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미국과 유럽 중심으로 '탈중국' 배터리 공급망 구축이 본격화함에 따라 K배터리 기업들이 중국산 리튬인산철(LFP) 배터리가 장악한 전기차와 에너지저장장치(ESS) 시장에서 최근 잇달아 대규모 LFP배터리 공급 계약을 따내고 있어 주목받고 있다.
저가 LFP배터리로 빠르게 세계 전기차와 ESS용 배터리 시장을 장악한 중국에 대항해 K배터리 기업들이 빠르게 LFP배터리 생산 체계를 갖추며 점유율 회복을 노리고 있지만, 이번엔 LFP배터리보다 더 저렴한 중국의 '나트륨 배터리' 공세가 시작될 것으로 예상된다.
K배터리 기업들은 LFP배터리 생산설비 구축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고 있는 만큼 당분간 나트륨 배터리 생산설비에 추가 투자를 진행할 여력은 없어 보인다.
길어지는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에 또 다시 중국산 저가 공세에 따른 위기를 K배터리 산업이 어떻게 헤쳐나갈지 주목된다.
10일 관련 업계 취재를 종합하면 중국의 공격적 나트륨 배터리 시장 확대 전략으로 국내 배터리 업계가 제2의 LFP배터리 사태를 맞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최근 인공지능(AI)용 데이터센터 확산으로 유럽과 미국을 중심으로 ESS용 배터리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ESS에 투입되는 배터리는 에너지 밀도보다 수명과 안전성, 가격 등이 최우선으로 고려된다. 이 때문에 ESS에는 비싼 삼원계 배터리보다 LFP배터리가 적용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기존 ESS용 배터리 시장은 가격 경쟁력에서 앞선 중국산 LFP 배터리가 절대적 우위를 차지하고 있었다. 다만 최근 미국과 유럽이 ESS에 탈중국 소재 사용을 유도하고 있어, K배터리 업계가 조금씩 입지를 넓혀가고 있는 상황이다.
국내 배터리 기업들이 탈중국 수요에 힘입어 ESS용 배터리 시장에서 입지를 확대하자, 중국은 LFP보다 더 저렴해질 것으로 예상되는 나트륨 배터리 설비투자와 양산에 적극 나서고 있다.
나트륨 배터리는 리튬을 나트륨으로 대체한 제품으로, 에너지 밀도는 LFP배터리에 비해 낮으나 원재료 조달 등 가격과 안전성 측면에서 장점이 있다.
리튬은 칠레, 아르헨티나, 호주, 중국 등 일부 국가에 한정적으로 매장돼 있으나 나트륨은 세계 어느 곳에서도 쉽게 조달할 수 있다. 리튬 배터리와 달리 덴드라이트의 위험성이 없어 안전성도 높은 것으로 파악된다. 덴드라이트는 전극 표면에 결정이 맺히는 현상으로 사방으로 자라는 특성을 갖고 있는데, 그 크기가 계속 커지면 분리막을 손상시켜 화재를 유발할 수 있다.
가장 큰 문제는 가격이다. 중국은 나트륨 배터리의 대규모 양산을 통해 제조 원가를 빠르게 낮출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국산 LFP배터리의 제조원가는 1킬로와트시(KWh) 당 80~100달러 정도로 추산된다. 이에 비해 중국산 LFP배터리는 국산의 절반 수준인 1KWh당 41달러다.
중국산 나트륨 배터리의 경우, 현재 양산 초기로 1KWh 당 170달러 수준이지만, 2026년에는 LFP배터리와 비슷한 40달러 초반 수준을 형성하고, 2030년엔 LFP배터리보다 절반 가량 가격이 낮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 배터리 기업들은 서둘러 나트륨 배터리 양산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세계 1위 양극재 기업 롱바이(Ronbay)는 최근 나트륨 배터리용 양극재 시범 생산을 마치고 2026년부터 5만 톤 규모 생산에 돌입한다.
세계 2위 배터리 제조사인 비야디(BYD)는 올해 7월 칭하이성 시닝에서 연간 30GWh 규모 나트륨 배터리 양산을 시작했으며, 이브(EVE)는 내년부터 헝가리 공장 일부 생산라인을 나트륨 배터리용으로 전환한다.
세계 배터리 1위 기업 CATL도 올해 말부터 본격 나트륨 배터리 양산을 시작한다. 회사는 지난 4월 상하이 모터쇼에서 LFP배터리와 유사한 수준의 에너지 밀도를 갖춘 '넥스트라(NAXTRA)' 2세대 나트륨 배터리를 선보이기도 했다.
CATL 측은 “중국 기업이 독점하고 있는 LFP배터리 시장의 절반 이상을 나트륨 배터리로 대체하겠다”고 밝혔다.
배터리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는 2035년까지 세계 ESS에 탑재되는 배터리의 35% 이상은 나트륨 배터리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국내 배터리 기업들은 나트륨 배터리보다는 LFP배터리 양산에 집중하고 있다. 최근 미국과 유럽 현지 공장 LFP 배터리 설비 구축에 대규모 투자를 시작했다.
