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TSMC가 첨단 반도체 패키징 시장에서 독점 문제와 지정학적 리스크가 돋보이는 것을 피하기 위해 경쟁사의 진입을 허용하는 전략을 쓰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TSMC 반도체 패키징 기술 홍보용 이미지.
반도체 파운드리 시장에서 TSMC의 점유율이 지나치게 높아져 주요 고객사들이 독점 문제나 지정학적 리스크를 우려하는 데 대응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대만 디지타임스는 9일 “TSMC의 첨단 반도체 패키징은 이미 핵심 사업으로 자리잡았다”며 “이는 약 2년 만에 이뤄진 눈에 띄는 변화”라고 보도했다.
반도체 패키징은 여러 종류의 반도체를 하나의 모듈로 조립하는 후공정 절차다. 다양한 기술 방식에 따라 성능 및 전력효율을 개선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
이전까지는 중요성이 다소 낮은 사업으로 평가받았으나 엔비디아를 비롯한 인공지능(AI) 반도체 기업의 가파른 성장으로 시장 판도가 완전히 바뀌고 있다.
인공지능 반도체 특성상 성능과 전력효율 개선이 다른 제품과 비교해 훨씬 중요한 경쟁 요소로 떠오른 만큼 패키징 기술의 중요성도 그만큼 높아졌기 때문이다.
TSMC는 이러한 고사양 패키징 기술력에서 절대적 우위를 차지하고 있어 반도체 파운드리 사업과 시너지를 내며 대형 고객사 수주 확보에 큰 효과를 봤다.
그러나 디지타임스는 TSMC가 최근 들어 오히려 반도체 패키징 경쟁사들의 시장 진입을 위해 한 발 물러서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TSMC의 패키징 공급 능력에 한계가 있어 공격적 시설 투자에도 모든 수요에 대응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점이 이유로 제시됐다.
그러나 TSMC가 지정학적 리스크와 독점에 관련한 고객사들의 우려를 고려해 일부러 경쟁사들에 기회를 주고 있는 것이라는 분석도 이어졌다.
첨단 반도체 파운드리에 이어 패키징 시장에서도 TSMC가 사실상 모든 수주 물량을 독점하는 상황이 이어진다면 이는 역효과를 낳을 수 있기 때문이다.
조사기관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2분기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에서 TSMC 점유율은 70.2%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2위 삼성전자의 점유율은 7.3%에 그쳤다.
전 세계 각국 규제당국이 TSMC의 독점을 문제삼아 규제 또는 관세 부과에 빌미로 삼는다면 TSMC는 실적에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TSMC의 반도체 및 패키징 공장이 대부분 대만에 위치하고 있다는 점도 이유로 제시됐다. 자연히 중국의 침공과 같은 지정학적 리스크에 고객사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결국 TSMC가 첨단 반도체 패키징 시장에서 글로벌 경쟁사들의 진출을 허용해 점유율을 낮추는 것은 이러한 약점을 해소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
디지타임스는 TSMC가 미국 애리조나에 공장을 건설하는 암코와 협력해 반도체 패키징 및 테스트 공정을 맡기기로 한 사례를 대표적으로 들었다.
다만 TSMC도 현재 대만과 미국에 자체 패키징 공장을 잇따라 신설하며 고객사들의 수요 대응에 충분한 능력을 확보하려 힘쓰고 있다.
디지타임스는 “TSMC와 다른 패키징 및 테스트 기업들의 꾸준한 투자 확대는 전체 산업 성장에 기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