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걸 LG패션 회장이 홀로서기에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LG에서 법인을 분리한 지 8년 만에 회사명을 LF로 바꿀 것을 결정했다. 독립 당시보다 매출액을 2배 이상 끌어올려 이제 LG의 흔적이 없어도 된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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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본걸 LG패션 회장 |
LG패션은 오는 28일 열릴 주총에서 상호를 ‘주식회사 LF’로 교체한다고 12일 밝혔다. LF는 ‘Life in Future’의 약자다. LG패션 측은 ‘고객 개개인에게 알맞은 라이프스타일을 창조하는 미래 생활문화 기업’이 되겠다는 뜻으로 상호를 정했다고 밝혔다. 다음달 1일부터 새 이름을 공식적으로 사용할 예정이다.
구 회장은 회사 이름에 ‘패션’을 뺀 만큼 앞으로 의류 외에도 생활문화 전반으로 사업 분야를 확장하겠다는 뜻을 피력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LG패션은 사업 아이템을 넓히고 있다. 시계 안경 등등을 판매하고 있다. 이달부터 애견의류 용품 브랜드 ‘헤지도기’ 매장을 강남에 열어 본격적으로 애견시장에 나선다. 장기적으로는 외식이나 유통 사업에도 진출할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
LG패션은 1974년 반도패션이라는 이름으로 출발했다. LG상사 아래의 의류 부문 기업이었다. 1995년 9월일 LG패션으로 사명을 바꿨고, 2006년 LG상사에서 법인 분리되면서 독자적인 패션 전문 기업으로 발돋움하고 있다. LG에서 계열 분리된 것은 2007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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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G패션이 상호를 (주)LF 로 변경하면서 발표한 새 CI |
그동안 LG패션은 2008년과 2011년에 걸쳐 LG 브랜드 사용 계약을 갱신했다. 그러나 지난해 말 계약 만료 후 구 회장은 고심 끝에 상호를 바꿀 것을 결정했다. LG 브랜드 사용을 위해 매년 순매출 중 0.14%의 금액을 로열티로 LG 측에 냈다. 지난해 이것 때문에 지불한 금액만 19억 원에 이른다. 이번의 회사명 변경은 이제 LG의 후광을 빌리지 않고도 LG패션이 독자 생존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보여준 것으로 해석된다.
2006년 법인 분리 당시 6487억 원이었던 매출액은 2007년 7402억 원, 2008년 7908억 원 순으로 늘어나 2009년 9월에는 1조원 매출을 넘겼다. 현재 연 매출은 2012년 기준으로 1조3897억 원에 이른다. 영국 ‘닥스 심슨’ 라이선스를 딴 ‘닥스’와 중고가 정장으로 알려진 ‘마에스트로’, 캐주얼 의류 헤지스 등으로 유명하다. 이 브랜드 3개가 전체 매출의 75% 이상을 차지한다.
구 회장은 LG 구씨 집안의 3세 경영인이다. 구자경 LG 명예회장의 동생인 구자승 전 LG상사 사장의 장남이 바로 구 회장이다. 1957년 태어나 연세대 경영학과와 미국 펜실베니아대 와튼 경영대학원(MBA)을 졸업한 뒤 LG그룹 회장실과 LG전자 미국지사에서 실무 경험을 쌓았다. 구 회장은 2004년 LG패션 부문 부사장이 된 뒤 프랑스 아웃도어 ‘라푸마’와 라이선스 계약 체결을 직접 챙기는 등 실적 위주의 정책을 펼쳐왔다. 2006년 기업 분할이 이루어진 이후 LG패션 회장으로 취임했다.
구 회장은 LG패션 독립 후 기동성을 중시한 ‘모바일 오피스’ 도입과 현장경영 강화 등을 펼쳤다. 2005년 1월 ‘패션인재사관학교’를 창립하고 직원들의 해외 단기 연수를 지원하는 등 인재 양성에도 힘을 쏟았다. 패션 시장에 불황의 그림자가 짙어진 2012년엔 매장 수를 줄이고 매출이 정체된 브랜드를 과감하게 정리하는 등 내실 경영에 집중했다. 구 회장은 수입 패션 브랜드 유치를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지난해 이탈리아 남성복 브랜드 ‘알레그리’를 들여오는 등 10여개의 수입 브랜드를 국내에 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