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용석우 삼성전자 DX부문 VD사업부장 사장이 ‘마이크로 RGB TV’를 앞세워 프리미엄 TV 시장에서 중국 경쟁사들과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삼성전자>
일각에서는 이르면 2026년 TV 출하량에서 중국 하이센스에 1위 자리를 넘겨줄 수 있다는 관측까지 나온다.
용석우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VD)사업부장 사장은 ‘마이크로 RGB TV’를 앞세워 프리미엄 시장에서 중국 제품과 차별화하며 새로운 돌파구를 찾아 나설 것으로 보인다.
9일 관련업계 취재를 종합하면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 감소를 겪은 삼성전자 TV사업이 하반기에는 더 어려운 경쟁 환경에 놓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삼성전자에서 생활가전과 TV 등을 담당하는 DA·VD사업부의 2025년 상반기 합산 영업이익은 약 5300억 원으로, 지난해 상반기 영업이익 1조200억 원 대비 반토막이 났다.
게다가 하반기에는 글로벌 경기 둔화에 따른 수요 감소, 미국 관세 등의 영향이 본격화하며, DA·VD사업부의 영업이익이 5천억 원에도 못 미칠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국내 경쟁사인 LG전자는 이미 올해 2분기 TV사업에서 1917억 원의 영업손실을 내며 적자 전환했다.
대만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 측은 “올해 상반기 전 세계 TV 출하량은 9250만 대로 지난해 상반기보다 2% 늘었지만, 이는 관세 시행 전 풀인 효과(선구매)와 중국 정부의 보조금 정책 덕분”이라며 “올해 하반기 TV 출하량은 지난해보다 4.5% 감소한 1억227만 대에 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점유율에서도 중국 업체와 격차가 줄어들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올해 1분기 세계 TV 시장점유율(매출 기준)은 30.3%로 TCL(13.3%), 하이센스(10.9%)를 크게 앞섰다. 하지만 출하량 기준으로 삼성전자의 점유율은 19.2%로 TCL(13.7%), 하이센스(11.9%)와 차이가 10%포인트도 나지 않는다.
이충훈 유비리서치 대표는 지난 5일 ‘2026년 준비를 위한 디스플레이 전략 세미나’에서 “2020년 5천만 대 정도이던 삼성전자 TV 출하량이 2024년에는 3천만 대 수준까지 내려왔다”며 “지금 추세라면 2026년에는 하이센스가 삼성전자를 앞지를 수 있다”고 전망했다.

▲ 삼성전자 115인치 마이크로 RGB TV. <삼성전자>
마이크로 RGB TV는 빨강(R), 초록(G), 파랑(B) 각각의 마이크로 LED를 백라이트로 쓰는 차세대 액정표시장치(LCD) TV다. 기존 LCD보다 훨씬 더 정확한 색과 높은 명암비를 구현하는 데다 주사율과 에너지 효율성도 높아 ‘프리미엄 LCD TV의 최종 진화형’으로 불린다.
개별 소자가 스스로 빛을 내는 OLED TV와 비교해도 화면 선명도에서 앞선다는 평가도 나온다.
중국 하이센스도 최근 RGB TV를 내놓았다.
삼성전자가 더 조밀한 ‘마이크로 RGB’ 기술을 탑재한 것과 달리, 하이센스 TV는 ‘미니 RGB’ 기술이 적용됐다. 미니 RGB 소자 크기는 500마이크로미터(㎛. 1㎛는 0.001mm) 이하인 반면 마이크로 RGB는 100㎛ 이하로, 밝기와 명암을 더 세밀하게 조절할 수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8월12일 세계 최초로 115인치 마이크로 RGB TV를 출시한 데 이어 내년에는 제품군을 더 늘린다.
용석우 사장은 지난 4일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IFA 2025’ 간담회에서 “내년 초에는 98형, 85형, 75형, 65형 등 다양한 크기의 마이크로 RGB TV를 선보이겠다”며 “‘이 정도면 살 수 있겠구나’ 하는 가격으로 제품군을 확대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삼성전자와 마찬가지로 중국의 저가 공세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LG전자도 2026년 마이크로 RGB TV 출시를 예고했다. 기존 OLED TV와 마이크로 RGB TV ‘투트랙’으로 프리미엄 TV 시장에서 중국의 공세를 막아내겠다는 전략이다.
마이크로 RGB TV의 시장 안착은 제품 가격을 얼마나 빨리 합리적인 수준으로 낮출 수 있느냐에 달린 것으로 분석된다.
삼성전자의 115인치 마이크로 RGB TV 출고가격은 4490만 원으로, 하이센스의 116인치 미니 RGB TV 가격보다 배 가량 비싸다.
하지만 라인업 확대를 통해 마이크로 LED 모듈 제조 노하우가 쌓이고 수율(완성품 비율)이 올라간다면, 마이크로 RGB TV 가격은 빠르게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김주한 유비리서치 연구원은 “마이크로 LED는 효율성 향상과 제조 원가 절감이 맞물리면서 2027년 본격적 상용화가 시작되고, 2028년부터는 연평균 50% 이상의 고성장이 이뤄질 것”이라며 “2030년까지 마이크로 LED TV는 프리미엄 TV의 경쟁구도 변화뿐 아니라, 전방 산업의 수익 구조에도 영향을 줘 새로운 성장 기회를 창출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