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롯데카드가 다시 선택을 받을 수 있는 카드사가 되도록 하는 게 가장 중요합니다.”

조좌진 롯데카드 대표이사 사장은 지난 18일 롯데카드의 해킹사고 관련 언론 브리핑에서, '고객의 재선택'을 희망했다. 그냥 할 수 있는 말은 아니었다. 조 사장은 "롯데카드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 어떤 행동을 할 것인지는 전혀 중요하지 않다"고 했다. '신뢰회복'에만 신경쓰겠다는 다짐이었다.
 
MBK 끼어들며 롯데카드 신뢰 더 바닥으로, 조좌진 내놓은 보상안에 고객들 '집단소송' 대응

조좌진 롯데카드 사장(오른쪽)이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롯데카드 개인정보 유출사태 관련 피해자 보호 방안 및 재발 방지 대책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윤종하 MBK파트너스 부회장(왼쪽)이 보인다. <연합뉴스>


그러나 조 사장의 희망과 별개로, 롯데카드의 신뢰회복은 난망한 상황이다. 

이번 사태와 관련, 대주주 MBK파트너스에 대한 비난까지 거세지면서 롯데카드의 부담은 커져만 가고 있다. 

23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최근 롯데카드 정보보호 예산 증감 여부가 도마에 올랐다.

정무위원회 소속 김상훈 국민의힘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롯데카드의 2025년 정보보호 예산은 128억1천만 원이다. 2024년 151억4600만 원보다 23억3600만 원이 줄었다.

반면 MBK파트너스는 롯데카드의 보안투자비용이 2024년 116억9천만 원에서 2025년 128억1천만 원으로 11억2천만 원 늘었다고 설명했다.

양측이 제공한 숫자에 차이가 나면서 정보보호 예산을 둘러싼 ‘진실 공방’이 펼쳐졌다.

그러자 MBK파트너스는 이날 추가 자료를 내고 재차 해명했다. 

MBK파트너스 관계자는 “일각에서 제기되는 ‘예산 축소’ 주장은 인프라(Capex)만 기준으로 해석한 주장”이라며 “실제 롯데카드는 인프라(Capex)와 운영비(Opex)를 동시에 집행하면서 금융기업의 핵심 가치인 정보보호 역량 강화를 지속해왔다”고 말했다.

정보보호 관련 투자비용을 집계하는 기준의 차이였을 뿐 실제로는 늘어난 것이 맞는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MBK파트너스가 수차례 해명을 내놓고 있음에도 MBK파트너스가 롯데카드 경영권을 잡으면서 정보보호 투자를 소홀히 한 것 아니냐는 책임론은 완전히 꺼지지 않았다.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롯데카드 개인정보 유출사태 피해자보호 방안 및 재발 방지 대책 간담회’에서 “홈플러스 사태 이후 또 사고가 났다”며 “‘또BK(또 MBK)’라는 말도 있다”고 말했다.

김상훈 의원은 “국내 8개 카드사 중 롯데카드가 정보보호 예산을 가장 많이 줄였다”며 “MBK가 롯데카드 매각 방침을 정했기 때문에 굳이 투자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한 것이냐”고 질타했다.

MBK파트너스가 수익성 위주 경영을 하는 과정에서 정보보호를 놓쳤을 것이라는 의심은 MBK파트너스의 성격에서 비롯한다. 수익성 극대화를 추구하는 사모펀드라는 점에서 정보보호 관련 비용을 줄였을 가능성이 있다는 의심을 받는 것이다.

문제는 또 있다. MBK파트너스가 앞서 ‘홈플러스 사태’를 거치며 시장의 신뢰를 잃었다는 점이다.

홈플러스 사태의 쟁점 가운데 하나는 대주주 MBK파트너스가 홈플러스 신용등급 하락을 사전에 인지하고도 전자단기사채 등을 발행해 피해를 키웠는지 여부다.

시장은 홈플러스 신용등급 하락 하루 만에 회생절차를 신청했다는 점에서 사전 인지 가능성에 무게를 싣고 있는 상황이다.

수차례 해명에도 힘이 실리지 않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여겨진다.

MBK파트너스의 신뢰성 문제는 롯데카드의 신뢰회복 과제와 맞물려 있다. 롯데카드 내부 문제만으로도 난항인 상황에서 대주주 이슈까지 더해진 셈이다.

롯데카드는 해킹사고가 발생한 것만으로도 신뢰도에 큰 타격을 입었다.

8월 말 발생한 해킹 공격으로 롯데카드에서 297만 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됐다. 200기가바이트(GB) 규모다.

이 가운데 28만 명은 카드번호, 유효기간, CVC번호까지 털렸다. 이들은 ‘키인(Key-in)’ 등 특정 결제방식에서는 부정 사용 가능성에 노출돼 있다.

롯데카드가 제시한 보상안도 반발을 샀다. 롯데카드는 297만 명 전원에게 연말까지 무이자 10개월 할부 서비스를 제공한다. 하지만 피해 고객들은 '10개월'이란 발상 자체가 롯데카드의 안일한 인식을 보여준다는 입장이다. ‘보안이 부실한 회사의 카드를 계속 쓰라는 말이냐’ 비판이 나온다.

정보 유출 수위의 번복도 문제다. 롯데카드는 애초 카드의 재발급까지 필요한 사항은 아니라고 고객들에게 알렸다가, 나중에야 비밀번호와 CVC 번호까지 털린 사실을 안내했다. 

개인정보유출 피해고객들은 집단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집단소송을 준비하는 인터넷 카페 가입자는 8천 명이 넘는다.
 
MBK 끼어들며 롯데카드 신뢰 더 바닥으로, 조좌진 내놓은 보상안에 고객들 '집단소송' 대응

▲ 롯데카드가 해킹사고 뒤 신뢰회복에 난항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롯데카드>


신뢰회복이 시급한 롯데카드로서는 난감한 상황이 잇따르고 있는 셈이다. 

조 사장은 이번 사태 해결이 ‘대표이사로서 마지막 책무’라고 말했다. 그러나 빠른 신뢰회복을 이뤄낼 묘수를 찾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MBK파트너스에 대한 불신 확산도 조 사장이 해결할 수 있는 부분은 아니다.

롯데카드는 앞서 홈플러스 사태 때도 MBK파트너스 계열이라는 점이 오히려 불리하게 작용했다.

홈플러스 매출채권 유동화 전자단기사채와 관련된 카드사는 롯데카드만이 아니다. 그러나 계열사라는 점에서 소위 말해 ‘짜고 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받았다. 이에 검찰은 롯데카드 본사를 압수수색하기도 했다.

윤종하 MBK파트너스 부회장은 이날 간담회에서 “정보보안 분야에 충분히 투자했다고 생각했지만 사고가 발생했기에 부족했다고 생각한다”며 “보안을 강화하고 경영진과 피해자 보호 조치를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는 24일 대규모 해킹사고 청문회 증인으로 조 사장과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을 채택했다.

김 회장은 10월 국정감사에도 소환될 것으로 보인다.

김상훈 의원은 “오는 10월 개인정보보호위원회 국감 일정까지 변경했다”며 “김병주 회장이 직접 출석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조혜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