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올해 들어 숨가쁘게 상승한 국내외 증시가 결국 과열 우려가 터져나오면서 하락 압력에 노출되고 있다.

다만 증권가에선 여러 근거를 들어 조정이 길지 않을 것으로 보고 저점매수를 권하고 있다.
 
AI 과열론에 코스피 일단 주춤, 증권가 '저점매수 적기' 랠리 연장 베팅

▲ 코스피가 과열 우려에 크게 내렸지만 증권가는 저점매수에 무게를 싣고 있다.


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는 전날보다 2.85%(117.32포인트) 내린 4004.42에 마감했다.

장중에는 낙폭이 6%대까지 확대되면서 3860선까지 내렸다. 이에 오전 한때 코스피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되기도 했다.

사이드카란 선물시장이 현물시장에 주는 충격을 막기 위해 일시적으로 프로그램매매의 매도호가를 정지하는 것이다. 코스피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된 것은 약 7개월 만이다.

다만 오후에 들어 반등 매수세가 들어오면서 4천선을 지켜냈다.

이로써 코스피는 전날(-2.37%)에 이어 2거래일 연속 큰 폭으로 하락마감했다.

전날 뉴욕증시에서 인공지능(AI) 과열론이 터져나오자 영향받은 것으로 보인다.

AI 주요 종목인 팔란티어(-7.9%)와 AMD(-3.7%)가 3분기 호실적을 냈음에도, 향후 실적 전망은 높아진 시장의 기대치에 미치지 못하면서 주가가 크게 하락했다.

여기에 골드만삭스, 모건스탠리 등 월가 주요 증권사 대표들이 향후 미국증시가 10~15%대 조정을 겪을 가능성이 있다고 발언하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2008년 미국 부동산 위기를 예견한 것으로 잘 알려진 투자자 마이클 버리가 엔비디아와 팔란티어 주식 풋옵션을 사들였다는 소식도 과열 우려를 더했다. 두 종목의 주가 하락에 베팅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이에 미국증시에서 마이크로소프트(-0.52%)·메타(-1.63%)·아마존(-1.84%)·알파벳(-2.18%)·엔비디아(-3.76%)·테슬라(-5.15%) 등 대형 기술주 주가가 하락마감했다.

여파가 국내증시에도 이어지는 모양새인데, 올해 코스피 상승률이 급격했던 만큼 조정의 폭도 큰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코스피 지수를 견인했던 중심 업종이 반도체라는 점에서 AI 과열 우려의 타격도 상대적으로 큰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증권가는 대체적으로 저점매수론에 힘을 싣는 모양새다.
 
AI 과열론에 코스피 일단 주춤, 증권가 '저점매수 적기' 랠리 연장 베팅

▲ 월가에서도 미국증시 과열 우려가 나오면서 증시가 하락하고 있다.


우선 전날 월가 증권사 대표들의 발언은 장기적으로 우상향하는 강세장 속에서 단기적인 조정은 불가피하며 문제가 안된다는 취지였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3분기 실적시즌을 거치며 국내 기업들의 이익 전망치가 높아진 추세는 변하지 않았다는 의견이 나온다.

2026년 코스피 기업들의 순이익 예상치는 292조 원으로 올해(215조7천억 원)보다 크게 높아져 있다.

여기에 국내증시 호조로 개인투자자들이 복귀하는 상황이어서 주식시장 대기자금도 풍부한 것으로 분석된다. 현재 투자자 예탁금은 86조7천억 원으로 역대 최고 수준으로 늘어났다.

나정환 NH투자증권 연구원 “주식시장 내에는 여전히 개인 투자자를 중심으로 풍부한 대기자금이 존재한다”며 “내년 국내 기업의 이익 전망치가 개선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주가는 단기 조정 이후 상승 흐름을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고 보았다.

뿐만 아니라 배당 분리과세와 자사주 소각 등의 상법개정 및 연내 MSCI 선진지수 편입 로드맵 발표 등 동력이 아직 남은 상황에서, 오히려 조정이 정부의 의지를 더 자극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은택 KB증권 연구원은 “아직 경기와 실적 사이클이 확장국면으로, 조정은 단기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며 “만약 증시가 급락한다면 정부의 부양책도 속도를 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재원 신한투자증권 연구원도 “반도체 상승동력이 건재하며 연내 자사주 의무소각을 포함한 3차 상법개정안 통과 등 정책 모멘텀도 이상 없는 상황”이라 말했다. 김태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