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기업이든 첫 수장은 수익뿐 아니라 조직이 성장해갈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는지 여부도 평가받는다.

옛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통합법인인 KEB하나은행의 초대 행장을 맡고 있는 함영주 행장에게도 적용되는 잣대다.
 
[오늘Who] 함영주, KEB하나은행 '한지붕 두 가족' 이번에는 끝내나

함영주 KEB하나은행장.


이를 잘 알고 있는 함 행장도 2015년 9월 KEB하나은행 통합출범식은 물론 매년 신년사 등에서 인사·임금·복지제도의 통합 필요성을 강조하며 옛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화학적 결합을 이뤄내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함 행장은 “두 은행이 따로 운영되던 시절에 사로잡혀 하나은행은 과거에 이렇게 했다, 외환은행은 이전에 어떻게 했었다라는 식의 주장을 펼친다면 결국 한계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며 “지금은 기존의 생각과 틀에서 벗어난 변화와 혁신이 가장 중요한 때”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KEB하나은행은 옛 하나은행과 외한은행이 합쳐 통합출범한 뒤 2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인사·임금·복지제도 등은 각 은행에 입사한 직원마다 다르게 운영되고 있다.

KEB하나은행이 지난해 9월 서울 을지로 신사옥으로 본점을 옮기면서 외형상 통합은 마무리됐지만 아직도 ‘한지붕 두 가족’으로 불리는 까닭이다.

함 행장은 2일 이진용·김정한 KEB하나은행 공동노조위원장과 함께 노사 공동 태스크포스(TF)팀을 꾸려 9월까지 인사·급여·복지제도 통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2년여 동안 노사가 인사·급여·복지제도 통합안을 제대로 논의할 테이블조차 마련하지 못 했던 것과 비교하면 한걸음 내딛은 것으로 올해 안에 화학적 결합을 이뤄내겠다는 함 행장의 굳건한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함 행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지난해 전산 통합과 노조 통합 등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해 화학적 결합을 어느 정도 이뤘다”며 “올해에는 통합 시너지를 극대화하는 원년으로 삼을 것”이라고 말했다.

노조도 오랫동안 노사갈등이 이어지면서 피로도가 쌓인 만큼 직원들의 임금과 복지 등 피부에 와닿는 현안을 놓고 사측과 논의할 필요성을 받아들였다.

다만 통합안의 내용을 놓고 사측과 노조의 의견차이가 좀처럼 좁혀지지 않은 상황인 만큼 통합안이 만들어지기까지는 여전히 많은 어려움이 예상된다.

노조는 임금수준이 더 높았던 외환은행 임금체계와 직급이 상대적으로 높은 옛 하나은행의 승진체계 등을 결합한 방식을 요구하고 있다.

반면 사측은 급여 부담에 직급수당까지 감수하기에는 부담이 너무 크다며 두 제도 사이에 절충하는 방식을 검토하고 있다.

KEB하나은행 노사가 지난해부터 날카로운 신경전을 벌이면서 노사 사이의 신뢰가 바닥까지 떨어진 점도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

노조는 지난해 회사 측의 노조 선거 개입 의혹 등을 제기했고 올해 초에는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의 연임과 KEB하나은행의 채용비리 등을 놓고 주요 경영진의 책임을 물었다.

함 행장은 성격이 부드럽고 직원들로부터 받는 신망이 두터운 ‘덕장’으로 꼽히며 KEB하나은행장에 오를 때 옛 하나은행과 외환은행 노조로부터 환영하는 인사를 받기도 했다.

그런데 각종 이슈가 잇달아 불거지면서 좀처럼 통합 노조와 거리를 좁힐 계기를 마련하지 못했다.

게다가 KEB하나은행의 채용비리는 함 행장이 연루됐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사안인 만큼 언제든 노사간 갈등에 다시 불을 붙일 수 있는 도화선이 남아있는 셈이다.

기업의 화학적 결합과 비슷한 의미로 스포츠에서는 ‘팀케미스트리’라는 말을 종종 사용한다.

팀 구성원의 정신적 유대감을 뜻하는 말로 뚜렷한 형태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공동의 목표를 향해 선수단이 똘똘 뭉쳐있는 모습을 일컫는 의미로 쓰인다.

팀케미스트리는 돈으로 살 수 있는 것이 아니며 단기간에 이뤄낼 수 있는 것도 아닌 요소로 꼽힌다.

함 행장이 목표로 삼고 있는 KEB하나은행의 화학적 결합 역시 돈으로 살 수 없는 것이다. 인사·급여·복지 통합안 마련 태스크포스가 출범한 만큼 '덕장' 함 행장이 노사 신뢰 회복의 토대를 마련해 낼지 지켜볼 일이다. [비즈니스포스트 최석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