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초격차’를 꿈꾸는 강소 스타트업이 있다. 바이오, 헬스케어, 모빌리티, 반도체, AI, 로봇까지 시대와 미래를 바꿀 혁신을 재정의하며, 누구도 쉽게 따라오지 못할 ‘딥테크’ 혁신을 만든다. 창간 12년, 기업의 전략과 CEO의 의사결정을 심층 취재해 온 비즈니스포스트가 서울 성수동 시대를 맞아 우리 산업의 미래를 이끌 [초격차 스타트업] 30곳을 발굴했다. 연중 기획으로 초격차 스타트업 최고경영자(CEO) 릴레이 인터뷰를 통해, 지속 가능한 기술적 혁신의 현재와 미래를 조명한다.
[초격차 스타트업] 카본밸류 대표 고덕수 탄소배출 저감 수혜 기대, "차별화된 탄소포집 기술로 선도"

▲ 고덕수 카본밸류 대표.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저희는 RPB(포집시스템·Rotating Packed Bed) 방식의 이산화탄소 포집 기술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기존 이산화탄소 포집 기술들보다 설비의 부피를 줄이면서도 효율성도 높일 수 있습니다.”

고덕수 카본밸류 대표이사에 회사가 지닌 기술의 특장점을 묻자 바로 명쾌한 대답이 되돌아왔다.

카본밸류는 LNG(액화천연가스) 개질 배가스, 바이오가스 고질화, 산업용 공정 배가스 중 이산화탄소를 포집하는 장치를 개발하는 스타트업이다.

탄소포집 자체는 이미 일반화된 기술인데다 최근 세계적으로 탄소배출 감축이 추진되면서 국내에도 탄소포집 설비를 고도화하려는 기업은 여럿 등장했다.

하지만 카본밸류가 탄소포집 설비에 적용하는 RPB 방식은 현재 대체로 쓰이고 있는 타워형 방식과는 차별화된다.

“RPB 방식은 습식 솔벤트에 회전력을 더해 반응력을 높인 방식입니다. 기술 연구는 거의 마무리된 단계이고, 단일모듈기준 일 2~10톤급은 이제 곧 상업화를 시작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카본밸류는 기술의 혁신성을 인정받아 한국산업은행과 한국무역협회가 주최하는 아시아 최대 규모의 스타트업 페어인 ‘넥스트 라이즈 2025’에서 ‘넥스트 이노베이터 프라이즈’ 기업으로 선정됐다.

카본밸류의 탄소포집 설비는 기존의 장치들과 비교해 부피를 대폭 줄인 만큼 선박에도 적용이 가능하다는 점이 특징이다.

유엔 산하의 국제해사기구(IMO)가 2028년부터 모든 선박을 대상으로 탄소세를 부과하겠다는 계획을 밝히는 등 세계 해운업계를 향해 탄소배출량 감축 요구는 점점 강도가 높아지고 있다.

유럽연합(EU)은 이미 탄소배출과 관련해 낮은 등급의 연료를 사용하는 선박에 벌금을 부과하고 있다. 한국선급에 따르면 한국 국적의 선사가 선박의 탄소배출과 관련해 유럽연합에 내야 할 벌금의 규모는 2050년이면 1조 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고 대표는 세계적 추세에 따라 탄소포집 설비의 선박 적용 여부가 매우 중요해질 것으로 내다봤다.

“선박에 적용하는 탄소포집 설비를 선상 이산화탄소 포집·저장시스템(OCCS, Onboard Carbon Capture&Storage)라고 하는데, 저희가 중요하게 바라보고 있는 시장입니다. OCCS 설비와 관련해서는 현재 시험 단계인 파일럿 모델보다는 고도화가 필요해서 개발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육상 쪽 설비는 이미 수주 영업을 하고 있지만 OCCS 쪽은 2027년부터 상용화가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초격차 스타트업] 카본밸류 대표 고덕수 탄소배출 저감 수혜 기대, "차별화된 탄소포집 기술로 선도"

▲ 고덕수 카본밸류 대표가 울산과학기술원에서 비즈니스포스트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카본밸류가 탄소포집 설비의 개발을 놓고 선박 적용에 무게를 두는 데는 SB선보의 투자로 회사가 시작됐다는 점과 무관치 않다.

SB선보는 조선 기자재 제조업을 주력으로 하는 부산 지역의 대표적 중견그룹이다.

특히 세계 최초로 선박 모듈 유니트 개념을 도입함으로써 생산성 혁신에 성공해 2024년에는 최금식 회장이 정부로부터 산업분야 훈장 가운데 최고 등급인 금탑산업훈장을 받기도 했다.

“지금이야 조선업이 마스가(MASGA) 등으로 다시 주목을 받고 있지만 10년 점만 해도 위기감이 커서 선보그룹은 신사업을 찾고 있었습니다. 선보엔젤파트너스라는 혁신기술 투자사를 만들어서 투자를 하다 울산과학기술원(UNIST) 임한권 교수와 협업해 카본밸류가 탄생하게 됐습니다.”

고 대표는 카본밸류가 경남지역의 중견기업과 지역의 거점 연구대학 사이 협업으로 탄생한 만큼 회사의 사업적 성공이 지니는 의미는 더욱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지역의 중견기업과 대학이 협업을 통해 성공하는 기업 모델을 보여줘야 지역에 일자리가 늘어나는 등 지속적으로 선순환이 이어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아직 갈 길이 멀지만 어떻게든 해내고 싶습니다. 산업의 주요 흐름이 IT 쪽으로 넘어간 상태지만 탄소배출 감축이나 에너지 전환 등으로 다시 인프라, 제조업에도 기회가 오는 것 같습니다.”

유럽연합을 중심으로 탄소배출과 관련해 규제의 수위를 높여가면서 세계적으로 탄소배출권 시장의 개화가 다가오는 만큼 앞으로 카본밸류를 비롯한 탄소포집 기술 기업에 본격적으로 사업 기회가 열릴 것으로 기대됐다.

“탄소배출권 시장의 개화는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라고 봅니다. 사업적으로 어려운 문제는 시점인데, 혹여 10년 뒤에나 열리거나 그때까지 버틸 체력이 없다면 소용이 없지요. 다만 유럽연합이 내년부터 탄소국경조정제도(CBAM)를 본격적으로 시행하는 등 몇몇 중요한 흐름을 고려하면 기다리는 시점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