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학수 코리아나화장품 대표이사가 15일 소비자중심경영(CCM) 우수인증기업 국무총리 표창장을 수상했다. <코리아나화장품>
2030 세대가 뷰티업계의 핵심 소비층으로 떠오른 상황에서 유학수 코리아나화장품 대표이사도 브랜드 전략 전반을 손질하며 흑자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젊은 소비자 취향을 반영한 제품과 소통형 마케팅을 앞세워 실적 반등의 발판을 마련하겠다는 구상이다.
21일 화장품업계에 따르면 2030세대를 주요 타깃으로 한 중저가 화장품 시장이 빠르게 커지고 있다. 가성비와 효능을 동시에 따지는 젊은 소비자들이 늘면서 브랜드 전략의 중심도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코리아나도 이러한 흐름에 합류했다. 더마·기능성 콘셉트의 중저가 브랜드 ‘엠플앤’을 전면에 내세우며 젊은 소비층 공략에 힘을 싣고 있다.
엠플앤은 앰플과 크림을 중심으로 가격대를 1만~2만 원대로 설정했다. 고가·중장년 이미지가 강했던 기존 코리아나와는 확연히 다른 포지셔닝이다.
특히 세라마이드·시카·블레미샷 앰플 라인은 민감 피부와 트러블, 피부 장벽 관리 등 20~30대가 가장 많이 겪는 고민을 전면에 내세웠다. 제품 기획 단계부터 타깃을 명확히 설정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마케팅 변화도 뚜렷하다. 엠플앤은 광고 모델로 K팝 보이그룹 세븐틴의 도겸을 발탁했다. 과거 40대 이상 여성 모델을 내세워 안티에이징과 효도 선물 이미지를 강조하던 코리아나와는 정반대 선택이다. 도겸 기용은 10대 후반부터 30대까지 이어지는 팬덤을 정조준한 카드로 평가된다.
실제 효과도 조금씩 나타나고 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주요 쇼핑 플랫폼에서는 ‘도겸 엠플앤’, ‘도겸 세럼’ 같은 검색어가 확산되며 팬덤 기반의 초기 수요가 형성되고 있다. 엠플앤 공식 채널 역시 숏폼 영상과 챌린지 콘텐츠 비중을 빠르게 늘리며 MZ세대와의 접점을 넓히고 있다.
젊은 고객층이 밀집한 유통 채널 확장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코리아나는 엠플앤을 올리브영 온·오프라인에 입점시키며 2030 소비자와의 접점을 본격적으로 넓히고 있다. 트렌드에 민감한 소비자들이 제품을 직접 비교하고 경험하는 채널을 전략적으로 선택했다는 평가다.
이와 함께 판매 구조 전환도 병행하고 있다. 기존 방문판매와 직판 중심 구조에서 벗어나 헬스앤뷰티(H&B) 매장과 온라인 중심으로 유통 체질을 바꾸는 중이다. 중장기적으로 유통 구조 단순화와 운영 효율 개선을 통해 수익성을 끌어올린다는 구상이다.
시장 흐름과의 궁합도 잘 맞아떨어진다고 평가된다. CJ올리브영에 따르면 2024년 ‘슬로우 에이징’ 카테고리 매출은 전년도보다 60% 이상 성장했다. 같은 기간 관련 상품 수는 30%가량 늘었고, 연 매출 100억 원 이상 브랜드 가운데 10개가 슬로우 에이징 기반 브랜드로 집계됐다.
▲ 앰플엔의 주력 제품인 펩타이드샷 앰플 투엑스에 전통 회화인 호작도에서 영감을 받은 한정판 패키지 디자인을 적용한 ‘앰플엔 호작도 에디션’. <코리아나>
업계에서는 이를 20~30대가 피부 장벽 관리와 초기 노화 예방 차원에서 기능성 제품을 소비하기 시작한 결과로 해석한다. 자극을 줄이고 피부 컨디션을 장기적으로 관리하려는 소비 패턴이 확산되면서 저자극·장벽 케어를 내세운 엠플앤의 포지션도 자연스럽게 맞아떨어졌다는 것이다.
코리아나가 브랜드 방향성을 바꾼 핵심 배경에는 ‘기능성을 중시하는 2030 세대의 부상’이 자리하고 있다.
최근 국내 스킨케어 시장에서 기능성 화장품 비중은 전체의 절반을 넘어섰다. 특히 20~30대가 가장 적극적인 소비층으로 자리 잡고 있다.
코리아나 입장에서는 한방과 프리미엄에 집중된 기존 라인업만으로는 이 수요를 흡수하는 데 한계가 뚜렷했다. 보다 가벼운 제형과 합리적인 가격, 직관적인 패키징을 갖춘 엠플앤 같은 브랜드 전개가 선택이 아닌 필수 과제가 된 이유다.
실적 부담도 전략 전환을 재촉하고 있다. 코리아나는 올해 누적 3분기 연결기준으로 매출 564억 원, 영업손실 30억 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매출은 9.5% 줄었고 영업손익은 적자로 돌아섰다.
지난해에도 연결기준 매출은 825억 원, 영업이익은 4억 원 수준에 그쳤다. 수익성이 이미 상당히 낮은 상황에서 올해 들어 다시 적자로 꺾였다는 점은 상당한 부담 요인이다.
다만 브랜드 이미지 전환이 단기간에 완성되기는 쉽지 않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오랜 기간 쌓아온 ‘어머니 화장품’ 이미지는 40대 이상 충성 고객층에게는 자산이지만, 20~30대에게는 첫 진입을 가로막는 장벽으로 작용할 수 있다. 실제 다수의 코리아나와 같은 포지셔닝의 브랜드들이 가격 인하와 패키지 리뉴얼, 젊은 모델 기용 등을 추진했음에도 이미지 변화에 실패한 사례가 적지 않다.
앰플엔 관계자는 “세븐틴 도겸의 청량하고 순수한 이미지가 앰플엔의 브랜드 이미지와 어울려 모델로 발탁하게 된 것”이라며 “앞으로도 도겸과 함께하는 앰플엔의 행보에 많은 기대를 부탁한다”고 말했다. 김예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