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4대 은행에서 소비자보호 담당임원(CCO)의 존재감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특히 KB국민·신한·하나은행의 CCO는 올해 말 임기가 만료된다. 기존 임원 연임과 새로운 임원 발탁의 기로에서 고려해야 할 요소가 늘어나면서 새로운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11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4대 은행에서 CCO 역할과 위상이 더욱 커질 것이라는 시각이 나온다.
금융감독원은 9일 ‘금융소비자보호 거버넌스 모범관행(Best Practice)’을 발표했다. 소비자 피해 사후대응이 아닌 사전 예방시스템 구축을 위한 거버넌스(지배구조) 체계 지침이 담겼다.
이번 모범관행의 핵심은 금융회사에서 소비자보호 부문을 총괄하는 CCO에 힘을 실어준 점이 꼽힌다.
금융회사는 소비자보호 부문에 전문성을 갖춘 CCO를 선임하고 최소 2년의 임기를 보장해야 한다. 또한 영업부서 견제 역할 수행에 어려움이 없도록 상위직급 임원을 임명하도록 했다.
CCO의 권한도 강화했다. 금감원은 KPI 설계 등 소비자보호 핵심 사안에 대해 배타적 사전합의권(veto)과 개선요구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하라고 명시했다.
금융권 가운데서도 은행은 특히 영업조직이 강한 곳으로 평가된다. 직접 수익을 창출해 은행의 실적을 책임지는 조직인데다 영업 인력이 조직 내 상당수를 차지하기 때문이다.
현재 4대 은행 최고경영자(CEO) 진용을 살펴봐도 대부분 영업 부문에서 강점을 가지고 있다.
이호성 하나은행장은 영업력을 바탕으로 행원에서 은행장까지 올랐다는 평을 듣는다. 정진완 우리은행장은 스스로를 ‘중기영업 톱 클래스’라고 지칭한다.
영업조직을 견제할 수 있는 수준의 권한을 부여한다는 것은 그만큼 CCO의 존재감이 커진다는 의미인 셈이다.
이런 가운데 연말 인사 시즌이 다가오고 있어 CCO 자리의 변화가 일어날 가능성에도 관심이 쏠린다.
4대 은행 가운데 KB국민·신한·하나은행 CCO의 임기는 2025년 12월까지다.

▲ KB국민·신한·하나은행 소비자보호 담당임원(CCO)이 올해 말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다.
이들은 모두 금융지주 CCO를 겸직하고 있다. 은행뿐만 아니라 그룹 전체 소비자보호 업무를 총괄한다는 점에서 더욱 무게감이 큰 자리다.
현재 KB국민은행 CCO는 박영세 소비자보호그룹대표(부행장)가 역임하고 있다.
박영세 부행장은 인하대학교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워싱턴대학교 대학원에서 경영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KB국민은행에서 고촌지점장, 인재개발부장, 업무지원본부장을 지낸 뒤 2023년 소비자보호그룹대표(전무)에 올랐다. 2024년 부행장으로 승진했다.
신한은행 CCO는 박현주 소비자보호그룹장(부행장)이 4년 째 맡고 있다. 박현주 부행장은 2022년 첫 임기로 2년을 받은 뒤 2024년과 2025년 연임에 성공해 1년씩 임기를 추가했다.
2019년 신한은행 소비자보호본부장으로 일하면서 전문성을 쌓았다는 평가다.
하나은행과 우리은행 CCO는 상무급 인사가 담당한다. 모범관행 내용을 고려하면 대체로 부행장급인 영업 관련 그룹장 등에 충분한 견제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새로운 인물을 찾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하나은행에서는 정준형 소비자보호그룹장(상무)이 2024년부터 소비자보호그룹을 이끌고 있다.
정준형 상무는 조선대학교 법학과를 졸업했다. 하나금융지주 감사팀 부팀장, 하나은행 광교신도시지점장, 검사기획부장 등을 역임했다.
우리은행은 올해 4월 오지영 금융소비자보호그룹장(상무)를 CCO로 선임했다. 임기는 2026년 11월까지다.
오지영 상무는 이화여자대학교에서 법학 학사 학위를 받았으며 우리은행 자금결제부장, 양재동금융센터장, 고객센터본부장 등으로 일했다.
금융감독원이 제시한 모범관행은 자율적으로 시행을 돕는 일종의 가이드라인으로 법적 구속력은 없다.
다만 금융당국이 금융소비자 보호가 미흡했던 사례로 ‘홍콩 주가연계증권(ELS) 사태’를 직격한 만큼 은행들은 이번 모범관행을 주의 깊게 들여다볼 것으로 여겨진다.
은행업계 한 관계자는 “모범관행이 이제 막 나온 만큼 실제 적용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관계 부서에서 검토해 맞지 않는 부분이 있다면 맞춰나갈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조혜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