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SMC가 앞으로 4년에 걸쳐 매년 파운드리 공급 단가를 인상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는 대만언론 보도가 나왔다. 인공지능 등 분야의 강력한 고객사 수요를 반영하고 있다. 대만 신주과학단지에 위치한 TSMC 반도체 공장. <연합뉴스>
파운드리 시장에서 사실상 TSMC의 독점 체제가 완전히 자리잡으면서 고객사들이 반도체 가격 인상에도 대안을 찾기 어려워진 상황을 반영한 것으로 분석된다.
4일 대만 공상시보에 따르면 TSMC는 내년 1월부터 5나노 이하 미세공정 반도체 위탁생산 단가에 중장기 상승 전략을 적용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기존에는 개별 고객사의 수요와 물량, 시장 상황과 수익성 등을 고려해 유동적으로 가격을 조정했지만 이제는 단가 인상을 정기화한다는 의미다.
공상시보는 TSMC가 해마다 파운드리 공급 가격을 3~5%가량 높일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전과 비교해 상당히 공격적 수준의 단가 상승으로 파악된다.
TSMC가 이처럼 반도체 단가를 적극적으로 높일 수 있는 배경으로는 인공지능(AI) 반도체 고객사들의 강력한 수요가 가장 중요하게 꼽혔다.
공상시보는 “TSMC는 세계 파운드리 시장에서 기술 리더십과 협상력을 모두 더 키워가고 있다”며 “인공지능 분야의 수요 강세와 맞물려 가격 인상을 이끈 것”이라고 분석했다.
현재 전 세계 인공지능 반도체의 약 80%는 TSMC에서 생산되고 있다는 집계도 제시됐다.
TSMC의 파운드리 단가 인상은 모든 고객사에 똑같이 적용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애플이나 엔비디아 등 대형 고객도 가격 상승을 피하기 어렵다는 의미다.
공상시보는 “TSMC가 반도체 공급가를 높이는 것은 생산 원가 상승과 설비 투자 비용을 반영한 것”이라며 “3나노 파운드리 단가는 결국 4년에 걸쳐 두자릿수로 상승할 공산이 크다”고 전했다.
전 세계적으로 반도체 가격이 상승하는 현상을 일컫는 ‘칩플레이션’을 TSMC가 사실상 주도하는 역할을 하게 될 수 있다는 뜻이다.
이번에 일괄 가격 인상이 논의되는 5나노 이하 첨단 파운드리 공정은 PC와 스마트폰, 자율주행, 인공지능 반도체 등 고사양 반도체에 주로 쓰이는 기술이다.
엔비디아와 AMD, 애플과 퀄컴, 미디어텍과 인텔 등 고객사가 TSMC 첨단 반도체 공급망에 절대적으로 의존하고 있다.
TSMC 3분기 전체 매출에서 5나노 이하 공정이 차지하는 비중은 75%로 집계됐다. 가격 인상은 자연히 외형 성장과 수익 개선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공상시보는 TSMC가 첨단 미세공정의 수요 증가를 반영해 6~7나노 생산과 관련한 인력을 5나노 이하 반도체로 이동하는 움직임도 파악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TSMC의 첨단 파운드리 가격 인상은 중장기 관점에서 기술 리더십을 더욱 높이는 데 기여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고객사에서 거두는 매출과 순이익이 늘어나면 이를 연구개발에 더 투자할 수 있고 결과적으로 첨단 파운드리 기술 경쟁력을 더 높이는 선순환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공상시보는 “TSMC 파운드리 가격 인상은 단순한 사업적 결정이 아니라 차세대 인공지능 컴퓨팅 시장에서 확실한 리더십을 선언한 것”이라는 전문가 분석을 전했다. 김용원 기자
