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한현옥 대표이사가 이끄는 국내 대표 색조 화장품 기업 클리오가 기초 화장품에 이어 색조 화장품에서까지 실적이 흔들리며 성장동력을 잃어가고 있다. 

‘1세대 K뷰티 색조 브랜드’라는 명성이 무색할 정도로 북미와 일본 등 핵심 해외 시장에서 매출이 꺾이고 있다. 주력 시장 부진이 이어지면서 제품 경쟁력과 글로벌 확장 전략에 대한 회의적 시각도 확산되는 분위기다.
 
클리오 글로벌 사업 실적 흔들흔들, 한현옥 최후의 보루 '색조'마저 위태

▲ 클리오가 주력 부문인 색조 화장품까지 매출이 후퇴하며 성장동력을 잃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사진은 한현옥 클리오 대표이사. <클리오>


20일 클리오의 최근 실적을 종합해보면 부진의 늪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반등의 계기를 마련하지 못한 채 하락세가 고착화되는 모습이다.

클리오는 2025년 연결기준으로 매출 3289억 원, 영업이익 164억 원을 기록했다. 2024년과 비교해 매출은 6.4%, 영업이익은 33.2% 감소했다. 

2024년에도 상황은 녹록지 않았다. 클리오는 2024년 매출 3513억 원, 영업이익 246억 원을 냈다. 2023년보다 매출은 6%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27% 줄었다. 

과거에는 매출 성장으로 비용 부담을 일부 상쇄했지만 이제는 외형마저 줄어들고 있다. 외형과 내실이 동시에 꺾이며 실적 악화 속도도 한층 가팔라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주력 분야인 색조 화장품 부문도 예외가 아니다. 클리오의 지난해 색조 매출은 2412억 원, 기초 매출은 760억 원으로 2024년보다 각각 5%, 7% 감소했다. 색조 강자라는 정체성에도 균열이 생긴 셈이다.

특히 공을 들여온 북미와 일본 시장의 부진은 부담이 크다. 

클리오는 2024년 하반기부터 북미 매출이 꺾이기 시작했다. 2024년 3분기 북미 매출은 54억 원, 4분기도 65억 원에 그쳤다. 2023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각각 27%, 36% 감소한 수치다. 2025년 북미 매출은 274억 원으로 2024년보다 10% 줄었다.

클리오는 과거 아마존 등 온라인 유통망 색조 부문에서 대표 제품 ‘킬 커버’ 쿠션과 아이라이너를 앞세워 판매 상위권을 지켜왔다. 지난해 초에는 ‘킬 커버 파운웨어 쿠션’을 북미 전용 색상 20가지로 출시하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시장 환경은 빠르게 달라지고 있다. 신생 K뷰티 브랜드들이 저가 전략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홍보를 앞세워 소비자 접점을 넓히고 있다. 가격 경쟁력과 화제성을 무기로 한 공세가 거세지면서 클리오의 존재감도 예전만 못하다는 평가가 잇따른다.

일본 시장도 흐름은 비슷하다. 클리오의 지난해 일본 매출은 386억 원으로 2024년보다 3% 감소했다.

클리오는 일본에서 디즈니 캐릭터와 협업한 현지 한정 제품을 선보이는 등 인지도 확대에 공을 들이고 있지만 현지 브랜드나 다른 K뷰티 브랜드와 점유율 경쟁에서 뚜렷한 우위를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재구매를 이끌 대표 신제품군을 추가로 만들어내지 못하면서 성장 동력도 둔화된 것으로 보인다.

일본은 클리오의 핵심 해외 국가 가운데 색조 수요가 가장 높은 시장으로 꼽힌다. 이런 시장에서 매출 후퇴는 단순 지역 부진을 넘어 색조 경쟁력 약화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

일부 업계 관계자들은 클리오의 색조 제품 출시 전략이 관성에 머물러 있다고 평가한다. 

클리오는 현재 ‘킬 커버’ 시리즈와 ‘프로 아이 팔레트’ 등 장수 라인업 비중이 여전히 높다. 반면 새로운 제형과 질감, 지식재산권(IP) 기반 협업을 앞세운 인디 브랜드와 비교하면 신제품 라인업의 신선도가 떨어진다는 평가가 적지 않다.

박은정 하나증권 연구원은 “클리오는 브랜드 및 제품 측면에서 전반적인 새로움이 약화됐다”며 “최근 해외에서 기초는 새로운 성분 기반 제품, 색조는 용기 차별화를 앞세운 트렌디한 제품과 브랜드가 다수 출시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클리오 글로벌 사업 실적 흔들흔들, 한현옥 최후의 보루 '색조'마저 위태

▲ 클리오가 북미 시장에서도 매출이 점점 축소되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1월 출시한 북미 시장 전용 20가지 색상의 ‘킬 커버 파운웨어 쿠션 디 오리지널’. <클리오>


색조 부진을 보완해야 할 기초 부문에서도 반전 카드는 뚜렷하지 않다. 대표 제품 출시가 정체되며 성장 동력이 사실상 전무한 상태다.

기능성 기초 브랜드 구달은 ‘비타민C 세럼’ 이후 이렇다 할 대표 제품을 내놓지 못했다. 구달의 2025년 매출은 624억 원으로 2024년보다 6% 감소했다.

다른 기초 브랜드의 존재감은 더욱 미미하다.

더마토리는 2025년 매출 86억 원, 힐링버드는 51억 원에 그쳤다. 두 브랜드 합산 매출은 100억 원대로 전체 매출의 4% 수준이다. 포트폴리오 다각화보다는 ‘틈새 보완’ 수준에 머물러 있다는 의미다.

클리오가 색조 강자라는 타이틀에 머무는 사이 기초 시장의 핵심 흐름으로 자리 잡은 고기능성 더마 화장품 트렌드를 충분히 따라가지 못했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색조와 기초 경쟁력이 동시에 약화되며 실적 하락이 불가피해졌다는 것이다.

한현옥 대표는 글로벌 점유율 회복을 위해 마케팅 투자에 집중하고 있다.

클리오의 판매관리비 비중은 해마다 높아지고 있다. 2023년 40.0%, 2024년 41.7%, 2025년 44.1%로 상승했다.

물론 2025년 판매관리비 총액은 1449억 원으로 2024년보다 소폭 줄었다. 판매수수료를 낮추며 전체 비용을 일부 방어한 영향이다. 실제 판매수수료 비중은 2023년 11.4%, 2024년 9.5%, 2025년 8.1%로 꾸준히 하락했다.

반면 판매관리비 내 광고홍보비는 뚜렷한 증가 흐름을 보이고 있다. 광고홍보비 비중은 2023년 12.4%, 2024년 16.1%, 2025년 18.1%로 상승했다. 절대 금액도 함께 늘었다. 실적 둔화 속에서도 마케팅 강화 기조를 유지하고 있는 셈이다.

현재 클리오의 재무 구조는 비교적 안정적으로 평가된다. 아직까지 마케팅 투자 여력은 충분하다는 것이 업계의 공통된 의견이다.

클리오의 부채비율은 2022년 28.11%, 2023년 30.82%, 2024년 26.3%를 기록했다. 최근 3개년 평균이 20%대에 머물 만큼 재무 구조는 양호한 편이다.

클리오 관계자는 "클리오는 항상 혁신적인 제품을 만든다는 모토 아래 국가별로 제품과 마케팅의 현지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며 "글로벌 시장에서 K뷰티를 대표하는 유의미한 성과를 경신해 나갈 수 있도록 브랜드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예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