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정재헌 SK텔레콤 사장이 취임 이후 해킹 사고 수습과 관련해 첫 경영 시험대에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개인정보분쟁조정위원회로부터 가입자에게 손해배상금을 지급하라는 조정안을 받은 데 이어, 개인정보보호위원회로부터 1400억 원에 가까운 과징금 부과 의결서까지 통보받았기 때문이다.
 
정재헌 SK텔레콤 경영 첫 시험대는 해킹사고 수습, 1400억 과징금 행정소송·집단손배소 대응 주목

▲ 정재헌 SK텔레콤 사장(사진)이 사상 최대 1400억 원 가량의 개인정보보호위원회 과징금 부과 수용과 개인정보 분쟁조정위의 1인당 30만원 배상안 수락 여부 등 해킹 사고 수급을 놓고 첫 경영 시험대에 오를 전망이다. <연합뉴스>


분쟁조정위 조정안을 수락하고 개인정보위 과징금 제재를 그대로 받아들일 경우, 회사에 상당한 재무적 부담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돼 정 사장이 두 제재를 모두 수용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7일 통신업계 취재를 종합하면 SK텔레콤이 개인정보보호위원회의 과징금 처분에 불복해 행정소송에 나설 가능성이 큰 것으로 관측된다.

개인정보위는 지난 10월22일 SK텔레콤에 1347억9100만 원의 과징금을 부과하는 의결서를 전달했다.

업계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에 “SK텔레콤이 직접 위원회를 찾아가 문서를 수령했다”고 말했다.

의결서는 개인정보보호위가 심의·의결 과정을 통해 기업의 위법 행위를 확정하고, 과징금과 시정명령 등 행정처분의 내용과 근거를 공식적으로 전달하는 문서다.

이 문서에는 위반 사실, 법률 적용, 과징금 산정 과정, 시정조치 사항, 공표명령 등 제재 내용이 구체적으로 담긴다. 의결서가 송달되는 즉시 제재 효력이 발생해 기업은 시정명령 이행과 과징금 납부 의무를 지게 된다.

정 사장은 과징금을 그대로 수용할지, 아니면 행정소송을 통해 감액을 시도할지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 갈림길에 섰다.

의결서를 받은 기업은 처분을 송달받은 날로부터 90일 내 행정소송을 제기할 수 있으며, SK텔레콤의 경우 그 기한은 2026년 1월20일까지다.

행정소송을 제기할 경우 당국의 결정에 이의를 제기하는 모양새가 돼, 해킹 사고의 책임을 다하지 않는다는 비판을 받을 우려가 높아 보인다.

그러나 개인정보위가 부과한 사상 최대 규모의 과징금은 회사 실적에 직접적 타격을 주는 만큼, 정 사장이 소송을 통해 감액을 시도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SK텔레콤은 과징금 비용이 반영된 3분기 실적에서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90.9% 급감하고, 순손실 1667억 원을 기록하는 부진한 성과를 냈다.

이에 따라 소송을 통해 과징금을 일부라도 감경한다면, 정 사장이 실적 반등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개인정보위로부터 과징금을 부과받은 기업 상당수가 처분 최소화를 요구하며 행정소송을 제기했다는 점도 SK텔레콤의 소송 제기 가능성을 높이는 요인으로 꼽힌다.

실제 개인정보위가 2022년 9월, 구글과 메타가 이용자 동의 없이 개인정보를 수집해 온라인 광고에 활용했다고 판단해 각각 692억4100만 원과 308억600만 원의 과징금을 부과했을 때, 두 회사는 2023년 2월 개인정보위를 상대로 각각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과징금 부과 처분을 받은 대부분의 기업이 소송을 제기했다”며 “SK텔레콤도 소 제기가 가능한 마지막 시점에 처분에 불복해 소송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정 사장은 과징금 문제뿐 아니라, 최근 개인정보 분쟁조정위원회가 개인정보 유출 피해 가입자에게 1인당 30만 원을 지급하라는 조정안을 수락할지 여부도 결정해야 한다.

조정안은 위원회가 당사자에게 제시한 날부터 15일 이내에 신청인과 상대방이 모두 수락할 경우 성립된다. 위원회는 지난 5일 SK텔레콤에 해당 조정안을 전달했다.

정 사장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분쟁 신청자 3998명 중 일부는 손해배상을 위한 집단 민사소송을 제기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현재도 일부 가입자는 SK텔레콤을 상대로 민사 손해배상 소소을 진행하고 있다.

반면 조정안을 수락해 1인당 30만 원을 지급할 경우, 앞으로 추가로 조정을 신청하는 피해자들에게도 동일한 수준의 배상을 해야 하기 때문에 SK텔레콤 입장에선 수락 결정이 쉽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전체 피해자 규모가 약 2300만 명에 달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1인당 30만 원을 지급할 경우 총 배상액은 최대 약 6조9천억 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기 때문이다.
 
정재헌 SK텔레콤 경영 첫 시험대는 해킹사고 수습, 1400억 과징금 행정소송·집단손배소 대응 주목

▲ 정재헌 SK텔레콤은 사장이 분쟁조정위의 1인당 30만원 배상 조정안을 수락하고, 개인정보위의 1348억 원 과징금 제재를 그대로 받아들일 경우, 회사에 상당한 재무적 부담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돼 두 제재를 모두 수용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비즈니스포스트>


업계 일각에서는 법조인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SK텔레콤 사장에 오른 정 사장 인선이 해킹 사태 이후 사후 수습을 염두에 둔 전략적 배치라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정 사장은 사법시험 합격 후 대전지법·수원지법·서울중앙지법·창원지법에서 판사로 재직했으며, 법원행정처 전산정보관리국장과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를 역임한 법률 전문가다.

2020년 SK텔레콤에 법무그룹장으로 합류한 뒤에는 투자지원, ESG, CR, PR 등 주요 경영 지원 부문을 두루 경험했고, SK그룹 최고의사결정기구인 수펙스추구협의회 거버넌스위원장을 맡아왔다.

또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가 과징금을 확정한 전체회의에서 직접 소명에 나서기도 해 향후 법적 공방 과정에서도 정 사장의 풍부한 법조 경험이 핵심 역할을 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회사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분쟁조정위 조정안 수락 여부는 관련 내용을 면밀히 검토한 후 신중히 결정할 것”며 “과징금 행정소송 제기 여부는 의결서 내용을 면밀히 검토한 후 제반 사정을 종합해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승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