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성현 KB증권 각자대표이사 사장의 이번 임기가 올해 말 만료된다. 금융권에서는 탄탄한 KB증권 IB부문의 실적 등을 토대로 김 사장의 연임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래픽 씨저널>
김 사장은 KB금융지주 회장이 한 차례 교체되는 변곡점 속에서도 2019년부터 현재까지 7년 동안 5번 연임을 이어오면서 자리를 지켜왔다.
금융권에서는 올해 연말 인사에서 김 사장이 다시 한 번 연임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김 사장이 각자대표로 맡고 있는 KB증권 IB부문의 실적이 견조하고, 지주 차원에서의 역할도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 KB증권 IB부문 실적 견조가 연임 뒷받침한다, 수익성 개선은 과제
김성현 사장의 최대 무기는 숫자다.
KB증권 IB부문은 올해 3분기에 누적 기준으로 총영업이익 3668억 원을 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1.4% 급증했다.
KB증권 IB부문의 실적은 상반기에도 매우 견조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2025년 상반기 KB증권 IB부문 순영업이익은 2566억 원으로 지난해 상반기와 비교해 24.3% 증가했다.
KB증권 IB부문은 IPO 주관 실적에서도 두각을 드러내고 있다. KB증권은 올해들어 LGCNS, 대한조선, 삼양엔씨켐, 아이에스티이, 심플랫폼 등의 IPO를 주관했다. 특히 공모 규모가 1조2천억 원에 이르렀던 LGCNS 상장을 모간스탠리, 메릴린치인터내셔날 등과 공동으로 주관한 것이 KB증권 IB부문의 호실적에 큰 영향을 줬다.
KB금융지주 3분기 실적발표 자료에 따르면 KB증권 IB부문은 각종 IPO 리그테이블, DCM(채권자본시장) 리그테이블에서 1위를 차지하고 있다. 특히 블룸버그 기준 DCM 리그테이블 1위를 14년 동안 놓치지 않고 있기도 하다.
반면 수익성에서는 경고등이 켜졌다. KB증권의 3분기 누적 순이익(지배기업지분순이익)은 4967 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9.2% 줄었다.
문제는 올해 3분기 기준 순이익이 급증한 경쟁사들이 많다는 것이다. NH투자증권은 올해 3분기 누적순이익 7481억 원을 냈는데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9.74% 늘어난 것이다.
한국투자증권 역시 올해 들어 ‘역대급’ 순이익 행진을 계속하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올해 상반기에 순이익 1조235억 원을 냈는데 이는 지난해 상반기보다 44.5% 증가한 것이다.
◆ 지주에서 역할 커지는 김성현, 그룹 전체 생산적 금융의 키 잡다
지주 차원의 전략 무대에서 김성현 사장의 중요도가 높아지고 있다는 것을 두고 김 사장을 향한 양종희 KB금융지주 회장의 신임이 두텁다는 시선도 나온다.
김 사장은 2025년 9월 30일 출범한 KB금융 생산적금융협의회에서 의장을 맡았다. KB금융지주는 “김성현 사장이 기업금융, 자본시장 전반에서 쌓아온 경험과 전문성이 생산적금융 사업 지원 확대에 큰 힘이 될 것”이라고 선임 배경을 설명했다.
생산적금융협의회는 미래 전략산업에 관한 그룹 차원의 금융지원 방안을 마련하는 역할을 담당하는 플랫폼이다.
특히 이 협의회가 첨단산업의 성장을 지원하기 위한 정부 차원의 정책에 발맞추기 위한 KB금융지주의 움직임이라는 것을 살피면, 김 사장이 이 협의회의 의장을 맡은 것이 단순히 TF에 참여한다는 의미를 넘어 그룹 전체의 정책 방향 설정 과정에 직접 관여하게 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 양종희의 '세대교체' 기조, 63년생 김성현에게는 부담
인사의 마지막 변수로 ‘세대 교체’를 꼽는 시선도 나온다.
양종희 회장은 2023년 11월 취임 이후 “안정보다 변화, 세대교체”를 강조해왔다. 2023년 12월 인사에서는 6개 계열사 CEO를 교체했고, 2024년 12월 인사에서는 KB국민은행, KB라이프생명보험, KB카드의 CEO가 바뀌었다.
2024년 말 기준 KB금융그룹 CEO 평균 연령은 56.8세다.
김성현 사장은 1963년생으로 현재 62세다. 증권사 현직 CEO 가운데 최고령이다.
양 회장이 계속해서 ‘변화’와 ‘세대교체’를 인사의 핵심 키워드로 삼는다면 연령이 성과와 무관하게 교체 명분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다.
한쪽에서는 김성현 사장이 KB증권을 떠나 KB금융지주에서 새로운 역할을 맡게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양 회장이 변화의 상징을 원하면서도 김성현 사장의 역량을 계속 활용하고자 할 때의 해법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김 사장이 KB금융지주의 생산적금융협의회에서 그룹의 생산적금융 전략 방향을 수립하는 업무와 함께 KB금융지주의 전체적 전략 설정과 관련된 중요 업무를 맡기 위해 지주로 이동한다면 KB증권에는 세대교체와 변화의 바람을 불어넣는 동시에 김 사장이 그동안 증명해 온 자본시장에서의 경영능력을 그룹이 놓치지 않을 수 있게 된다. 윤휘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