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한화그룹이 한때 미국 내 태양광 수직계열화에서 기대주로 바라보던 REC실리콘의 재무위기 해결에 공을 들이고 있다.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은 과거 경영에도 참여했던 REC실리콘의 이익창출력이 악화돼 돌파구 마련에 고심할 것으로 보인다.
 
한화 태양광 수직계열화 기대주 REC실리콘 추락, 김동관 재무위기 타개 고심

▲ 한화그룹이 투자를 단행한 REC실리콘(사진)이 재무적 어려움을 겪고 있다.


7일 노르웨이 소재 실리콘 기업 REC실리콘에 따르면 최대주주 한화그룹과 추가 금융지원과 포괄적 구조조정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REC실리콘은 그룹 지주사격인 ㈜한화와 주력계열사 한화솔루션이 과거 태양광 수직계열화를 목적으로 투자한 곳이다.

커트 레벤스 REC실리콘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6일 3분기 실적을 발표하며 “구조조정 노력을 이어가고 있으며 4분기에는 약 10% 가량의 인력 감축이 있을 것”이라며 “한화와 추가 금융 지원을 논의하고 있으며 내년 만기 대출에 대한 재조정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REC실리콘이 현재 재무적으로 위기를 겪고 있는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REC실리콘의 계속 사업 기준 상각전 영업이익(EBITDA)는 720만 달러(약 105억 원) 적자로 지난해 3분기(640만 달러, 약 93억 원 적자)보다 악화됐다. 반면 순부채는 4억7410만 달러(약 6907억 원)로 집계됐다.

최대주주 위치에 있는 한화그룹은 그동안 REC실리콘의 정상화를 위해 노력해 왔다. 지난 3분기에도 자금을 투입했다.

한화인터내셔널은 지난 7월부터 9월까지 세 번에 걸쳐 2천만 달러(약 291억 원)를 빌려줬고, 10월에는 ㈜한화와 한화솔루션이 출자한 기업(Anchor AS)을 통해 7백만 달러(약 102억 원)를 수혈했다.

한화그룹은 공개매수를 통해 지분 100%를 확보하고 상장폐지한 뒤 책임경영을 강화하겠다는 계획을 세웠고 현재 지분율은 60.2% 가량까지 높아졌다. 

한화그룹 관계자는 "REC실리콘의 반도체용 실란가스 영역에서 기회를 찾는다는 전략도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란가스는 실리콘와 비슷한 성분으로 태양광뿐 아니라 반도체 공정에 사용되는 핵심 소재다.  

그룹 내 핵심 인력도 REC실리콘 경영에 직접 참여하며 정상화에 공을 들이고 있다. 김동관 부회장은 한화그룹의 태양광 사업을 주도해 온 만큼 스스로도 REC실리콘 이사회에 이름을 올린 이력이 있다.

현재 REC실리콘 이사회 의장은 전태원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항공사업부장(전무)이 맡고 있다. 전 전무는 ㈜한화 전략부문 전략기획실장을 거치며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을 가까이서 보좌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REC실리콘 최고재무책임자(CFO)에는 윤안식 한화솔루션 전략부문 재무실장(부사장)이 올라 있다. 윤 부사장은 한화호텔앤드리조트와 케미칼, 시스템 등 그룹 전반의 재무를 책임진 살림꾼으로 꼽힌다.  
 
한화 태양광 수직계열화 기대주 REC실리콘 추락, 김동관 재무위기 타개 고심

▲ 한화그룹은 REC실리콘을 미국 내 태양광 가치사슬 수직계열화를 완성하는 단계로 여겼고 (주)한화와 한화솔루션이 투자를 단행했다.


한화그룹이 4년 전만 해도 REC실리콘을 미국 내 태양광 가치사슬 확장의 핵심으로 여겼다는 점을 고려하면 상황이 급변한 셈이다. 

한화솔루션과 ㈜한화는 2022년 초 REC실리콘 지분 33% 가량을 취득하며 최대 주주에 올랐다. 셀과 모듈 등 태양광 가치사슬의 중반을 중심으로 사업을 펼치는 만큼 ‘폴리실리콘-잉곳-웨이퍼-셀-모듈-발전시스템’으로 이어지는 미국 내 가치사슬의 빈 자리를 메운다는 포석이었다.

당시 주력 시장 미국이 추진하는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따른 수혜도 입을 것으로 기대했다.

다만 REC실리콘의 폴리실리콘은 품질 기준을 넘기지 못했고 수익성 측면에서도 합격점을 받지 못했다. REC실리콘은 결국 지난해 12월말 미국 워싱턴주 모지스레이크 폴리실리콘 공장 생산 중단을 발표했고 한화솔루션은 이 물량을 OCI와 장기계약으로 대응했다.

REC실리콘의 상황이 녹록치 않은 만큼 태양광 사업을 키웠던 김동관 부회장의 고심도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커트 레벤스 REC실리콘 CEO는 3분기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 “현재 내년의 부채 상환 및 운영활동에 필요한 현금이 충분하지 않다”며 “비용 절감과 판매 증대 노력이 있었지만 한화로부터 기존 차입 외에도 추가 자금 조달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