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쇼핑 양대 사업부 실적 온도차, 롯데백화점 '웃고' 롯데마트·슈퍼 '부진'

정준호 롯데쇼핑 백화점사업부장(롯데백화점 대표) 사장과 강성현 할인점·슈퍼사업부장(롯데마트·슈퍼 대표)이 올해 실적을 놓고 희비가 갈리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정준호 롯데쇼핑 백화점사업부장(롯데백화점 대표) 사장과 강성현 할인점·슈퍼사업부장(롯데마트·슈퍼 대표)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지난해 부진을 딛고 올해 영업이익이 3개 분기 연속으로 크게 개선되고 있지만, 롯데마트·슈퍼는 내수 경기 부진의 영향에서 벗어나지 못하며 영업이익을 낼 수 있는 체력이 급격히 약해지고 있다.

7일 롯데쇼핑에 따르면 롯데백화점과 롯데마트·슈퍼의 처지가 올해 들어 크게 대비되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1~3분기 누적으로 매출 2조2958억 원, 영업이익 2707억 원을 기록했다. 이는 2024년 같은 기간보다 매출은 1.2% 줄었으나 영업이익은 22.9% 늘어난 것이다. 롯데쇼핑 전체 실적에서 롯데백화점이 차지하는 매출 비중은 22%지만 영업이익에 기여하는 비중은 85%로 커진다.

롯데마트·슈퍼는 롯데백화점과 정반대의 길을 걷고 있다.

롯데마트·슈퍼는 1~3분기 국내에서 매출 3조8812억 원, 영업손실 283억 원을 기록했다. 2024년 같은 기간보다 매출은 5.6% 줄었고 영업이익은 적자로 돌아섰다.

1분기 영업이익이 73.4% 후퇴한 데 이어 2분기 영업손실 폭 확대, 3분기 영업이익 85.1% 감소 등 올해 모든 분기의 성적표가 부진했다.

실적 기여도도 자연스럽게 낮아질 수밖에 없다. 롯데마트·슈퍼 국내사업의 매출 비중은 38%지만 영업이익 비중은 –9%다. 다른 사업부가 버는 돈을 국내 롯데마트·슈퍼가 까먹고 있는 셈이다.

정준호 롯데백화점 대표로서는 좋은 분위기를 탄 양상이다.

서울 본점과 잠실점 등 주요 점포의 재단장 효과와 화제를 모으는 팝업스토어를 연달아 개최한 효과에 더불어 운영 경비 효율화와 판매관리비 감소 노력까지 더해지면서 이익 체력이 급증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K-컬쳐 인기에 따른 외국인들의 방한이 늘어나면서 백화점에서 돈을 쓰는 외국인들이 많아진 것이 실적에 덤을 얹는 요인으로 꼽힌다. 롯데백화점에 따르면 3분기 외국인 매출은 2024년 3분기보다 34% 늘었다.

본점 기준 외국인 매출은 39% 늘었고 이들이 본점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19%에 이른다.

3분기 세금과 관련한 일회성 비용 81억 원이 영업손익에 반영됐음에도 영업이익 증가세가 멈추지 않았다는 것은 그만큼 장사가 잘 되고 있다는 의미로 읽힌다.

정 대표는 상반기 기준으로 신세계백화점, 현대백화점 등 경쟁사와 달리 백화점3사 가운데 유일하게 수익성을 개선한 성과를 내기도 했다.
 
롯데쇼핑 양대 사업부 실적 온도차, 롯데백화점 '웃고' 롯데마트·슈퍼 '부진'

▲ 올해 실적을 보면 롯데백화점이 선전하는 반면 롯데마트와 롯데슈퍼가 국내에서 부진한 모습이 대비된다. 사진은 서울 소공동 롯데백화점 본점. <롯데쇼핑>


그러나 강성현 롯데마트·슈퍼 대표의 표정은 그 어느 때보다 어두울 수밖에 없다.

내수 부진이 이어지면서 좀처럼 실적 반등의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지급한 민생회복 소비쿠폰의 사용처에서 제외된 데다 할인점 업계의 장사 대목이라고 할 수 있는 추석이 10월에 있었던 터라 3분기 실적이 고꾸라질 수밖에 없었다.

무엇보다도 지난해 4분기부터 롯데마트·슈퍼로 이관된 온라인 식료품(그로서리) 사업도 지속적으로 롯데마트·슈퍼 실적에 부담을 주고 있다. 이 사업은 매 분기마다 100억 원 이상의 영업손실로 국내 롯데마트·슈퍼의 영업손익에 반영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해외가 그나마 강 대표에게 힘을 싣고 있다.

해외 할인점사업에서는 1~3분기에 매출 1조1627억 원, 영업이익 397억 원을 냈다. 2024년 같은 기간보다 매출은 3.2%, 영업이익은 6.3% 늘었다. 베트남에서 기록한 기존점 매출 신장률만 3분기 기준으로 11.6%나 된다.

국내외를 통틀어 롯데마트·슈퍼가 볼 수 있었던 적자 가능성을 해외 롯데마트가 거둔 영업이익 약 400억 원이 방어해 낸 모양새라고 할 수 있다.

정 대표와 강 대표는 롯데쇼핑의 사실상 투톱 전문경영인이다.

롯데쇼핑은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김상현 롯데그룹 유통군HQ(헤드쿼터) 총괄대표 부회장, 정준호 대표, 강성현 대표 등 4인 대표이사 체제로 운영되고 있는데 이 가운데 실질적인 사업부를 총괄하는 인물은 정 대표와 강 대표 2명이다.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