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본욱 KB손해보험 대표이사 사장이 첫 임기 마무리를 앞두고 있다. 탄탄한 실적과 양종희 KB금융지주 회장의 신뢰 등을 살피면 구 사장의 연임가능성이 높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래픽 씨저널>
선임 당시 양종희 KB금융지주 회장이 직접 발탁해 전무에서 곧장 사장으로 직행한 이례적 인사로 금융권의 주목을 받았던 그룹 비은행계열사 전반의 실적 변동 속에서도 KB손보의 순이익 성장세를 이어가며 존재감을 키웠다.
양종희 회장의 두터운 신뢰, 원클럽맨으로서의 조직 이해도, 탄탄한 실적 등을 살피면 양 회장의 임기가 지속되고 있는 지금 구 사장이 교체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 실적으로 증명한 존재감, 2024년 ‘역대 최대’에 이어 2025년에도 견조
KB손해보험은 구 사장의 취임 1년차인 2024년에 당기순이익(지배주주순이익) 8358억 원을 냈다. 2023년보다 17.7% 증가하며 역대 최대 실적을 새로 썼다. 일반보험의 손해가 커지고 자동차보험 이익이 급감했지만 이를 장기보험손익의 성장으로 극복해냈다.
특히 KB금융그룹의 비은행부문 실적 성장을 KB증권과 함께 이끌었다는 점이 부각됐다. KB금융그룹은 지난해 비은행 부문에서 1조8260억 원의 당기순이익을 냈는데 이 가운데 절반 수준 정도가 KB손해보험에서 나온 것이다.
2025년 실적도 좋은 흐름을 보여주고 있다. KB손해보험은 3분기 누적 기준 순이익 7669억 원을 냈다. 2024년 같은 기간보다 3.6% 늘어난 것이다.
중요한 것은 KB금융그룹의 비은행 계열사들 순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줄어들었음에도 불구하고 KB손해보험만 오히려 순이익 성장세를 이어갔다는 것이다.
같은 기간 KB증권의 순이익은 5470억 원에서 4970억 원으로, KB카드는 3700억 원에서 2810억 원으로, KB라이프생명보험은 1960억 원에서 1710억 원으로 순이익이 줄었다.
이와 같은 성과는 2025년 3분기 누적기준으로 KB국민은행이 역대 최대 실적을 냈음에도 불구하고 KB금융그룹의 비은행부문 순이익 기여도를 어느정도 방어하는 데 커다란 역할을 했다.
2025년 3분기 누적 기준 KB금융그룹 전체 순이익에서 비은행부문 기여도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4%에서 37%로 7%포인트 줄었지만 KB손해보험의 순이익 기여도는 16.8%에서 14.9%로 1.9%포인트 줄어드는 데 그쳤다.
지급여력비율도 같은 기간 203.7%에서 191.8%로 11.9%포인트 개선하는 데 성공했다.
다만 보험손익이 약해진 자리를 투자손익이 메우고 있는 구도는 과제로 남게 됐다. KB손해보험은 2024년 3분기 누적 기준 보험손익 6559억 원을 냈는데 이는 지난해 3분기까지보다 25.9% 급감한 것이다. 반대로 투자손익은 같은 기간 1442억 원에서 3942억 원으로 무려 173.4% 늘었다.
KB증권 관계자는 새로운 구조나 신의료기술 보장 등을 갖춘 경쟁력 있는 상품을 출시해 장기인보험 매출 활성화에 나설 것"이라며 "또한 자동차보험은 손해율 악화 상황에도 불구하고 우량 매출 확대를 통한 지속적 성장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 연임하면 양종희와 같아지는 임기 종료 시점, 리더십 교체 유인 부족하다
구 사장의 현재 임기는 올해 12월31일까지다. 만약 연임하게 된다면 금융권의 관행인 2+1 임기제에 따라 1년의 임기를 더 부여받을 가능성이 높고, 그렇다면 양종희 회장의 임기 종료시점인 2026년 3월과 구 사장의 임기 종료 시점이 비슷해진다.
금융지주의 회장이 그룹 전체의 실적을 끌어올리는 유일한, 그리고 매우 효과적 방법이 ‘인사’라는 것을 살피면 KB금융그룹 비은행부문 전체의 실적을 이끌고 있는 구 사장을 굳이 교체할 유인이 매우 적다.
KB손해보험이 그동안 연임이 일반적이었다는 것 역시 구 사장의 연임 가능성을 더해주는 요소다.
KB금융지주가 KB손해보험을 인수한 첫 해인 2015년에는 인수 당시 LIG손해보험(현재 KB손해보험) 사장이었던 김병헌 전 사장이 유임됐고, 이듬해인 2016년 취임한 양종희 당시 KB손해보험 사장은 3번에 걸쳐 연임하며 2020년까지 KB손해보험을 이끌었다.
양 회장의 다음 타자였던 김기환 전 KB손해보험 대표이사 사장 역시 2021년부터 2022년까지 첫 임기를 보낸 뒤 2023년에 한 차례 연임됐다.
◆ 양종희와 오랜 인연, 전략·재무를 함께 지휘한 '짝꿍'
양 회장과 구 사장이 ‘페어’로 일했던 시간이 긴 만큼 구 사장을 향한 양 회장의 신임이 두텁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양 회장은 2016년부터 2020년까지 KB손해보험 사장을 맡았는데, 1994년 럭키화재(KB손해보험의 전신) 경리보에 입사한 ‘원클럽맨’ 구 사장이 2017년 KB손해보험 경영전략본부장 상무로 승진하면서 두 사람의 인연이 시작됐다.
양 회장이 내세웠던 가치경영을 선두에서 진두지휘하던 구 사장은 양 회장의 KB손보 마지막 인사인 2019년 12월 인사에서 경영관리부문장 전무로 승진했다.
이후 양 회장은 2023년 11월 KB금융그룹의 회장으로 선임됐고, 그 직후 진행된 임원인사에서 구 사장을 KB손해보험 대표이사 사장으로 승진시켰다. 부사장을 거치지 않고 바로 사장으로 승진시킨 데다가 KB손해보험 최초의 내부 출신 사장이라는 상징성까지 챙긴 파격 인사였다.
상무와 전무, 그리고 사장까지 구 사장의 ‘임원 승진’과 관련된 모든 궤적에 양 회장의 손길이 닿아있는 셈이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회장의 신뢰, 실적과 그룹 이익기여도, 내부 출신 CEO라는 상징성과 리더십 안정성 등 구 사장의 연임 가능성은 매우 높다”며 “본업의 약화는 해결해야 할 과제지만 올해 보험업계 전반적으로 악재가 많았다는 것을 살피면 커다란 변수는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윤휘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