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프라인 매장을 향한 집객력은 높이는 반면 상대적으로 성과가 덜한 이커머스 플랫폼과 관련한 리스크는 외부 파트너십을 통해 분산하는 전략도 효과를 내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19일 이마트 실적을 종합해보면 오프라인 경쟁력이 회복세에 접어든 것으로 파악된다. 할인점을 비롯한 본업 부문의 수익성이 뚜렷하게 개선되고 있다.
이마트의 2025년 별도기준 영업이익은 2771억 원으로 2024년보다 127.5% 증가했다. 지난해 4분기만 놓고 보면 별도기준 영업이익 147억 원으로 1년 전과 비교해 흑자로 전환했다.
특히 4분기 할인점 부문에서 영업손실 폭을 크게 줄였다. 기존점 신장률도 2.0%를 기록했다. 본업 경쟁력의 회복세를 일부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체험형'과 '가성비'를 결합한 오프라인 혁신 전략이 성과로 이어졌다고 평가한다. 특히 정용진 회장이 꾸준히 공을 들여온 창고형 할인점 트레이더스홀세일클럽과 '스타필드형' 모델을 이식한 점포들의 약진이 눈에 띈다.
정 회장의 ‘가성비 공간 전략’의 상징인 트레이더스홀세일클럽의 성장세가 매섭다. 고물가 시대에 대응한 벌크형 상품 구성과 가격 경쟁력이 소비자들의 발길을 붙잡은 것으로 보인다. 트레이더스홀세일클럽의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은 2024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342.1%나 증가했다.
트레이더스홀세일클럽이 이마트 본업인 할인점 '이마트'의 영업이익을 앞지른 것도 어느새 2024년에 이어 2025년까지 2년째 이어졌다.
이와 함께 이마트는 기존 오프라인 매장에 '스타필드식' 체험 요소를 과감히 도입하며 점포 경쟁력을 근본적으로 강화하고 있다. 쇼핑을 넘어 휴식과 즐길 거리를 제공하는 '스타필드마켓' 등 포맷 전환에 속도를 내며 지난해에만 5개 점포의 리뉴얼을 마쳤다.
꾸준한 점포 확장 역시 시장 지배력을 높이는 요소로 꼽힌다. 이마트는 지난해 서울 고덕점을 신규 개장하며 지역 거점을 확보한 데 이어 트레이더스홀세일클럽도 마곡점과 구월점 등 핵심 요충지에 잇달아 깃발을 꽂았다.
스타필드를 운영하는 신세계프라퍼티의 수익성도 크게 개선됐다.
신세계프라퍼티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1740억 원으로 2024년보다 125.1% 증가했다. 단순 쇼핑몰을 넘어 체험형 공간으로 선보인 스타필드수원 등의 성과가 반영된 결과로 분석된다.
신세계프라퍼티는 지난해 말에도 경기 파주 운정에 스타필드빌리지를, 서울 종로 그랑서울에 스타필드애비뉴를 선보였다. 스타필드식 점포를 확장하며 공간 체류 시간을 늘리는 전략이 이어지는 모습이다.
▲ 이마트가 ‘스타필드식’ 체험형 공간을 이식한 점포를 늘려가고 있다. 사진은 2024년 8월29일 문을 연 복합쇼핑몰 스타필드를 결합한 쇼핑 공간인 ‘스타필드마켓 죽전점’. <이마트>
정용진 회장의 현장 경영 행보도 이마트의 오프라인 공간 전략에 추진력을 불어넣고 있다.
정 회장은 올해 스타필드마켓 죽전점을 시작으로 스타필드 빌리지 운정, 트레이더스홀세일클럽 구월점 등 주요 거점 점포들을 잇달아 방문하며 직접 현장을 챙겼다.
정 회장이 불과 두 달여 만에 세 차례나 현장 점검에 나선 점은 업계 안팎에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단순 격려 차원을 넘어 올해 오프라인 공간 경쟁력을 극대화해 시장의 주도권을 확실히 가져오겠다는 강력한 의지이자 '공간 경영' 강화의 신호탄으로 해석할 여지도 있다.
통합 매입 효과도 오프라인 집객력을 높이는 요인으로 꼽힌다.
이마트와 기업형 슈퍼마켓인 이마트에브리데이는 2024년 7월부터 통합 매입 체계를 본격 가동했다. 그 결과 2024년 연결기준 영업이익 471억 원을 기록하며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통합 매입과 전사적 자원관리 체계 강화가 상품 단위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졌다고 볼 수 있다.
온라인 전략을 둘러싼 정용진 회장의 선택에도 시선이 쏠린다. 이마트의 부담으로 작용해온 이커머스 점유율 경쟁에서 무리한 단독 확장 대신 외부 연합을 택했다는 점에서다.
이마트는 자회사 아폴로코리아를 통해 지마켓 지분 100%를 알리바바그룹과 합작해 설립한 그랜드오푸스홀딩에 현물 출자했다. 알리바바그룹은 알리익스프레스코리아 지분 100%와 현금 3천억 원을 출자했다. 두 기업은 50대 50 지분으로 지마켓과 알리익스프레스를 공동 지배한다.
증권가에서는 이를 두고 이마트가 부담이 컸던 온라인 손익을 일정 부분 분리하는 효과가 있다고 해석한다.
김혜미 상상인증권 연구원은 “오프라인에서는 홈플러스 사업 축소에 따른 반사 효과가 별도 실적에 반영되고 있다”며 “올해 연결 실적에서는 지마켓 제외에 따른 회계상 적자 축소가 나타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마켓은 신세계그룹 인수 이후 꾸준히 적자를 이어가고 있다. 지마켓은 지난해 매출 6202억 원, 영업손실은 834억 원을 기록했다. 2024년보다 매출은 35.5% 감소했고 적자 폭은 확대됐다.
SSG닷컴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SSG닷컴은 지난해 매출 1조3471억 원, 영업손실 1178억 원을 냈다. 2024년과 비교해 매출은 14.5% 줄었고 손실 규모는 커졌다.
신세계그룹 관계자는 “유통 환경이 온라인 중심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지만 오프라인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요소에 대한 수요는 여전히 꾸준하다”며 “스타필드마켓과 스타필드 빌리지 모두 사람들이 자주 찾는 힙하고 인지도가 높은 브랜드 등을 구성해 이러한 수요를 충족하려는 전략”이라고 말했다. 김예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