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제일약품 신약개발 자회사 온코닉테라퓨틱스가 빠르게 수익화에 성공하면서 한상철 제일약품 공동대표이사 사장(사진)의 입지도 단단해지고 있다는 시선이 나온다.
신약개발 자회사 모델이 국내 제약사들 사이에서 여전히 도전적인 사업 구조로 평가받는 가운데 온코닉테라퓨틱스는 빠르게 수익성을 확보하고 있다.
5일 금융정보 회사 fn가이드에 따르면 온코닉테라퓨틱스는 2025년 연간 매출 470억 원, 영업이익 140억 원을 낼 것으로 전망됐다. 2024년과 비교하면 매출은 216% 증가하고 영업이익은 흑자전환하는 것이다.
이로써 온코닉테라퓨틱스는 지난해 12월 상장한 이후 1년 만에 흑자전환이라는 시금석을 쌓았다. 같은 기간 순이익도 116억 원으로 예상되는 만큼 안정적인 자금원까지 확보했다.
신약개발사가 기업공개(IPO) 직후 이익을 실현하는 사례가 국내에서 흔치 않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례적으로 빠른 실적 개선으로 평가된다.
실적 개선의 중심에는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 ‘자큐보’가 있다.
온코닉테라퓨틱스는 위산 분비를 조절하는 기전의 신약 개발 전략을 일찍부터 추진해왔고 P-CAB(칼륨 경쟁적 위산분비 억제제) 계열 기반의 치료제 시장이 커지면서 매출 기여도가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이는 ‘신약개발=장기투자’로 인식되는 업계의 통념과 달리 사업화 과정의 효율성과 시장 타이밍을 확보한 전략이 유효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온코닉테라퓨틱스의 성장은 회사 설립과 연구개발 방향을 주도해 온 한 사장의 경영적 성과로도 연결된다.
한 사장은 신약개발 부문의 독립성을 높이기 위해 2020년 신약개발 자회사를 별도로 세우고 자율경영 체제를 보장하는 전략을 세운 것으로 전해진다.
당시 온코닉테라퓨틱스는 위식도역류질환 신약 후보물질이었던 자큐보와 항암신약 후보물질을 이전 받았다.
특히 자율경영 체제 보장은 연구개발 의사결정 속도를 높이면서 2024년 기업공개를 통해 자금 조달 기반까지 확보하면서 개발-사업화-매출화의 선순환 구조를 구축하는데 기여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이번 온코닉테라퓨틱스의 빠른 실적 개선은 한 사장의 존재감이 커지면서 제일약품의 지배구조와 승계구도를 굳히는 데도 긍정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한승수 회장은 1947년생으로 고령에 접어든 만큼 자연스럽게 경영 승계의 필요성도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한 사장은 올해 3월 제일약품 이사회에서 대표이사로 선임돼 기존 성석제 대표이사와 공동대표로 제일약품 경영 전면에 나왔다.
이미 2017년 지주사인 제일파마홀딩스의 대표이사로 경영에 참여해왔지만 핵심 사업회사인 제일약품 대표이사까지 맡으며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승계가 시작될 가능성이 높다.
한승수 회장의 차남이자 한상철 사장의 동생인 한상우 전무도 올해 제일약품 사내이사로 이사회에 이름을 올리며 형제경영 체제 가능성도 남아있다.
▲ 온코닉테라퓨틱스가 코스닥 상장 1년 만에 영업이익 전환을 할 것으로 전망됐다. 사진은 온코닉테라퓨틱스가 2024년 12월9일 코스닥 상장 당시 모습. <한국거래소>
현재 한상철 사장은 제일약품에서 전문경영인 성석제 대표와 공동대표체제를 이루고 있으나 지배구조 정점인 지주사 제일파마홀딩스의 지분 승계는 남아 있는 과제다.
현재 지주사 지분 구조를 보면 한승수 회장이 57.80%의 지분을 보유해 경영권을 쥐고 있으며, 한상철 사장의 지분은 9.7% 수준에 머문다. 한상우 전무는 2.85%다.
온코닉테라퓨틱스의 실적 개선과 기업가치 상승이 한 대표의 대내외 신뢰 확보와 지분 승계 과정에서 유효한 명분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신약개발 자회사를 성공적으로 상장시키고 실적까지 끌어올린 경영 결과가 승계 시기의 조정 및 지배력 확대의 정당성을 강화하는 근거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제일약품 관계자는 “자큐보뿐 아니라 네수파립도 임상 2상에 진입하며 신약 개발 성과가 잘 나오고 있다”며 “온코닉테라퓨틱스가 국내 제약사들의 신약 개발 자회사의 모범적 모델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장은파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