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오익근 대신증권 대표이사는 취임 내내 대신증권의 몸집을 키우고 사업 포트폴리오를 재정돈하는 데 공을 들여왔다. 초대형 IB로의 도약이라는 대신증권의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서다. <그래픽 씨저널>
오 대표는 취임 내내 대신증권의 몸집을 키우고 사업 포트폴리오를 재정돈하는 데 공을 들여왔다. 초대형 IB로의 도약이라는 대신증권의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서다.
대신증권은 지난해 말 종합금융투자사업자(종투사)로 지정되면서 초대형 IB에 한 발 더 가까이 다가갔다.
초대형 IB 인가를 받기 위해서는 별도기준 자기자본이 4조 원을 초과해야 한다.
2025년 상반기보고서 기준 대신증권의 별도 자기자본은 3조7천억 원을 넘어섰다. 2024년 말보다 무려 5904억 원이 늘어났다. 신종자볹으권 발행과 사옥 매각 등 굵직한 자본 전략을 가동한 결과다.
◆ 오익근에게 남은 시간은 반 년, 과실을 직접 수확할 수 있을까
문제는 시간이다. 오 대표의 이번 임기가 반 년이 채 남지 않았기 때문이다. 오 대표의 임기는 2026년 3월까지다. 이번 임기 안에 결과를 내기는 쉽지 않다는 뜻이다.
대신증권 역시 급하게 결과를 낼 생각은 없어 보인다. 대신증권이 목표로 두고 있는 초대형 IB 인가 시점은 2028년인 것으로 알려졌다.
원래 2026년 목표였던 자기자본 3조6천억 원을 올해 상반기에 조기 달성한 것을 살피면 원래 목표보다는 시점이 당겨질 수 있지만, 오 대표의 임기 내에 초대형 IB 인가가 이뤄질 가능성은 거의 없다.
오 대표가 내년 인사에서 4연임에 성공한다면 그 동안 그가 주도해왔던 초대형 IB 도약의 결실을 직접 거둘 가능성이 높아지고, 반대로 자리에서 물러난다면 초대형 IB 도약의 기반을 다진 인물로 남게 된다.
오 대표의 4연임이 단순히 장기집권을 연장하느냐 아니냐의 문제로 끝나는 것이 아닌 이유다.
◆ 남아있는 과제인 수익성 지표, 2025년에는 크게 개선
물론 초대형 IB 인가가 자기자본의 규모로만 결정되는 것은 아니다.
금융당국은 초대형 IB 인가에서 △자기자본 4조 원 이상 △재무건전성 △대주주 적격성 △내부통제시스템 등을 중점적으로 살펴보는데, ROE와 같은 수익성 지표 역시 참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대신증권의 수익성 지표가 그리 좋은 모습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대신증권은 올해 3월11일 밸류업 공시를 통해 두 가지 목표를 전면에 내세웠다. 자기자본이익률(ROE) 10% 달성과 별도기준 자기자본 4조 원을 기반으로 한 초대형 IB 진입이다.
밸류업 공시 당시 대신증권의 별도기준 자기자본(2024년 사업보고서 기준)은 3조1129억 원, 순이익은 1210억 원이었다. 이를 통해 계산한 별도기준 ROE는 3.9%다. 연결기준 ROE 역시 4.57%로 국내 주요 증권사의 ROE 평균 10.5%에 크게 못미친다.
대신증권은 자기자본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지만 이익 성장은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내부 진단도 함께 밝혔다.
하지만 올해 대신증권의 ROE는 크게 개선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초대형 IB 인가의 기준인 별도기준으로 본다면 올해 상반기 기준 대신증권의 ROE는 무려 14%(지난해 하반기와 올해 상반기 순이익, 지난해 말과 올해 6월 말 별도 자기자본 평균치 기준)를 초과한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대신증권의 별도기준 상반기 순이익이 급증한 것은 자회사로부터 받은 대규모 배당금이 일회성 이익으로 잡혔기 때문”이라며 “대신증권의 수익성이 급격하게 높아졌다기 보다는 일시적 현상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일회성 이익이 제거된 연결기준으로 봐도 대신증권의 수익성은 개선되고 있다.
기업분석플랫폼 컴퍼니가이드에 따르면 2025년 연말 대신증권의 지배주주지분 컨센서스(시장기대치)는 3조5230억 원, 지배주주순이익 컨센서스는 2645억 원이다. 이를 기준으로 계산한 대신증권의 2025년 ROE는 7.5%로 지난해보다 약 3%포인트 높다.
물론 여전히 국내 주요 증권사 평균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상당한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되는 것이다.
◆ ROE 개선의 핵심 2분기 실적, 전 부문의 고른 성장
2025년 대신증권의 ROE 개선은 올해 2분기 실적의 개선에 힘입은 바가 크다.
대신증권은 2025년 2분기에 영업수익 1조3221억 원, 영업이익 1357억 원, 당기순이익 752억 원을 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영업수익은 40.5%, 영업이익은 274.6%, 순이익은 44.4% 늘었다. 외형과 이익이 동반 성장하고 있는 것이다.
대신증권의 2분기 실적 개선을 견인한 것은 IB부문이다. 대신증권의 2분기 IR자료에 따르면 대신증권의 IB부문은 올해 2분기에 모두 442억 원의 수익을 냈는데 이는 2024년 2분기보다 99.8%, 2025년 1분기와 비교해도 15.2% 상승한 것이다.
대신증권은 2025년 상반기 IPO 시장에서 존재감을 키웠다. 특히 LGCNS를 포함한 9건의 코스닥 IPO를 성공적으로 주관하면서 중소형 IPO 전문증권사로서의 입지를 다졌다.
브로커리지 수익, 자산관리 수익 등도 모두 성장했다.
대신증권에 따르면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올해 2분기 브로커리지 수익은 6%, 자산관리 수익은 11.7% 늘었다.
◆ 아직 남아있는 임기, 4연임을 논하기엔 이른 시점
오 대표의 임기가 아직 6개월 정도 남은 시점에서 4연임 여부를 이야기하기에는 아직 이르지만, 오 대표가 초대형 IB 인가라는 과실을 직접 딸 수 있을지, 혹은 교두보를 놓아주고 내려오게 될 지와 관련해서는 결국 내년 초 인사에서 결정날 것으로 보인다.
금융권에서는 올해 2분기, 상반기 성적표가 오 대표 4연임 논의의 토대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대신증권의 약점이었던 수익성 측면에서 두드러지는 개선세가 보였기 때문이다.
한쪽에서는 ‘초대형 IB 요건 충족’이 시간이 필요한 과제라는 점을 감안하면 전략의 연속성이 중요한 만큼 오 대표의 4연임에 힘이 실릴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오 대표의 전임자였던 나재철 전 대신증권 대표이사 역시 4연임에 성공했었다는 사실 역시 오 대표의 연임 가능성에 무게를 실어주는 사례다.
하지만 연임이 실적만으로 결정되는 것도 아니고, 4연임이 증권업계에서 흔한 일은 아니라는 점을 살펴야 할 필요성도 크다.
현재 오너 가문이 아닌 국내 주요 증권사 CEO 가운데 장기집권 중인 인물은 5연임 중인 김성현 KB증권 대표이사 정도가 유일하다. 윤휘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