또 국내 배터리 기업들도 나트륨 배터리 기술력을 갖고는 있지만, 대규모 설비 투자로 중국산과 비슷한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기는 어렵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중국 기업들이 나트륨 배터리 기술 난제를 해결하면서 대규모 상용화 시점이 점점 가시화하고 있다”며 “한국 배터리 기업들이 이에 대한 대응책을 마련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최재원 기자
저가 LFP배터리로 빠르게 세계 전기차와 ESS용 배터리 시장을 장악한 중국에 대항해 K배터리 기업들이 빠르게 LFP배터리 생산 체계를 갖추며 점유율 회복을 노리고 있지만, 이번엔 LFP배터리보다 더 저렴한 중국의 '나트륨 배터리' 공세가 시작될 것으로 예상된다.
K배터리 기업들은 LFP배터리 생산설비 구축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고 있는 만큼 당분간 나트륨 배터리 생산설비에 추가 투자를 진행할 여력은 없어 보인다.
길어지는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에 또 다시 중국산 저가 공세에 따른 위기를 K배터리 산업이 어떻게 헤쳐나갈지 주목된다.
▲ 중국 CATL의 나트륨 이온배터리 모습. < CATL >
최근 인공지능(AI)용 데이터센터 확산으로 유럽과 미국을 중심으로 ESS용 배터리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ESS에 투입되는 배터리는 에너지 밀도보다 수명과 안전성, 가격 등이 최우선으로 고려된다. 이 때문에 ESS에는 비싼 삼원계 배터리보다 LFP배터리가 적용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기존 ESS용 배터리 시장은 가격 경쟁력에서 앞선 중국산 LFP 배터리가 절대적 우위를 차지하고 있었다. 다만 최근 미국과 유럽이 ESS에 탈중국 소재 사용을 유도하고 있어, K배터리 업계가 조금씩 입지를 넓혀가고 있는 상황이다.
국내 배터리 기업들이 탈중국 수요에 힘입어 ESS용 배터리 시장에서 입지를 확대하자, 중국은 LFP보다 더 저렴해질 것으로 예상되는 나트륨 배터리 설비투자와 양산에 적극 나서고 있다.
나트륨 배터리는 리튬을 나트륨으로 대체한 제품으로, 에너지 밀도는 LFP배터리에 비해 낮으나 원재료 조달 등 가격과 안전성 측면에서 장점이 있다.
리튬은 칠레, 아르헨티나, 호주, 중국 등 일부 국가에 한정적으로 매장돼 있으나 나트륨은 세계 어느 곳에서도 쉽게 조달할 수 있다. 리튬 배터리와 달리 덴드라이트의 위험성이 없어 안전성도 높은 것으로 파악된다. 덴드라이트는 전극 표면에 결정이 맺히는 현상으로 사방으로 자라는 특성을 갖고 있는데, 그 크기가 계속 커지면 분리막을 손상시켜 화재를 유발할 수 있다.
가장 큰 문제는 가격이다. 중국은 나트륨 배터리의 대규모 양산을 통해 제조 원가를 빠르게 낮출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국산 LFP배터리의 제조원가는 1킬로와트시(KWh) 당 80~100달러 정도로 추산된다. 이에 비해 중국산 LFP배터리는 국산의 절반 수준인 1KWh당 41달러다.
중국산 나트륨 배터리의 경우, 현재 양산 초기로 1KWh 당 170달러 수준이지만, 2026년에는 LFP배터리와 비슷한 40달러 초반 수준을 형성하고, 2030년엔 LFP배터리보다 절반 가량 가격이 낮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 등 국내 배터리 제조사들이 중국의 저가 나트륨 배터리 공세에 어떻게 대응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각사>
중국 배터리 기업들은 서둘러 나트륨 배터리 양산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세계 1위 양극재 기업 롱바이(Ronbay)는 최근 나트륨 배터리용 양극재 시범 생산을 마치고 2026년부터 5만 톤 규모 생산에 돌입한다.
세계 2위 배터리 제조사인 비야디(BYD)는 올해 7월 칭하이성 시닝에서 연간 30GWh 규모 나트륨 배터리 양산을 시작했으며, 이브(EVE)는 내년부터 헝가리 공장 일부 생산라인을 나트륨 배터리용으로 전환한다.
세계 배터리 1위 기업 CATL도 올해 말부터 본격 나트륨 배터리 양산을 시작한다. 회사는 지난 4월 상하이 모터쇼에서 LFP배터리와 유사한 수준의 에너지 밀도를 갖춘 '넥스트라(NAXTRA)' 2세대 나트륨 배터리를 선보이기도 했다.
CATL 측은 “중국 기업이 독점하고 있는 LFP배터리 시장의 절반 이상을 나트륨 배터리로 대체하겠다”고 밝혔다.
배터리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는 2035년까지 세계 ESS에 탑재되는 배터리의 35% 이상은 나트륨 배터리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국내 배터리 기업들은 나트륨 배터리보다는 LFP배터리 양산에 집중하고 있다. 최근 미국과 유럽 현지 공장 LFP 배터리 설비 구축에 대규모 투자를 시작했다.
또 국내 배터리 기업들도 나트륨 배터리 기술력을 갖고는 있지만, 대규모 설비 투자로 중국산과 비슷한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기는 어렵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중국 기업들이 나트륨 배터리 기술 난제를 해결하면서 대규모 상용화 시점이 점점 가시화하고 있다”며 “한국 배터리 기업들이 이에 대한 대응책을 마련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최재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