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추형욱 SK이노베이션 대표이사 사장이 공을 들여온 3조3천억 원 규모 베트남 에너지 사업이 본 궤도에 올랐다.

이는 최태원 SK그룹 회장까지 나서 발품을 판 새 사업모델 ‘에너지-산업 클러스터(SEIC)’의 첫 프로젝트로 향후 SK이노베이션 사업 포트폴리오의 전환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추형욱 SK이노베이션 대표이사 사장이 베트남 에너지 사업에서 속도를 붙이고 있다. <SK이노베이션>


액화천연가스(LNG) 발전과 연계한 에너지-산업 클러스터 사업 모델의 고도화를 향한 다음 분기점은 SK이노베이션이 오래 전 단행한 소형모듈원전(SMR) 투자의 성패가 될 것으로 보인다.

23일 베트남 언론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은 최근 응에안성에 짓는 총 사업비 23억 달러(3조3천억 원) 규모 '뀐랍 LNG 프로젝트' 관련 합작법인을 출범했다.

뀐랍 LNG 프로젝트는 베트남 하노이시에서 남쪽으로 약 220km 떨어진 응에안성 뀐랍 지구에 1.5GW 규모 LNG 복합화력발전소와 LNG 터미널 등을 짓는 사업이다.

합작법인 지분율은 베트남 현지 에너지 기업인 PV파워 51%, SK이노베이션 34%, 응에안슈거(NASU) 15% 등으로 이뤄진다. 합작법인의 최대주주 PV파워는 베트남 국영에너지 기업 페트로베트남(PVN)의 자회사이며 NASU는 태국계 자본이 소유한 베트남 현지기업이다.

이사회 의장은 PV파워 측 인사가 맡는다. SK이노베이션도 2대 주주 위치에 있는 만큼 김남호 SK이노베이션 LNG사업개발실장 부사장 등을 이사회에 합류시켰다.

뀐랍 LNG 프로젝트는 SK이노베이션의 사업 포트폴리오에서 중요한 분기점으로 평가된다.

이번 사업은 SK이노베이션이 ‘특화 에너지-산업 클러스터(SEIC)’ 모델을 처음 시도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특화 에너지-산업 클러스터는 안정적 에너지 인프라 주변에 대규모 전력을 소비하는 AI 데이터센터와 첨단 제조시설을 패키지로 유치하는 맞춤형 전략이다.

그룹 차원에서 힘을 실은 사업모델로 중요도도 높다.

SK이노베이션은 뀐랍 LNG 프로젝트를 두고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직접 SEIC 모델의 방향성을 제시하고 베트남 최고 지도부와 여러 차례 면담하며 펼친 세일즈 경영의 결과라고 설명했다.

그런 만큼 추형욱 사장도 여러 차례 베트남 현지를 찾아 그룹 전략을 뒷받침하는 데 공을 들였다.

추 사장은 앞서 지난 5월 열린 이번 프로젝트 착공식에서 “이번 기반 시설 착공은 베트남의 전력난 해소와 첨단 산업 생태계 조성의 초석이 될 역사적 첫걸음”이라며 “베트남 국가 에너지 안보의 핵심 기지가 될 이번 프로젝트를 위해 파트너사들과 긴밀히 협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번 SEIC 모델의 고도화를 위한 다음 분기점은 LNG 발전을 대체할 소형모듈원전(SMR) 사업의 성패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동안 SK그룹은 SK이노베이션의 LNG 사업을 주요 성장축으로 삼아왔다. 다만 인공지능(AI) 시장 급성장에 따른 에너지 수요 급증을 충당하기 위한 ‘가교 에너지’란 점도 분명히 밝혀 왔으며 베트남에서도 SMR으로의 확장을 노리고 있다.

추 사장도 지난 7월 베트남을 찾아 “AI의 급격한 발전이 전력 수요의 폭증을 초래할 것으로 보여 한동안은 LNG가 에너지 안보를 보장하는 적절한 해결책”이라면서도 “차세대 SMR 기술의 검증과 상용화 과정이 완료된 뒤 페트로베트남(PVN)과 장기 파트너십을 구축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현재 SK이노베이션의 SMR 시장 관련 역량은 4년 전 투자를 단행한 미국 테라파워의 사업 성패에 달려 있다고 볼 수 있다. SK이노베이션은 2022년 그룹 지주사 SK㈜와 함께 미국 SMR 설계기업 테라파워에 2억5천만 달러(약 3397억 원)를 공동 투자해 2대 주주에 올랐다.

▲ (왼쪽 상단부터 반시계 방향으로) 빌 게이츠 테라파워 이사회 의장과 크리스 르베크 테라파워 최고경영자(CEO), 추형욱 SK이노베이션 대표이사 사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이 8월 서울에서 열린 협약식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 SK이노베이션 >

테라파워 투자는 SK이노베이션이 미래를 보고 베팅을 한 것으로 평가된다. 테라파워는 나트륨을 원자로 냉각제로 활용하는 SMR 개발사다. 경수를 냉각제로 활용하는 SMR과 비교해 차세대 기술을 가진 것으로 평가된다.

SK그룹 차원의 차세대 SMR을 향한 행보는 올해 들어 더 속도가 붙었다. 최 회장과 추 사장은 지난 8월 빌 게이츠 테라파워 설립자를 서울에서 만나 글로벌 시장과 국내 시장 진출을 위한 합의서를 체결했다.

추 사장은 당시 "이번 합의는 나트륨 SMR의 국내 적용 가능성을 검토하고 글로벌 사업 확대를 위해 협력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테라파워와 긴밀히 소통하면서 향후 미국 프로젝트 참여를 통해 사업 개발 및 운영 역량을 확보해 글로벌 시장 진출을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추 사장 개인적으로는 이번 베트남 SEIC 모델의 안착과 SMR 비전의 실현 여부가 앞으로의 그룹 내 입지에도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추 사장은 2020년말 인사에서 만 46세의 나이로 SK이노베이션 사장에 올라 'SK그룹 역대 최연소 사장' 타이틀을 쥐었다.

SK이노베이션은 처음 시도하는 SEIC 모델이 이제 시작된 것으로 수익 구조 등은 추후 결정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에 “뀐랍 LNG 프로젝트는 SK이노베이션이 처음으로 SEIC 모델을 적용하는 사례”라며 “현재로선 합작 사업이 첫 발을 뗀 상황으로 지분구조만 결정돼 있고 수익 등을 어떻게 배분하는지 등은 나중에 결정될 것이다”고 설명했다. 김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