하지 않았다"며 "실제 피해액보다 보수적으로 집계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세리쉬 우스만 만하임대 경제학자는 가디언을 통해 "이번 연구에서 나타난 적정 추정치는 공식 데이터가 없는 상황에서 정책 입안자들이 적절한 지원 대상을 모색하는 것에 도움을 줄 수 있다"며 "극한 기상 현상의 실제 피해는 서서히 드러나는 편"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이같은 사건들은 초기 충격을 넘어 광범위한 경로를 통해 사람들의 삶과 세계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번 보고서에 따르면 피해가 주로 집중된 지역은 키프로스, 그리스, 몰타, 불가리아 등으로 이들 국가는 2024년 기준 국가 총부가가치(GVA)의 1%가 넘는 손실을 입은 것으로 파악됐다. 스페인, 이탈리아, 포르투갈 등 다른 지중해 국가들이 이들 국가 다음으로 가장 많은 피해를 입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기후변화가 스페인과 포르투갈 등에서 산불 발생 가능성을 40배, 그리스와 튀르키예에서는 약 10배 더 높였다고 분석했다.

현 추세대로 기후변화가 진행된다면 2029년에는 유럽이 매년 여름철 극한 기상이변으로 입는 피해액이 최대 1260억 유로(약 205조 원)까지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번 연구를 접한 다른 전문가들은 보고서가 기후변화의 잠재적 악영향을 파악하는 새로운 방식을 제시했다고 평가했다.

스테판 알레가트 세계은행 수석 기후경제학자는 가디언을 통해 "이번 연구는 극한 기상 현상의 광범위한 경제적 영향이 직접적 영향보다 더 크고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오래 지속된다는 점을 확인시켜줬다"고 강조했다.

다만 참고한 지표가 불완전하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는 결과였다는 지적도 나왔다.

알레가트 경제학자는 "이번 연구는 극한 기상 현상이 무엇인지 식별하기 위해 불완전한 대피 지표를 사용했다"며 "이는 전체 비용을 과소평가하게 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보고서에 나온 총부가가치는 사람들과 기업에 미치는 극한 기후의 전체 비용이나 취약성을 완전히 포착하지 못한다"며 "특히 가난한 지역사회와 사람들이 영향을 받을 때 이들이 미치는 경제적 영향은 미미해 총부가가치 변동도 적을 수 있다"고 말했다.

다른 전문가는 이와 같은 지적을 고려하면 이번 보고서는 실제 피해액을 최대 30% 과소평가했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게르트 비넨스 벨기에 국립은행 경제학자는 "물론 이같은 추정치는 역사적 평균에 의존하고 복합적 사건들을 완전히 포착할 수 없기에 불확실성이 필연적으로 따른다"며 "하지만 극한 기상 현상이 이미 상당한 경제적 족적을 남기고 있으며 그 간접적 영향을 직접적 파괴만큼이나 파괴적일 수 있다는 큰 메시지를 분명히 남기고 있다"고 평가했다. 손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