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사우디아라비아 사막지대에 위치한 사우디 아람코 소유의 채굴 설비에서 잔류 가스를 태워 불길이 뿜어져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가디언은 10일(현지시각) 스위스 취리히 연방공과대학교 등을 중심으로 한 국제연구진이 내놓은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엑손모빌, 사우디 아람코 등 주요 화석연료 기업이 배출한 온실가스와 지구온난화로 발생한 폭염 사이에 명확한 인과관계가 드러났다고 보도했다.
이번 연구는 전 세계 주요 탄소 배출 기업 180곳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연구 결과를 보면 지구온난화로 지금까지 증가한 글로벌 폭염 강도의 절반은 이들 기업이 배출한 온실가스가 원인이었다. 나머지 절반은 삼림 파괴로 인한 간접 배출량 증가가 영향을 미친 결과였다.
연구진은 엑손모빌이 배출한 온실가스만 해도 전 세계에서 발생한 극한 폭염 51건의 가능성이 1만 배 이상 높였다고 지적했다. 사우디 아람코도 비슷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소냐 세네비라트네 취리히 연방공과대학교 교수는 가디언 인터뷰에서 "이러한 단일 기업들의 영향을 추적하고 이것을 정량화할 수 있게 된 것은 이들 기업의 잠재적 법적 책임을 확립하는 것에 매우 유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는 '기여도 분석' 기법을 활용해 진행됐다. 현재 지구온난화로 뜨거워진 세계와 가상 시뮬레이션을 통해 구축한 온난화 이전 세계와 비교해 온실가스 배출이 어떻게 세계를 변화시켰는지 관측했다.
연구진은 각 탄소 배출 기업의 배출량이 기온을 얼마나 높였는지 계산한 다음 상승한 기온이 폭염 발생 가능성을 얼마나 높였는지 정량화했다.
이들이 활용한 데이터는 세계에서 가장 큰 글로벌 재해 데이터베이스 EM-DAT에서 가져왔다. 해당 데이터베이스는 모든 대륙의 재해 데이터를 가지고 있으나 아프리카와 남아메리카 지역 등은 보고체계가 미흡한 상태라 일부 데이터가 누락된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프레데리케 오토 임페리얼 칼리지 런던 박사는 가디언을 통해 "이번 연구 결과는 실제 사건들의 규모를 과소평가했을 가능성이 높다"며 "실제 기업들의 책임은 더 클 것"이라고 지적했다.
가디언은 엑손모빌과 사우디 아람코 측에 이번 연구와 관련해 논평을 요청했으나 답변을 받지 못했다고 전했다. 손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