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네시스는 더 비싸게, 엘란트라(아반떼)는 더 싸게.'
현대차가 미국에서 가격 양동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제네시스의 고가정책을 통해 품질에 대한 자신감을 보여주고 상품성이 떨어지는 제품에 대해서는 높은 인센티브를 제공해 판매량을 끌어올리고 있다.
6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9월 미국에서 출시하는 제네시스의 플래그십세단 G90(국내명 EQ900) 가격을 기존 모델보다 높게 책정했다.
▲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
G90의 다른 모델의 경우 3.3 터보 상시사륜 모델은 7만600달러, 5.0 얼티미트 모델의 경우 후륜이륜은 6만9700달러, 상시사륜은 7만2200달러로 각각 책정됐다.
미국에서 판매하는 대형 고급승용차의 가격은 보통 7만~9만 달러 수준이다. 동급 차종으로 렉서스 LS460이 7만2520달러, 아우디 A8 3.0T가 8만500달러, 벤츠 S550이 9만5620달러다.
현대차가 미국 고급차시장에서 후발주자인 데다 브랜드파워가 낮은 점 등을 감안하면 고가정책을 펼치고 있는 셈이다.
현대차가 제네시스 브랜드 제품을 저렴한 가격에 선보이지 않는 데는 그만큼 품질에 자신감이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G90에 앞서 올해 8월 출시된 G80 가격도 기존 모델보다 2650달러 높은 4만1400달러부터 책정했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은 5일(현지시각) 미국판매법인을 방문해 “제네시스 브랜드의 성공은 우리가 새롭게 도전할 과제”라며 “제네시스를 한국을 대표하는 글로벌 브랜드로 육성해야 한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현대차는 제네시스 브랜드와 달리 쏘나타와 엘란트라(한국명 아반떼) 등을 파격적인 프로모션을 통해 헐값에 팔고 있다. 쏘나타와 엘란트라는 현대차 미국 판매를 이끄는 주력 차량이다.
현대차는 7월 신형 엘란트라와 신형 쏘나타 구매 고객에게 최대 60개월간 0.9%의 초저리 할부를 제공하고 두 차량에 각각 2천 달러, 3500달러의 현금할인을 제공하는 프로모션을 진행했다.
현대차가 판매량을 끌어올리기 위해 파격적인 프로모션을 앞세운 데는 미국 자동차시장 성장세가 올해 들어 두드러지게 둔화한 점이 작용했다.
여기에 현대차의 미국 판매가 프로모션에 좌우된다는 이유 때문도 있다. 현대차는 올해부터 미국에서 제값받기 정책을 내걸었다. 하지만 엘란트라 판매가 신형 모델 출시에도 불구하고 부진한 모습을 보이자 5월부터 높은 인센티브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현대차는 2분기 실적발표회에서 “상반기 인센티브가 대당 3100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13% 증가했고 주력인 승용차의 경우 인센티브가 25% 증가했음에도 판매는 약 8% 하락했다”며 “하반기에는 싼타페 생산을 연 5만 대로 늘려 승용부문 판매부진을 만회하는 한편 G80, G90 등을 출시해 인센티브 증가 우려를 최소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대차는 하반기에도 미국에서 높은 인센티브를 제공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어서 현대차의 파격적인 프로모션 정책은 제네시스 고가정책과 한동안 병행될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금융기관인 HSBC는 “하반기 미국시장에서 완성차회사들은 시장 점유율을 지키기 위해 더 많은 인센티브 제공을 통해 공격적인 프로모션을 진행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비즈니스포스트 임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