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필라델피아에 위치한 한화필리조선소에서 1월29일 정박한 선박 사이로 햇빛이 비추고 있다. 한화그룹은 2024년 12월 필리조선소를 인수했다. <연합뉴스>
트럼프 정부는 조선업에 보조금을 지원하고 상선 건조를 늘려 군함까지 이어가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미국 내 생산 환경이 노후해 한국과 협력해도 목표 달성에 역부족일 수 있다는 시각이 만만치 않다.
씽크탱크 케이토연구소는 19일(현지시각) 트럼프 정부의 해양행동계획을 놓고 미국 조선업이 마주한 과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비용만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트럼프 정부는 지난 13일 마르코 루비오 국무장관과 러셀 보트 관리예산국 국장 명의로 자국 조선업 재건을 위한 범정부 차원의 종합 지침인 해양행동계획(MAP)을 발표했는데 이를 놓고 회의적 시각이 나온 것이다.
이 계획은 미국 조선업이 자생력을 갖출 때까지 초기 물량을 동맹국 조선소에서 건조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내용을 담았다.
백악관은 공개한 문서를 통해 “미국은 한국 및 일본과 협력을 바탕으로 조선업을 활성화하려는 노력을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외국에서 건조한 선박이 미국 항구에 들어오면 수수료를 부과하고 이를 기반으로 기금을 조성해 조선업 생산 시설에 보조금을 지급하는 방안도 포함했다.
그러나 트럼프 정부의 이러한 조선업 재건 청사진이 실효성이 낮다는 씽크탱크 비판이 나온 것이다.
케이토연구소의 콜린 그래보우 연구원은 “해양행동계획은 경쟁력을 갖춘 산업 기반을 재건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한다”며 “이는 현실과 극명하게 차이나는 목표”라고 비판했다.
미국 조선업 생산 기반이 노후하고 인력이 부족해 선박 건조 비용이 세계 평균 가격보다 5배나 높다는 점이 이런 비판의 근거로 제시됐다.
단순한 재정 지원만으로 원가 경쟁력 격차를 해소하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나왔다. 미국 정부에서 과거 조선업 부흥에 보조금을 대거 투입했지만 세금 낭비로 끝난 사례가 이미 있다.
그래보우 연구원은 “미국은 1936년 자국에서 건조하는 선박에 최대 50% 비용을 지원했다”며 “이는 기업 경쟁력을 향상시키지 못했고 정부 의존도만 키웠다”고 평가했다.
▲ 중국 선사인 자오상쥐(CMI)가 장쑤성 난징시 롱탄항에 운영하는 진링 조선소에서 1월27일 선박이 건조되고 있다. <연합뉴스>
중국이 신형 군함이나 상선을 빠르게 건조하고 기존 함정도 현대화해 이를 견제하기 위한 목적으로 풀이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일명 ‘황금 함대’ 개발도 추진한다.
한국 정부도 관세 협정에 따라 1500억 달러(약 217조 원)를 미국 조선업에 투자하기로 결정하며 트럼프 정부 기조에 화답했다.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 및 삼성중공업 등 한국 조선사도 미국 현지에 조선소를 인수해 선박 건조를 준비하거나 유지·보수·정비(MRO) 사업을 추진한다.
이를 기반으로 트럼프 정부는 한국을 비롯한 협력국에 상선은 물론 군함까지 건조를 맡길 계획이었는데 여전히 약점이 많다는 지적이 나온 셈이다.
트럼프 정부가 제시한 조선업 부흥 계획이 실질적인 효과를 거두려면 의회 차원의 후속 입법과 예산 승인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존스법과 번스-톨레프슨 수정법 등 법안이 미국 내 항구 사이 운송은 미국에서 건조된 선박만 가능하도록 제한하거나 군함의 해외 건조를 금지하기 때문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해양행동계획에서 제안한 대부분의 내용은 시행을 위해 새로운 의회 권한과 자금이 필요하다”고 봤다.
미국 조선업에 투자를 약속했지만 실제 실행을 하지 않는 선사도 있다. 미국에서 상선 건조 비용이 높아 투자에 걸림돌이 되기 때문이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세계 3위 선사인 프랑스 CMA CGM은 지난해 미국에 200억 달러(약 29조 원)를 투자하겠다고 발표한 뒤 아직 이를 실행하지 않았다.
결국 트럼프 정부는 보조금을 비롯한 산업 정책으로 조선업 부흥 밑그림을 그리고 있지만 한계가 뚜렷해 자칫 한국 정부나 조선 3사에 부담이 커질 가능성도 나온다.
케이토연구소는 “역사나 경제를 비추어 보면 보조금이나 정부 개입으로 조선업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렵다”며 “트럼프 정부가 이를 깨닫지 못하면 비용만 들고 생산성은 낮은 아이디어에 갇힐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근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