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세점업계 절대강자였던 롯데면세점의 앞길에 먹구름이 가득하다.

정부의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 배치 후보지로 롯데스카이힐 골프장이 유력하게 꼽히기 때문이다. 롯데면세점은 중국인 관광객 매출이 전체에서 78%를 차지하고 있어 사드 배치는 실적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사드 배치로 롯데면세점이 타격을 입을 경우 면세점업계에 지각변동이 나타날 가능성도 커진다. 연말 서울시내 신규면세점 추가입찰 경쟁도 치열하게 전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롯데면세점 '사드 리스크'로 흔들, 면세점 판도 바뀌나  
▲ 장선욱 롯데면세점 대표.
새누리당은 30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 총회에서 사드 배치 찬성을 당론으로 공식 채택했다. 정진석 원내대표는 “대한민국 안보 위기를 극복하려는 새누리당의 단호한 의지 표명”이라고 설명했다.

새누리당의 사드 배치 당론결정으로 국방부의 사드배치에도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국방부는 29일 사드 배치 후보지 3곳에 대한 현장실사에 착수했다.

국방부는 당초 성주 성산포대를 후보지로 선정했다가 주민들의 강한 반대에 부딪혀 새로운 후보지를 찾고 있다. 롯데스카이힐 골프장과 염속봉산, 까치산 등 3곳이 물망에 올랐다.

국방부는 이미 자체 실무조사 결과 염속봉산과 까치산에 대해서 부적합 판정을 내린 바 있다. 사실상 롯데스카이힐 골프장이 유력한 대안으로 떠오른 셈이다. 스카이힐 골프장은 주변에 민가가 적고 고도가 높으며 진입로 등 기반시설이 갖춰져 있어 대규모 공사가 필요 없다는 게 장점으로 꼽힌다.

중국정부는 공식적으로 경제보복에 나서지 않고 있으나 민간차원에서 양국 교류에 이상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중국 방송에서 한국 연예인들의 출연모습이 모자이크 처리되는가 하면 예고된 행사가 줄줄이 취소되기도 한다.

이를 감안하면 롯데골프장 부지에 사드가 배치될 경우 후폭풍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여겨진다.

롯데면세점은 지난해 중국 대표 검색엔진 바이두에서 월평균 1만 건의 검색건수로 한국관광 관련 검색어 2위를 차지했다.

1위 한국영화를 비롯해 한국엔터테인먼트뉴스, 한국예능, 한국고기구이, 한국비자 등이 10위권 내에 포진했는데 롯데면세점은 개별 기업으로 유일하게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상위 100위권 내 면세점은 롯데면세점이 유일하다.

롯데면세점에 대한 중국관광객들의 관심이 매우 크다는 얘기다. 그만큼 사드 배치시 후폭풍은 거셀 것으로 보인다.

롯데면세점은 상반기 국내 면세점 매출의 47.3%를 차지했다. 하지만 6월 월드타워점을 폐점해 하반기 매출이 감소할 가능성이 크다. 사드 배치가 결정될 경우 감소폭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면세점시장에서 롯데면세점의 입지가 흔들릴 경우 경쟁사업자들에게 기회가 될 수 있다. 업계 2위인 호텔신라를 비롯해 올해 신세계와 SK네트웍스, 신규사업자인 두산과 한화갤러리아까지 롯데면세점로부터 점유율을 빼앗기 위해 공격적인 경영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당장 사드 배치로 롯데면세점이 타격을 받게 될 경우 올해 말 진행될 서울시내 신규면세점 추가입찰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관세청은 올해 12월 4곳의 시내면세점 사업자를 추가로 선정하기로 했는데 이 중 대기업 몫은 3곳으로 10월4일까지 신청서를 접수한다.

월드타워점을 내준 롯데면세점은 면세점시장 주도권을 유지하기 위해 신규면세점 사업권을 되찾는 것이 꼭 필요하다. 여기에 사드 배치 타격까지 겹치면 상황은 더욱 절박해진다.

신세계DF와 SK네트웍스는 일찍히 출사표를 던졌고 호텔신라와 현대백화점, 두산 등 후보군으로 거명되는 곳은 아직 신중한 태도를 나타내고 있다. 하지만 롯데면세점을 둘러싼 기류에 변화조짐이 나타날 경우 이들 역시 강점을 살려 적극적으로 추가입찰에 나설 가능성이 커 보인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