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SKC가 내년 상반기 유리기판 양산과 공급을 확정하며 실적 반등 기대감이 오르고 있다.

회사는 2023년부터 올해까지 3년 연속 대규모 적자가 지속되며 한계 기업으로 전락할 위기에 봉착한 상황이다. 전기차 시장 캐즘으로 주력 사업인 동박 사업에서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으며, 미래 먹거리로 낙점한 유리기판 사업 관련 대규모 투자가 이어졌기 때문이다.
 
SKC 내년 상반기 유리기판 공급 나선다, 김종우 3년 적자 끊을지 주목

김종우 SKC 사장이 내년 상반기 유리기판 공급을 통해 실적 반등을 달성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 SKC >


비핵심 사업 매각 등 구조조정에도 실적 개선의 기미가 보이지 않았지만, 유리기판에서 내년 성과를 올리며 김종우 SKC 사장이 상황을 반전시킬 수 있을지 주목된다. 

21일 관련 업계 취재를 종합하면 김 사장이 내년 유리기판 사업을 통해 적자 늪에 빠진 SKC의 실적 반등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SKC는 올해 3분기 매출 5060억 원, 영업손실 528억 원을 거뒀다. 올해 전체 실적은 매출 1조9203억 원, 영업손실 2409억 원으로 추정된다.

회사는 2022년 1862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한 뒤로 연속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2023년 영업손실 2137억 원, 2024년 영업손실 2768억 원을 거둔 것에 이어 올해까지 2천억 원대의 적자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올해 초까지만 해도 적자 폭이 수백억 원대로 줄어들 것으로 기대했으나, 실적 개선 없이 횡보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실적 악화가 내년에도 지속된다면 SKC가 한계 기업으로 분류될 수 있다는 관측까지 나온다. 자본 시장은 3년 이상 영업이익으로 차입금에서 발생한 이자를 감당하지 못할 경우 한계기업, 소위 자체적인 생존 능력이 없는 좀비기업으로 분류하고 있다.

회사는 올해 3분기 기준으로 부채비율 182.4%를 기록하고 있다. 3분기까지 이자 비용으로 지출괸 금액만 1225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된다.

SKC의 핵심 사업인 2차전지용 동박 사업은 중국 기업들의 진입으로 공급과잉 상태다. 중국 기업들의 저가 공세로 수익성도 낮아진 상황이다.

올해 3분기 동박 공장 가동률도 58.3%로 2024년 40% 수준에서 소폭 상승했지만, 여전히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매출 원가율도 99.7%에 달해 판매량이 증가할수록 오히려 손해가 커지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회사는 지난해부터 재무 안정성을 위해 대규모 사업 구조조정을 진행하고 있다. 회사는 지난해와 올해에 걸쳐 비핵심 사업 매각으로 1조4143억 원을 취득했다.

최근에는 쿠웨이트 국영 석유 기업 PIC와 합작 설립한 SK피아이씨글로벌 보유 지분 51%를 전량 매각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으나, 아직까지 인수대상이 나타나지 않고 있다.

SKC의 실적 반등을 위해서는 유리기판 신사업 성공이 절실한 상황이다. 회사는 내년 세계 최초로 유리기판을 양산해 글로벌 반도체 시장 수요를 선점하고, 수익성을 개선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SKC 내년 상반기 유리기판 공급 나선다, 김종우 3년 적자 끊을지 주목

▲ SKC가 지난 1월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5’에서 선보인 반도체 유리기판 모습. < SKC >


유리기판은 기존 실리콘 기판보다 데이터속도와 전력 소모를 크게 개선한 제품으로 반도체 업계의 ‘게임 체인저’로 주목받고 있다.

SKC 유리기판 생산 자회사 앱솔릭스는 2022년 11월 미국 조지아주 코빙턴에 약 8600억 원을 들여 1만2천㎡ 규모의 유리기판 생산시설을 구축했다. 앱솔릭스는 AMD, 아마존웹서비스(AWS) 등 다수의 글로벌 기업에 시제품을 공급하며 인증 절차를 밟고 있다. 최근 진행한 시뮬레이션 결과에서도 긍정적 평가를 받을 것으로 알려졌다.

앱솔릭스는 내년 상반기에 본격적 유리기판 양산과 공급을 시작할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아직 세부 사항을 조율하고 있는 단계라 구체적 공급처와 물량은 공개되지 않았다.  

미국 코빙턴 공장 생산 규모가 크지 않은 만큼 단기간에 극적인 실적 반등을 기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그러나 세계 최초 양산을 통해 시장을 선점할 수 있는 기반은 마련할 것이란 관측이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더인사이트파트너스에 따르면 세계 유리기판 시장 규모는 올해 2300만 달러(약 340억 원)에서 2034년 42억 달러(약 6조2130억 원)로 가파르게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유리기판 사업을 직접 챙기고 있는 만큼 대규모 추가 투자가 진행될 가능성도 있다. 삼성전기, LG이노텍 등 경쟁사들이 무서운 속도로 추격해오고 있기 때문이다. 

업게에서는 SKC가 최근 SK엔펄스를 흡수합병하며 취득한 3952억 원을 포함해 약 5천억 원을 유리기판 생산설비 확대에 투자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이를 통해 유리기판 생산규모를 연 7만2천㎡ 수준까지 확대할 것이란 예상이다.

SKC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생산설비 추가 증설과 관련해선 본격 양산 이후 구체적 논의가 진행될 것”이라며 “현재 운영하고 있는 소규모 생산 체계가 안정화되면 차츰 생산 규모를 늘려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는 SKC가 내년 매출 2조849억 원, 영업손실 374억 원으로 적자폭을 줄일 것으로 내다봤다. 최재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